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 씨가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직접 통화한 내용을 공개했다. 명태균 사태 관련, 윤 대통령의 육성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원내대표는 31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공천 개입을 입증하는 물증을 민주당이 확보했다"며 16초짜리 통화 녹음을 공개했다.
이 통화 녹취는 명 씨가 지인과의 대화 도중,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과시하기 위해 자신이 녹음해둔 윤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들려준 것이 재녹취된 것이다. 민주당은 녹음파일의 출처나 제보자 신상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며 "신변보호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해당 통화가 지난 2022년 6월 재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이 공천을 받기 직전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고, 윤 대통령이 언급한 '그것'은 바로 김영선 전 의원에 대한 경남 창원의창 선거구 공천을 지칭한 것으로 봤다.
앞서 김 전 의원은 당시 재보선에서 아무런 연고가 없는 경남 창원의창 선거구에 공천돼 당선됐고, 이 과정에서 명 씨와 윤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천 개입을 입증할 육성이 최초로 확인됐다"며 "명태균 사태 이후 이어진 믿기 어렵던 주장과 전언이 사실로 밝혀졌다.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입수한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 씨 사이에 이뤄진 통화 내용에 따르면, 2022년 5월 9일, 윤석열 대통령은 명태균 씨에게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것은 김영선이를 좀 해 줘라'라고 말한다"고 했다.
이어 "그리고 그 다음날인 5월 10일, 국민의힘은 실제로 김영선 전 의원을 공천한다"며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으로 공천에 개입했고, 공천 거래가 있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이자 헌정 질서를 흔드는 위중한 사안임을 입증하는 물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녹취대로라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 치러진 22년 6월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 그보다 앞서 대선과 함께 치러진 22년 3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도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명태균 씨의 뒷거래가 이뤄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명 씨와 지인 간의 대화 중 윤 대통령 부부가 언급된 또 다른 녹취 내용도 공개했다. 명 씨는 자신이 윤 대통령과 통화할 당시 윤 대통령 바로 옆에 김 전 대표가 있었다며, 윤 대통령을 '오빠'라고 부르는 등 김 전 대표의 말투를 흉내내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권에 국정은 없었다. 온통 국정농단만 가득했다"며 "대선 경선부터 대선 본선에 이르기까지, 취임 전부터 취임 후까지 사적 채널이 강력하게 작동한 '뒷거래 정권'의 추악한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제 무엇으로도 덮을 수 없고, 무엇으로도 멈출 수 없다. 강력한 심판만이 남았다"며 "민주당은 담담하게, 당당하게, 담대하게, 국민과 함께 이 난관을 돌파하겠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해당 녹취 내용이 '대통령 탄핵 사유가 된다고 보나'라는 취재진 질문에는 "아마 국민이 판단하실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음성파일의 진위를 검증했냐는 질문에는 "당에서 책임지고 확인을 했다"고 그는 답했다. 그는 "오랫동안 이 내용을 가지고 우리도 확인했고, 오래 준비했다"며 "명 씨와 관련된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내용들이 '확실한 물증이 있네 없네', '전언이네' 하는 것을 일소에 해소할 수 있는 물증"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인천 강화군 방문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침에 원내대표에게 말은 전해들었는데 아직 기사를 직접 보거나 (녹취록을) 들어보지는 못했다"며 "전해들은 얘기로는 있을 수 없는, 참으로 심각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부적인 얘기는 당에서 좀더 신중한 논의를 거쳐서 말씀드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같은날 오후 군부대 방문 일정 뒤 취재진이 이 사안에 대한 질문을 계속했지만 "제가 드릴 말씀은 아닌 거 같다"며 다만 "그게 국민의 눈높이에서 봤을 때 '훌륭한 일이구나' 할지는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라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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