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여전히 구조적 성차별이 있다"고 강조하며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강화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여성부 폐지를 공약하는 등 '반(反)여성정치'의 기수로 꼽히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가 전날 TV토론에서 '여성혐오 발언' 논란을 일으킨 직후라 눈길을 끌었다.
이재명 후보는 28일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한 공약 발표에서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 사회 많은 영역에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 정권은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며 "여성가족부의 기능을 확대·강화해 '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성별·연령별 균형을 고려한 내각 구성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체계 강화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 확대 등도 공약에 담겼다.
이 후보는 이어 "부분적인 역차별이 있는지도 잘 살펴 대처하겠다"고도 했다. 지난 20대 대선 국면 당시엔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한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측이 '남성 역차별'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며 이른바 '이대남 공략' 전술을 펼치기도 했는데, 이같은 '성별 표심'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강남구에서 진행한 유튜브 라이브 직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여성부를 폐지하겠다'라고 어떤 정치인이 약속을 했고 또 그걸 계기로 젠더 갈등이 매우 심해졌다"며 "(성차별에 대해) 상당 정도의 개선을 이뤄내고 있지만 아직도 여전히 구조적 성차별은 계속되고 있어서 여성부의 역할을 폐지하거나 그럴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본인 공약에서 '역차별' 내용을 포함한 데 대해선 "총량으로 보면 여전히 지금도 여성이 성차별받고 있는 게 분명하다"면서도 "특정한 부분에서는 오히려 남성을 보호할 필요가 있는 영역이 있다", "성평등을 추구하는 거지 여성만을 위해서 우리가 어떤 정책을 하는 건 또 아니다. (그래서) 성평등가족부라는 명칭이 적정하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역차별' 표현과 관련해선 "특수한 영역에선 기존 관념에 의하면 무조건 여성이 차별받지만 그 반대의 경우가 예외적으로 있을 수 있다", "남성이라는 이유로 역차별을 받나? 하는 소외감 이런 것들이 또 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걸 일반화할 순 없다"는 등 반복 설명을 하기도 했다.
그는 "제가 말하기가 참 어렵다"며 "정책이란 일반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있고 특수 영역을 세심하게 또 배려해야 될 필요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지난 당내 경선 과정에서는 '응원봉 시위를 이끈 2030 여성계층에 대한 사회·정치적 인정이 부족하다'는 취지의 질의에 답을 피하는 등 여성 의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지난 2차 TV토론에서 '구조적 성차별'을 직접 언급하는 등 태도 변화를 보인 바 있다. 여성 의제에 대한 '영점조절'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이 후보는 내각 구성 시의 성별 간 균형에 대해서도 "'지킬 수 없는 공약은 하지 않는다'가 명확한 원칙"이라며 구체적인 여성 비율은 공약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에선 내각 구성의 30%를 소수 성인 여성으로 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는 "각료·수석 중에서 여성을 30% 이상 확보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해봤는데 자신이 없다"며 다만 "30% 약속을 공개적·명시적으로 하기는 어렵고 30% 넘기는 걸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전날 3차 TV토론에선 이준석 후보가 이재명 후보의 아들이 쓴 글로 추정되는 성폭력적 발언을 노골적으로 재현하는 등 여성혐오를 재생산하는 방식으로 공세를 가해, 여성계 및 진보정당이 이준석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의 이날 공약도 이 같은 맥락에서 더욱 눈길을 끌었는데, 이재명 후보는 전날 이준석 후보의 행위에 대해선 "그냥 뭐 안타깝다, 이 정도 하겠다"고 일축했다.
다만 이재명 후보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쓴 글에선 "대한민국의 비전과 정책, 희망을 전해야 할 대선이 비방과 험담, 입에 올릴 수도 없는 혐오의 언어들로 채워지고 있다"며 "독한 언어로 편 가르기 획책하는 분열의 정치, 이제 멈춰야 한다"고 말해 전날 이준석 후보의 언행을 간접 겨냥하기도 했다.
한편 이재명 후보는 이날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이 '이재명·윤석열 동시청산'을 표방하며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의 공동정부 구성을 합의한 것을 두고는 "내란 세력과 연합한다는 것은 해괴하지 않나"라며 "국민들 시각에선 과연 누가 청산돼야 할지를 충분히 판단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최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등이 김 후보를 지지하며 전면에 나선 것을 두고도 "(박근혜) 국정농단 세력, (이명박) 부정부패 세력, 그 다음에 국가반란 세력인 윤석열 팀. 이 세 팀이 모인 것 아닌가"라며 "그분들 다 뭉쳐가지고 그게 국민들에게 소구력이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후보는 김 후보를 겨냥 "어제 토론을 해보니까 김 후보는 여전히 윤석열 내란수괴와 단절을 말하지 못한다. 거기에 매달려 있거나 깊이 연루 또는 연결돼 있는 것 같다"며 "결국 김 후보는 윤석열의 아바타 아닌가. 김문수의 당선을 통해서 내란수괴 윤석열, 상왕 윤석열이 귀환하려고 한다, 복귀하려고 한다 이 생각이 들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후보는 이날 발표된 공약집과 관련해서는 '성장 우선 기조'와 함께 △기후에너지부 신설 △HMM 부산 이전 △상법개정안 재추진 등을 강조했다. 그는 "재정이 많이 소요되는 공약들은 제가 하지 말라고 해서 많이 뺐다. 예를 들면 기본소득 공약"이라며 "예산을 효율성 높은 영역에 우선 집중 투자해서 성장을 빨리 회복하는 게 큰 것 같다",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기후에너지부 신설 공약을 설명하면서는 "관련 부서 개편은 기후에너지부 말고도 기획재정부를 좀 정리 해야 될 것 같다. 예산기능은 분리할 필요 있을 것"이라고 기재부 분리 공약을 다시 꺼내기도 했다. 에너지전환 과제를 강조하면서는 김 후보의 '핵발전 비중 60%로 확대' 발언을 두고 "원자력(핵발전) 비중을 60%로 하려면 신규 원전(핵발전소)을 270개 지어야 하는데 그 270개를 어디다 짓나"라며 "국정을 장난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상법개정안 재추진 방안에 대해서도 "원래 국민의힘이 먼저 주장했던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상법개정에 반대하고, 언제는 하자고 했다가 또 나중엔 반대하고, 거부권 행사하고, 비난하고, 이런 걸 보면 '국정에 대해서 기본적 소양이 있나', '저긴 전문가들도 없나' 그런 생각할 때가 많다"고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이 후보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 및 기자 질의응답에 이어 오후에는 서울 어린이대공원 정문 앞에서 광진구·중랑구 집중유세를, 왕십리역 광장에서 성동구·동대문구 집중유세를 진행했다. 이 후보는 어린대공원 유세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를 겨냥 "정신나간 계엄", "약간 여기(머리)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겠나"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김 후보를 향해서도 "윤석열 아바타를 통해서 내란 세력이 복귀하고 상왕 윤석열이 귀환할 수도 있다"고 재차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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