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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재명 대통령, 해외입양인들이 간곡히 요청합니다!"

[기고] 해외입양기록의 안전한 이전을 위한 5가지 조치

존경하는 이재명 대통령께,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해외입양인으로서 우리는 이재명 대통령님이 그동안 인권변호사, 지방자치단체장, 국회의원으로 보여주신, 그리고 이제 대통령으로서 보여주실 민주주의와 보편적 인권에 대한 일관된 헌신을 높이 평가하고 기대합니다.

저희 "입양기록 긴급행동(EARS)"은 해외입양인, 한국 시민사회, 그리고 기록·보존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대체로, 입양기록의 이관을 한 달 앞두고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 긴급히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해외입양인에게 입양기록은 단순한 행정기록의 의미를 넘어섭니다. 이 기록에는 한국어 본명, 출생기록, 친모 등 출생가족등에 대한 핵심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왜 해외로 입양되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를 설명해주는 유일한 공식 자료입니다. 이 기록은 한국사회와 해외 27개국으로 보내진 20만 입양동포 간의 실제적이고 상징적인 연결고리이며, 우리의 정체성의 뿌리이자 가족과 진실을 찾기 위한 탯줄과도 같습니다.

1993년에 채택된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의 비준을 위해 2023년 7월 개정된 '국제입양에 관한 특례법'은 2025년 7월 19일까지 모든 입양기록을 민간 입양기관에서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NCRC)으로 이관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이관은 많은 입양인에게 수십 년 동안 기다려온 기회이며, 신뢰할 수 있는 공적 시스템 안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기록에 접근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기도 합니다.

절차상 서류, 편지, 사진, 자필 메모, 배냇저고리 같은 행정박물 등은 개인적으로 매우 소중하고 대체 불가능한 자료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기록들이 투명하게 이관되고, 안전하게 보존되며, 입양인들이 자신의 뿌리와 가족을 찾을 수 있도록 접근 가능하게 되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하지만 현재 이관 절차가 충분한 보호 조치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합니다. 확인된 바에 따르면, 현재 이관 예정지는 임시로 지정된 장소로 고양시 외곽에 위치한 냉동-냉장 물류창고 건물의 4층입니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부족하며 온도-습도 조절, 화재 대비 시스템, 보안 디지털 인프라가 모두 공공기록물 보존 기준치에 미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보전과 복원 그리고 전산화를 위한 시설이 추가로 들어설 자리가 부족한 조건이기도 합니다. 나아가 장기적인 계획을 위한 로드맵도 현재 공개되고 있지 않고 있어 이 미비한 임시시설이 자연스레 장기시설로 고착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이러한 조건은 민감한 개인과 사회의 역사기록을 보존하거나, 입양인들이 방문해 열람하기에 적절한 환경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아동권리보장원과 보건복지부가 입양기록과 관련 자료를 가능한 최고 수준의 기준으로 관리할 의도가 충분하리라 믿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대통령님의 직접적인 개입을 정중히 요청 드리는 바입니다. 현재 지정된 시설에 대한 온도·습도 관리, 화재 안전, 전산화 및 물리적 보존-복원 계획, 정보공개서비스 준비 상태 등을 검토하시고, 이러한 사항들을 입양인들과 투명하게 공유해 주시길 바랍니다. 또한, 전체 이관 계획을 감독해주시고, 정부의 준비 상황과 입장을 국제 입양인 커뮤니티에 공식적으로 설명해주시길 요청드립니다.

이 기록들은 단순한 행정서류가 아닙니다. 이들은 세대를 거친 상실과 이산, 그리고 재회의 가능성을 담고 있는 공동의 역사기록이며, 한국의 국가유산이자 국제 입양 역사에서 중요한 유산으로 공식 인정되어야 합니다. 기록물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해당 임시시설은 공공기록물관리법에 명시된 기준을 반드시 충족해야 합니다.

이에, 저희는 귀 정부가 다음의 다섯 가지 조치를 시급히 이행해 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첫째, 준비 과정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필요시 긴급 예산을 지원해주십시오.

해당 임시시설의 공공기록물관리법 기준과의 적합성에 대한 전문가 평가를 실시하고, 전체 프로젝트 일정 공개 및 보존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긴급 예산을 기획재정부가 배정하도록 지시해주십시오.

둘째, 입양기록의 책임 있는 완전 이관을 보장해주십시오.

편지, 사진, 원문 서류를 포함한 모든 자료가 누락 없이 이관되도록 하며, 외부 독립 감시기구에 의해 모니터링되는 인계·인수 기록을 마련해주십시오.

셋째, 입양기록의 영구보존과 입양인 접근권을 보장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주십시오.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입양인이 디지털 및 물리적으로 기록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국제 기준을 충족하는 방화 서버실과 메타데이터 시스템에 투자해주십시오.

넷째, 입양으로 인해 영향을 받은 모든 분들에게 존엄을 보장하는지원서비스를 제공해주십시오.

기록 열람을 위한 조용하고 안전한 공간을 마련하고, 다국어 지원이 가능한 훈련된 직원과 트라우마 이해 기반 케어를 제공해주십시오.

다섯째, 입양기록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하고, 기록관 건립을 추진해주십시오.

입양기록을 국가유산으로 공식 인정하고, 법·제도·인권 연구를 위한 영구적 입양기록관 설립을 조속히 추진해주십시오.

대통령님, 지금 귀하의 정부는 매우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앞으로 몇 주 동안 내려질 결정은 이 기록이 어떻게 보존될 것인지뿐만 아니라, 한국이 전 세계 입양인 공동체와 어떤 관계를 맺을지를 보여주는 기준이 될 것입니다.

지금은 명확하고 신중하게 행동할 수 있는 드문 기회입니다. 이 기록은 단지 상징적인 의미를 넘어섭니다. 이는 정체성, 역사, 국가 행위의 원천적 증거이며, 입양인들은 오랜 시간 접근권과 책임을 요구해 왔습니다. 이번 이관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공적 책임의 기준을 시험하는 순간입니다.

이번 이관을 단순한 물류가 아닌, 진실, 투명성, 존중의 새로운 기준을 정립하고 실행할 기회로 삼아 주시길 요청드립니다. 이는 과거에 대한 책임이자,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미래를 위한 약속입니다.

깊은 존경을 담아,

입양기록 긴급행동 (EARS)

해외입양인과 한국 시민사회로 구성된 연대체 (https://earsonncrc.org)

▲입양기록을 이전할 것으로 알려진 장소. 원래 유통기업의 냉동-냉장 창고용으로 만들어진 건물이다. ⓒEARS 홈페이지 갈무리

(추신: 본 서한은 투명성과 공동의 이해를 위해 언론에 공개되었습니다. EARS는 본 기록유산의 안전하고 적법하며 트라우마 이해 기반의 이관을 위해, 한국 정부 및 국제 관계자들과의 대화를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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