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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5 한미정상회담, '동맹 현대화'에 압도되면 안 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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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5 한미정상회담, '동맹 현대화'에 압도되면 안 되는 이유는?

한미동맹 이대로 좋은가(3) 북핵 문제, '세계 핵군축과 동북아 비핵지대'에 담아내야

8월 25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이 다가오면서 이른바 '동맹의 현대화'에 어떤 합의가 나올지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선 글들에서 다룬 것처럼, 미국발 의제는 한국의 국방비 증액과 대북 억제에서 주도적인 역할, 주한미군의 규모와 역할 변경(전략적 유연성)과 미국의 확장억제 재확인, 방위비 분담금 등에 맞춰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 정상회담에서 동맹의 현대화에 방점이 찍히면, 남북·북미 대화 재개를 포함한 한반도 정세의 변화를 기대하긴 더욱 어려워진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은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과 이재명 정부의 "한미동맹에 대한 맹신"을 재확인했다며 반발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한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가 언급될지도 한반도 정세의 향방에 큰 변수가 될 것이다. 올해 2월 미일정상회담과 7월 한미외교장관 회담에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언급된 바 있다. 이러한 입장이 이번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도 거듭 천명되면 북미대화 재개 가능성도 더욱 위축되고 만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공개된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북 대화가 북핵을 용인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냐’는 질문에 "(정부의) 정책적 방향은 한반도 비핵화"라며 단계적 해법을 제시했다. "1단계는 핵과 미사일에 대한 동결, 2단계는 축소, 3단계는 비핵화"가 바로 그 내용이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비핵화는 단기에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이고 매우 어려운 과제임을 인정한다"며 "남북 그리고 미북 대화와 국제사회의 협력을 통해 평화적 해결의 실마리"를 찾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윤석열 정부는 물론이고 문재인 정부 때와 비교해도 진일보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기조는 '한반도 비핵화를 통한 평화체제 구축'이었는데, 이재명 정부의 기조는 평화체제를 향해 한걸음씩 내딛으면서 비핵화의 여건과 조건을 마련하겠다는 데에 맞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핵화는 끝났다'는 조선의 입장과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이에 따라 한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가 공식적으로 언급되면 남북대화는 물론이고 북미대화의 재개 가능성도 더욱 위축될 것이다. 조선이 제시한 '핵보유국 지위 인정'이라는 북미대화 재개 조건과 더더욱 멀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좌), UPI=연합뉴스(우)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한미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개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네 가지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개를 동맹의 현대화보다 우선순위로 삼는 것이다. 둘째는 한미 정상이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 유예를 선언하는 것이다. 셋째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협상을 제안하는 것이다. 끝으로 '북한의 비핵화'나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쓰지 않으면서도 그 취지를 담을 수 있는 창의적이고 포괄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다.

그 실마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나온 바 있다. 그는 3월 13일에 아래와 같이 말한 바 있다.

"만약 우리(미중러)가 핵무기 숫자를 줄일 수 있다면, 그것은 엄청난 성과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그 위력은 엄청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정도까지 많은 무기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다른 국가들도 참여시키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규모는 더 작지만 김정은도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도도 있고, 파키스탄도 있고, 핵무기를 보유한 다른 국가들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도 (논의에) 참여시켜야 합니다."

이 발언은 '북한의 비핵화'나 '한반도 비핵화'를 넘어 세계의 핵군축의 맥락에서 북핵 문제도 접근해보자는 취지를 품고 있었다. 트럼프가 이를 전후해 김정은 위원장과의 친분을 강조하면서 "핵보유국들이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한 것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트럼프의 핵군축 의제는 자취를 감췄었다. 동시에 최근 들어 이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평화협정 논의도 중대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이는 러-우 및 관련국들 사이에 평화협정이 체결되거나 급물살을 타면 미러 중심의 핵군축 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와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알래스카 미러 정상회담 하루 전에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 다음 단계로 "전략 공격무기 통제 분야에서 합의에 도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한미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에 대한 관심 및 이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정상회담과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핵심 의제로 제시하는 것이 필요한 까닭이다. 이와 더불어 두 정상이 아래와 같은 입장 표명을 하는 게 실효적이라고 본다.

"이재명 대통령은 핵보유국들 간에 핵군축을 추진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적극 지지하고 이에 협력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사의를 표하면서 핵보유국들 사이의 긴장완화와 핵 위협과 핵무기 없는 세계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참여를 요청한다. 양국 정상은 조선과의 '공통의 우려와 관심사'에 대해 어떠한 형태의 대화에도 나설 뜻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냉정하게 보면, 비핵화라는 표현을 쓰면서 이를 추구할수록 비핵화와 멀어진다. 그렇다고 조선을 공식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자는 취지도 아니다. 필자가 북핵 문제를 세계의 핵군축과 동북아 비핵지대라는 틀에 담아 접근하자는 제안은 이러한 딜레마를 풀자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졸저 <달라진 김정은, 돌아온 트럼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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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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