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현 주유엔 중국대표부의 다이빙(戴兵) 중국 대사를 차기 주한중국 대사로 내정했다. 이를 둘러싸고 한중 양측이 상이한 입장에 선 채 주위에서는 미묘한 신경전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
먼저, 한국 측 입장이다. 한국은 김대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차기 주중 한국대사로 내정했을 정도로 이제부터라도 중국을 의식하고자 한다. 그런데 다이빙 대사는 아프리카 전문가로서 한반도 전문가가 아니고 한국어도 못한다. 그러한 그를 대사로 보낸다는 것은, 결국 중국이 한국을 홀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에 대해 중국 측 입장은 사뭇 다른 것 같다. 중국의 정통한 소식통에 의하면 주유엔 중국 대표부의 대사는 중국 외교부 안에서도 매우 중요한 자리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 직위에 있는 인사를 한국에 보내는 것 자체가 한국을 중시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좀 더 구체적으로 들려주는 것이, 먼저 한중 양국의 주유엔 대표부의 지위가 서로 달라서 한국 측이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는 점이다. 한국은 주유엔 대표부의 "대사"가 1인자이지만 중국은 다르다. 1인자인 주유엔 대표부의 "대표"(차관급)가 있고 그 밑에 "대사"(국장급~차관보급)가 있다.
다이빙 대사는 바로 그 고참 국장급의 현직 대사다. 즉, 주유엔 대표부의 현직 대사라는 비중있고 매우 중요한 직위에 있는 베테랑 외교관을 한국의 대사로 보낸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을 중시한다는 의미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라는 것이다.
둘째, 다이빙 신임 주한 중국 대사 내정자는 한반도 전문가가 아니다. 그럼 "왜 한반도 전문가를 보내지 않고 굳이…"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현재 중국 외교부 안에 한국어 출신 고위 간부의 비축 상황에 따른 것 같다"라고 한다.
전임인 싱하이밍 대사는, 그 연령대에 한국어도 잘하는 극소수의 한반도 전문가였다. 하지만 그 이전의 주한 중국 대사는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 훨씬 더 적었다. 이는 과거에는 중국 외교부에서 한반도 전문가 외교관 양성을 극소수로 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2000년 초에 중국 외교부에 입사한, 현재 참사관급 정도의 중견 한반도 전문 외교관들도 매년 1~2명 정도만 선발했었을 정도로 적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전임 싱하이밍 대사보다도 직급이 더 높고 또 다양한 외교 경험이 풍부하며 식견이 높은 베테랑 중의 베테랑 외교관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다이빙 대사가 적임자로 발탁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같은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다이빙 주유엔 중국 대표부 대사를 차기 주한 중국 대사로 내정한 것은, 한중 관계 개선에 나서려는 우리 측에 부합하려는 중국 측의 의지가 잘 반영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므로 부질없는 생각은 이제 그만하도록 하자. 그보다는 더 건설적인 자세로, 지금부터는 한중 양국에 곧 부임할 새로운 대사들과 더불어 "가깝지만 멀게 된" 한중 관계를 "가깝기에 더 가까운" 관계로 만들기 위해 양측이 긴밀히 협력해 나가는데 더 노력해 나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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