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정 검찰총장의 자녀인 심 모 씨가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국립외교원에 채용되고 외교부의 채용전형에 통과됐다는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외교부는 특혜는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실제로는 심 씨에게만 적용됐던 요건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3일 더불어민주당 심우정 검찰총장 자녀특혜·채용비리 진상조사단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국립외교원이 제출한 자료를 확인한 결과, 최근 3년 간 기간제 연구원 다급 채용 과정에서 석사 학위 취득 예정자가 최종 합격한 사례는 심 씨가 유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최근 3년간 기간제 근로자 석사급 채용 건수는 총 6건이며, 이 중 석사학위 취득 예정자가 채용된 사례는 2건이었다. 현재 채용 비리 의혹이 제기된 심 총장 자녀가 지원한 기간제 연구원 다급 1건과 통 번역 업무를 위한 초단기간 기간제 채용 1건으로 총 2건"이라며 "결국 심 총장 자녀가 지원한 기간제 연구원 다급 채용 과정에서 석사 학위 취득 예정자가 합격한 사례는 심 총장 자녀가 유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1월 25일 국립외교원은 기간제 연구원 다급에 해당되는 연구원 채용을 공고했는데, 여기에는 자격 요건이 '해당 분야의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 후 2년 이상 관련분야 근무자'로 명시돼 있었다. 그런데 석사학위 소지지가 아닌 심 씨가 최종합격하면서 특혜 채용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지난 3월 30일 "국립외교원 해당 부서는 기간제 연구원 채용이 시작된 2021년 당시부터 응시생들이 채용 전 학위 취득 예정임을 공식증명서로 증빙하면 자격 요건을 갖추는 것으로 인정해 왔으며, 이는 채용 진행시기가 1~2월초여서 2월 말 학위 취득자를 감안한 조치"라며 "학위 취득 예정서를 인정한 사례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특정 응시자 이외에도 총 8건이 더 있다"고 밝혔으나 실제 심 씨가 채용된 다급 연구원의 경우 이러한 사례가 없었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와 관련 이날 국회본회의에 출석한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은 처음부터 석사 학위 취득 예정자라는 점을 채용 공고에 게재하지 않은 것이 문제 아니냐는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의 지적에 "그 지점은 수정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답하기도 했다.
심 씨가 올해 2월 외교부 채용 전형을 통과하는 과정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외교부는 지난 1월 3일 정책 조사와 군사‧방산 부문 나급 연구원을 각 1명 모집한다는 채용 공고를 냈다. 정책 조사 파트의 자격요건은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로서 해당 분야의 실무 경력이 2년 이상인 자'와 함께 '영어쓰기·말하기 능통자'였다.
그런데 외교부는 이 공고를 통해 면접을 본 최종 1인을 불합격 처리했고 이후 다음달인 2월 5일 외교전략본부 외교정보기획국의 외교정보 1과에서 정책조사 분야의 나급연구원을 채용한다고 '재공고'를 냈다. 여기서 재공고에 명시된 자격요건은 이전 공고와 달라졌다. 외교부는 자격 요건을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에서 '국제정치'로 바꿨다.
이에 대학원에서 '국제통상, 국제협력, 국제지역학, 한국학, 국제 개발'을 전공한 심 씨가 재공고에서는 지원 자격을 갖추게 됐다. 이 때문에 심 씨를 채용하기 위해 지원 자격을 변경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경제 관련 석사학위 요건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설사 기한을 연장한다 하더라도 해당 업무에 적합한 직원을 채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과 적격자 채용에 어려움이 발생할 경우 전공 또는 자격증 분야 변경, 학위 하향 조정 등의 방식으로 응시 자격을 완화하여 재공고를 진행한 여타 정부 부처 및 공공기관의 사례"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채용과 같이 1차 공고 후 적격자가 없어 전공 또는 자격증 분야 등 응시 자격 요건을 변경하여 재공고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기 때문에 이번 채용이 '유일'하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외교부는 심 씨가 지원 자격요건을 갖출 수 있는 '국제정치'로 바꾼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또 진상조사단에 따르면 전공을 변경한 것 역시 심 씨 사례가 유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상조사단은 "외교부는 재공고를 통해 응시자격을 변경한 2건의 사례를 제시했는데,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연구원 채용 과정에서 '미 외교 정책 및 한미 동맹 분야'를 '미 외교 정책'으로 단순 변경한 사례와 국립외교원이 기계 사원 채용 과정에서 당초 '에너지 관리 기능사 이상 자격증 소지자'에서 '해당 분야에 대한 경력 2년 이상'으로 응시 자격을 변경한 사례"가 있었다며 "두 사례는 모두 최초 공고한 범위 내에서 변경한 것이고, 심 총장 자녀 채용 과정에서 전공 분야 자체를 변경한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더군다나 두 사례는 모두 외교부 본부 채용 공고가 아닌 소속 기관인 국립외교원과 국립외교원 산하 외교 안보 연구소의 채용 공고"라며 "결국 외교부 전체 공무직 채용 과정에서 응시 자격인 전공 분야를 변경한 사례는 이번에도 심 총장 자녀 건이 유일무이하다"라고 밝혔다.
또 진상조사단은 심 씨가 지난해 2월 국립외교원 채용 당시 석사 졸업 예정증명서 발급 일자가 채용 지원 공고 마감일인 2월 5일인데 대해서도 문제를 삼았다. 이들은 "공고 마감일이 월요일인데 당일에 증명서를 발급"했다며 "채용 공고 마감일인 2월 5일이 돼서야 지원할 생각을 하고 부랴부랴 필요한 서류들을 발급한 것은 아닐까? 아니면 채용 공고 마감 직전 누군가 지원하라고 귀띔을 해준 것은 아닐까?"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심 씨의 채용 과정에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이 개입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한 의원은 박 국장이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7월경 대통령실 외교비서관실로 전입했다가 2024년 1월 외교부로 복귀해 5월 말 외교전략정보본부 외교정보기획국장으로 보직을 받았다면서, 외교부 연구원 1차 채용에 박 국장이 면접에 참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 의원은 "아무래도 용산에 파견나가 있으면 여러 부처 사람들을 접할 수밖에 없다"라며 "그런 과정에서 접점이 이뤄지지 않았을까 하는 것은 있는데 이 부분은 저희가 좀 더 깊이 파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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