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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할아버지와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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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할아버지와손주

사람은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되어 봐야 진짜 어른이 되나 보다. 젊은 시절에는 아이들 키우는 것에 신경 쓸 여력이 없이 공부만 하고 살았다. 살림도 빠듯하고, 주말마다 어버지 댁에 문안 가는 것도 버거웠다. 살기에 정신없어 아이가 귀여운 것을 알기까지는 40년이 지난 후였다. 아들 딸이 손주를 낳아주니 얼마나 귀여운지 모르겠다. 친구들이 전화기 배경 화면에 손주들을 넣고 다니면서 자랑할 때는 부아가 나더니, 이제는 손주들이 방끗방끗 웃을 때마다 천사의 미소가 따로 없을 정도로 행복하다.

아들은 손주(손자와 손녀를 이르는 말) 둘을 낳았고, 딸이 손자만 둘을 낳았다. 이 정도면 애국자 가정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할아버지가 되었다. 처음에는 이 녀석들이 ‘하삐’라고 부르다가, 조금 크니 ‘할배’가 되었다. ‘할아버지’ 소리를 들으려면 1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할아버지가 되니 자식을 키울 때보다 훨씬 정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손주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손자와 손녀를 동시에 이르는 말’이다. 손자는 ‘자녀의 아들’을 이르고, 손녀는 ‘자녀의 딸’을 이르는 말인데, 많은 사람들이 손자와 손주가 헷갈린다고 한다. 예문을 보자.

어머니께서는 추석을 맞아 집으로 올 손주 녀석들에게 먹일 간식을 준비하셨다.

우리 손주들도 매일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든다오.

옆집 할아버지께서는 나를 친손자처럼 귀여워해 주신다.

‘손주’는 원래 ‘손자(孫子)의 비표준어’였으나, 2011년 8월 국립국어원에서 손자와 뜻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여 표준어로 인정하였다. 그러므로 “나는 요즘 손주들 보는 재미에 푹 빠졌어.” 하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 친구 중에 가끔 손자라고 해야 한다고 우기는 사람도 있는데, 구별하는 것이 맞다.

‘할아버지’는 ‘한아버지’의 변형이다. 여기서 ‘한’은 ‘크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니까 ‘아버지보다 더 큰 아버지’를 이르는 말이다. 우리말에서 ‘한’은 다양하게 쓰인다. ‘한길’이라고 하면 ‘신작로’처럼 크고 넓은 길을 말한다. 물론 ‘하나(一) ‘큰(大, 多)’, ‘왕(王)’ 등의 의미도 있다. 칭기즈칸, 마립간, 거서간이라고 할 때 ‘칸, 간’도 ‘한’과 어원이 같다. 그래서 옛날 관직에 보면 여도간, 아도간, 유수간, 신귀간 등과 같이 ‘간’을 썼다. 우리말에서 ‘한, 간’은 몽골어의 ‘칸’과 유래를 같이 하는 것으로 본다. 그러므로 ‘한아버지(아버지의 아버지)’가 변하여 ‘할아버지’가 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부모의 아버지’를 이르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의미지만 ‘늙은 남자를 친근하게 이르는 말’로 쓰기도 한다. 밖에 나가면 필자도 동네 할아버지가 된다. 그런가 하면 ‘부모의 아버지와 같은 항렬에 있는 남자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큰할아버지, 작은할아버지 할 것 없이 모두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우리 민족은 공동체 의식이 강하다. 친구의 아버지도 ‘아버님’이라고 부르고, 일반적으로 물건을 살 때도 점원이 나이가 지긋한 여성을 ‘어머니’라고 부르는 경향이 있다. 식당에 가면 모두 ‘이모’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화되었으니, 우리는 ‘한민족’이며 ‘한 민족’이다. 다문화 시대에 이런 말을 하면 국수주의자니, 단일 민족주의니 하는 말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의 민족혼은 고귀한 것이 사실이다. 다문화사회가 되어도 이러한 아름다운 의식은 간직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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