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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대선을 전제로 대통령실과 국회 세종 완전 이전, 행정수도 개헌 등의 의제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유력 대권 후보들이 앞다퉈 세종시 의제를 발언하는 걸 보면 그래도 세종시가 주목받는 것 같아 다행이지만, 개헌 논의는 소모적인 논란을 떠나 질서있고 실효성 있는 공론화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2004년 신행정수도 위헌 결정으로 대통령실과 국회의 세종 완전 이전을 위해서는 행정수도 개헌이 필수적이지만, 작금의 개헌론은 내란 및 탄핵을 희석화하고 본질을 외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섣부르고 위험한 제안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물론 개헌은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것이고, 변화된 조건을 능동적으로 반영하는 최상위의 국가제도이자 법체계이다. 경제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낸 모범적 근대국가에서 초현실적인 내란사태가 작동된 현실도 그러하고, 민주공화국으로서의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한 헌법적 대전환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개헌을 위해서는 그릇도 중요하지만, 시점(타이밍)도 중요하다. 민주주의가 부정되고 헌법의 근간이 유린당한 현실에서는 더더욱 사태의 본질에 대한 평가와 성찰이 전제되어야 한다. 현실에 대한 정직하고 냉정한 직시없이 미래만을 강조하고 조망하는 것은 언어도단이자 사상누각이다.
지금의 당면 과제는 내란을 극복하고 헌정질서 및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고, 개헌은 민주헌정 질서를 회복한 토대에서 질서있게 진행하는 것이 정치적 합의 및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이다. ‘先 내란극복 및 헌정질서 회복, 後 개헌’ 공론화가 바람직한 방도이다.
2002년 대선에서 당시 노무현 후보가 신행정수도 공약을 제시한 이후, 각종 선거에서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 공약은 충청권의 핵심 공약이었다. 윤석열 내란 정부조차도 행정수도를 넘어 진짜 수도를 만들겠다고 확약했으나, 약속했던 격주 국무회의 세종 개최는 단 2회에 불과했고, 대통령 세종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 완공 시기는 지속적으로 지연되고 있다.
‘누구나 다 말로는 할 수 있는’ 수사적이고 현학적인 행정수도 공약은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560만 충청인은 행정수도 헛공약에 따른 정치적 피로감과 배신감이 극도로 누적되어 있다. 대통령 공약에는 선언적 수준을 넘어 행정수도 개헌을 포함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담겨야 하고, 임기 5년 동안의 단계적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진정성과 의지, 절박성을 입증해 보여야 한다.
새해 벽두에 윤석열의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 등으로 인해 조기 대선 등 정치일정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용산 대통령실 무용론’과 ‘광화문 청와대 불가론’이 대두될 수밖에 없고, 이에 대한 현실적 대안으로 ‘대통령실 세종 완전 이전’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 세종 완전 이전은 행정수도 완성의 상징적 조처이자 핵심적 기능이다. 대통령실 세종 이전을 필두로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의 완전 이전, 대사관을 포함한 외교 및 언론의 이전, 이와 연계된 기업 및 단체의 연쇄 이동은 현실이 될 것이다. 새로운 대한민국의 건설은 대통령실 세종 이전이 출발이 되어야 하고 중추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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