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산 전남 무안군수의 불법선거자금 명목으로 금품을 주고 받은 혐의로 기소된 공무원 등에 대한 첫 재판이 5일 열렸다.
그러나 공소사실과 관련된 불분명한 공소장에 대한 재판부의 의구심 제기와 함께 기소된 피고인들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나서면서 향후 검찰이 어떻게 혐의를 입증할 지 주목된다.
광주지법 목포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정현기)는 이날 오전 11시10분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무안군 소속 4급 공무원 A씨(59)와 김산 무안군수 최측근 B씨(55), 군수 선거캠프 공보 업무 담당자 C씨 등 4명과 같은 법상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업체 대표 D씨(63), 그리고 정치자금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선거캠프 회계 책임자 E씨(59) 등 총 6명의 첫 재판 심리를 진행했다.

재판부는 이날 첫 재판에서 A씨 등 기소된 피고인들의 인적사항을 확인 후 검찰로부터 공소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들로부터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 확인 전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공소사실은 피고인들의 뇌물 거래 명목이 김산 현직 무안군수의 불법 선거자금을 위해 이뤄졌다고 기재됐으나, 실제 공소장에는 선거 관련 범죄에 관한 내용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또한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E씨의 경우 A씨 등 5명의 사건과는 별개로 이뤄진 사건이어서 검찰에 함께 기소된 배경에 관해 묻기도 했다.
정 부장판사는 "공소장만 놓고 보면 2건의 관급계약을 지목해서 A씨 등 3명이 선거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뇌물수수 범행을 했다는 전제로 공소장이 기재돼 있다"면서 "선거범죄인가 해서 봤더니, 선거 관련 범죄에 대한 부분은 없어 보인다"면서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어 검찰에 "A씨와 B씨, C 등 3명이 공모했다는 게 기본 전제이고 경제공동체로 이해관계를 같이 했다고 하면 어떻게 입증할 것인 지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정 부장판사는 이어 검찰에 ▲절차상 (문제가 되는)업체와 계약이 잘못된 이유 ▲공무원인 피고인 A가 계약에 어떻게 지위를 행사할 수 있었는지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밝혀줄 것을 추가로 요구하기도 했다.
정 부장판사는 "2건의 계약이 뇌물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고 선거와 유일하게 관련돼 있는 피고인은 E로 회계 누락 정도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고인 E의 경우 나머지 5명 사건과는 관련이 없어 보여 재판을 분리해서 진행할 수 있는 지 검토해서 의견을 밝혀달라"고도 했다.
이어 재판부는 A씨 등 6명에 대해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확인했다. A씨 등 6명은 이날 재판부에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입장을 전달했다.
A씨의 법률대리인은 "청탁받은 사실도 없고 (업체가 선정되도록) 권한을 행사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B씨와 C씨의 공동 법률대리인은 "피고인 B가 C를 통해 돈을 수령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청탁을 대가로 수령한 바 없고, C도 B의 부탁으로 업체 대표인 피고인 D를 만나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봉투를 받았지, 돈 봉투라는 사실은 몰랐다"면서 혐의를 부인했다.
업체 대표인 D씨 등 2명의 공동 법률대리인은 "청탁의 대상자는 피고인 A가 아니라, 김산 무안군수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는 피고인 B"라면서 "B는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죄가 성립되지 않는데다, 이 지역에서 (사업 수주를 위해)중간에서 도와준 사람에게 10%를 제공하는 관행이 있는 모양인데, 피고인 B가 김산 군수의 최측근이자 수주에 도움을 준 사람에게 돈을 준 것이지 굳이 공무원에게 인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E씨의 법률대리인도 "(선거캠프 회계기록을 하면서) 허위 기재하거나 누락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검찰에 공소장 정리와 더불어 피고인들 모두 혐의 부인과 함께 수사과정에서 수집한 증거까지 부동의하면서 향후 입증 계획 및 재판 진행 계획을 제출해줄 것을 요구했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의 요구사항들과 관련해 "피고인 E는 A~D의 수사과정에서 혐의가 확인돼 함께 기소됐으나, 사건 분리를 검토하겠다"면서 "재판 진행 계획 등과 관련해 오는 20일까지 정리해 제출하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 검찰 측 재판 진행 및 입증 계획에 관한 의견 확인 후, 향후 증인 신청과 관련한 의견을 확인하기로 했다.
A씨 등의 다음 재판은 오는 7월 중 열릴 예정이다.
정 부장판사는 재판을 마치면서 "이미 사건 발생으로부터 몇년이 지났고, 수사기관 조사가 이뤄진 것도 오래되지 않았나 싶은 데 빨리 결론을 내는 게 좋지 않겠나"라면서 "(검찰, 변호인 모두)정리된 의견을 제출해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A씨와 B씨 등 3명은 지난 2022년 3월과 5월 무안군과 8억여원 상당의 관급자재 공급계약을 체결한 업체 대표 D씨 등 2명으로부터 총 8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D씨 등 2명은 C씨 등 2명은 같은 기간 A씨와 B씨에게 8000만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다. A씨와 B씨는 해당 사건이 수사 선상에 오르자 8000만 원을 업체 관계자 2명에게 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 검찰은 김산 무안군수 등 4명이 불법 선거자금 명목으로 업체 관계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으나, 김 군수와 나머지 공무원 및 업체 관계자들간 공모한 사실을 명확히 입증하기 어렵다고 보고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다만 4급 공무원 A씨와 B씨 등 3명은 80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불구속 기소했으며, 이들에게 뇌물을 준 업체 관계자 D씨 등 2명도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과 함께 기소된 나머지 E씨는 2022년 6월말경 김 군수의 선거비용 은닉을 위해 1,100여만 원 선거비 기록을 누락하고, 2020년 회계보고를 하면서 응대비용 280만원 중 180만원을 제외하고 100만원만 허위 기록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군수 등 9명은 지난 2022년 수사선상에 올랐다. 검찰은 지난 2023년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를 이어갔으나, 2년7개월여째 이어진 수사는 결국 김 군수의 무혐의로 사건이 일단락 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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