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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국인 단속 잘했다면서도 "기술 인재들 들어와야 배터리 제작할 수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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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국인 단속 잘했다면서도 "기술 인재들 들어와야 배터리 제작할 수 있지 않겠나"

문제 근원은 결국 비자…외교부 13년 전부터 추진했던 '한국 동반자법' 미 의회 통과 실현할 수 있을까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을 비롯한 미 정부 기관들이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한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을 급습해 한국 국적자 300여 명을 구금한 데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민법을 존중해달라고 하면서도 해외 인력의 입국을 위해 신속하고 합법적인 방법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7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의 본인 계정에서 "조지아에서 현대 배터리 공장에서의 이민 단속 작전에 이어, 미국에 투자하는 모든 외국 기업들에게 우리나라의 이민법을 반드시 존중해 줄 것을 요청한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분의 투자는 환영하며, 우리는 여러분이 매우 뛰어난 기술 인재들을 합법적으로 데려와 세계적 수준의 제품을 만들도록 장려한다"라며 "그리고 이를 위해 신속하고 합법적으로 길을 열어줄 것이다. 우리는 그 대가로 미국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훈련시켜 달라는 것을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날 매릴랜드 주에 위치한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배터리를 만든다고 할 때 현재 이 나라에는 배터리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이 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들을 도와야 하고, 일부 사람들을 들여와 우리 사람들을 훈련시켜 배터리 제작이든, 컴퓨터 제작든, 조선이든 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해외 인력의 미국 입국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고 미국 매체 <더힐>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래서 우리는 그 전체 상황을 살펴볼 것"이라며 훈련을 할 수 있는 해외 인력을 미국으로 불러와 "잠시 머물며 도움을 주게"해야 미국 현지 사람들을 훈련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근로자들이 미국에 "불법적으로" 들어와 있었다면서 ICE의 수사를 옹호하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전문가들을 들여와서 우리의 사람들이 훈련을 받아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해가 되나?”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정부와 "훌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 문제를 살펴볼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바를 내가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매릴랜드주에 위치한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와 관련 8일 오후 조현 외교부 장관은 워싱턴 D.C에 방문해 미국 주요 고위급 인사들과 만나 이번 사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외교부는 미국에서 구금된 국민 전원을 전세기로 조기에 무사히 귀국할 수 있도록 세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구금 인원 중 약 250명과 영사면담을 진행했으며 '자진출국'(Voluntary Departure)을 원하는 인원에 대한 수요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어느 정도 인원이 자진출국을 희망하는지는 아직 집계되지 않은 가운데 이날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사안과 관련된 인원 전원에 대해 자진출국 하도록 하는 것이 방침이라면서도, 개인이 원하지 않을 경우 이를 강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자진출국을 한다고 해도 이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어 얼마나 많은 인원들이 자진출국을 결정할지는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의 이민 및 국적법(Immigration and Nationality Act, INA)을 보면 180일 이상 1년 미만의 기간 동안 불법체류를 한 경우 미 법원 이민판사의 승인을 받아 자진출국을 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출국 이후에는 언제든 미국 재입국이 가능하다.

그러나 판사의 승인이 없이 그냥 출국할 경우에는 이후 3년 동안 미국으로의 재입국이 불가능하다. 또 불법체류 기간이 1년 이상인 경우에는 자진출국을 하더라도 이후 10년 동안은 미국 재입국이 불가능하다.

이에 자진출국 이후 불이익 여부에 대해 미국과 협의를 하고 있냐는 질문에 외교부 당국자는 "개인마다 상황이 다 다르고 규정에 따라 적용하고 있다"며 한미 간 교섭을 통해 일괄적으로 불이익이 없게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조 장관이 미국에 방문해 불이익이 없다는 점을 약속 받을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정부는 미국의 이민 정책과 법 집행 과정을 존중한다"며 "그런 과정 속에서 우리 국민의 이득이 침해되면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이민법에 위배되는 수준까지 한미 간 교섭을 통해 관철시키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인 정부는 자진출국 절차를 단축하는 과정을 협의했다면서 "우리 국민의 신속한 귀국을 위해서는 외교적 교섭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번 구금 상황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비자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실제 이번에도 한국 노동자들이 정식 취업비자인 'H-1B'를 받지 않고 단기 상용비자인 'B-1' 또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인 'ESTA'를 받아 문제가 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이 'H-1B'를 받지 않은 이유는 이 비자를 받는데 수 개월의 시간이 걸리며, 설사 몇 개월을 기다린다고 해도 미국에서 발급 인원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칠레나 싱가포르, 호주, 멕시코, 캐나다처럼 별도의 비자 쿼터를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외교부는 2012년 이후 한국인 전문인력 대상 별도 비자 쿼터('E-4'비자)를 신설하는 '한국 동반자법'(PWKA, Partner with Korea Act) 입법을 위해 미 정부와 의회를 대상으로 설득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 내 이민에 반대하는 정서가 갈수록 심화되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반(反)이민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국적자를 대상으로 한 이같은 특별법이 만들어질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칠레와 싱가포르 등이 특별 쿼터를 받았던 시기는 2000년대 초반이었고 멕시코와 캐나다의 경우 1992년 나프타(NAFTA, 북미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던 시기에 이 문제를 함께 처리했다. 호주의 경우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당시 호주 총리 간 유대가 각별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이들 국가는 현재보다 이민이나 해외 노동자에 대해 우호적이었던 정책적 환경에서 추진했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 있었다.

한국이 입법 추진을 한지 13년이나 지났음에도 이를 관철시키지 못했다는 점은 미국 내 반이민 정서가 그만큼 공고하다는 점을 방증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투자를 위해 해외 인력의 유입 필요성을 언급하고 실제 미국이 한국과 일본 등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인력의 출입국을 보다 원활하게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트럼프 정부가 비자 문제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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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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