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동향과 관련해 대통령실은 "최소 1만1000명 이상"이라며 "그 중 3000명 이상이 이미 러시아 서부 교전 지역 가까이 이동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군은 러시아 군복, 러시아 무기체계를 사용하면서 러시아군 체제로 편입된 위장 파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의사소통 문제 등 여러 장애 요인이 감지되고 있어서 실제 전투에 언제 참여할지는 계속 관찰 중"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우리가 베트남전에 참전해 당당하게 대한민국 군복 입고 명분있게 싸웠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북한이 내부적으로는 주민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장교들의 휴대전화를 금지하고, 파병 군인 가족들에게 훈련을 받는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주민들이나 전방 군인들이 강제 차출을 우려하며 여러 입소문이 퍼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북한군이 배치된 구체적인 교전 지역에 관해선 "서부 지역이라고 해서 수천 명을 한자리에서 수용하기는 불가능하다. 몇 군데로 나눠서 현지 적응 훈련을 하는 것"이라며 "대규모 인원이 서쪽으로 이동한 건 그냥 관찰만 하고 돌아오기 위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쿠르스크 지역이나 일부를 도네스크 등 남부 지역으로 보낼 수도 있다"면서 "언제, 얼마만큼 보내서 전투를 시작한다는 것은 아직 확정할 수 없다"고 했다.
북한군의 전투 참여가 임박했다는 판단에도 대통령실은 살상무기 지원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우크라이나에 155밀리미터 포탄 지원이 거론되는 데 대해 이 관계자는 "우리에게 포탄 지원을 요청한 적은 없다"면서 "우리가 직접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지원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은 틀렸다"고 했다.
그는 북한군 동향에 따른 단계적 대응 방침을 재확인하며 "앞으로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논의한다고 해도 일차적으로는 방어용 무기 지원이라고 얘기하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단계적 지원' 계획이 다음 주 미국 대선 일정 등과는 관련성이 크지 않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미국 대선 이후 누가 차기 미국 행정부의 수장으로 선출되든지, 우크라이나 전쟁은 대한민국 안보에 중대한 시그널을 보내는 단계에 와 있다"며 "미국의 뜻도 중요하지만, 명분과 국익도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단계적 조치의 결정적인 기준은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투 개시"라며 "우리 안보를 지켜야 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관계자는 미 대선과 맞물려 북한이 핵실험을 할 가능성에 대해선 "핵실험은 비교적 준비 시간이 짧기 때문에 언제든 결행을 할 수 있고,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준비 시간은 어느 정도는 걸리지만 그것도 역시 가속화해서 실행할 수가 있다"면서도 "최근에 그런 동향이 몇 번 관찰됐지만 중간중간에 끊기고 멈추고 있다. 급박하게 진행되는 사항은 없다"고 했다.
한편 북한군 파병 대응 논의를 위해 우크라이나가 한국에 특사를 파견키로 한 가운데, 이 관계자는 "이번주 내로 특사 파견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특사가 한국에 오게 되면 구체적으로 한국이 우크라이나와 어떤 협력을 할지에 대해서 논의를 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전황 분석팀을 파견하는 방안에도 적극성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북한군 활동의 전황을 살피고, 분석하고, 모니터링하는 의무가 주어져 있다"면서 "북한군 활동과 전황을 모니터링하는 팀을 미리 만들어 보낼 준비를 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실전 경험을 쌓고, 현대적 전술을 습득하는 것은 우리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 위협"이라며 "우리도 방어적으로 정당하게 그들의 활동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북한이 파병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정찰위성 기술을 지원받을 것이라는 관측에 이 관계자는 "러북 간 오고 간 인원들과 전략적 협력 사항으로 미뤄보건대, 보다 진전되거나 개량된 수준의 정찰위성 발사가 준비된 것으로 파악한다"며 "성공한다면 정찰 탐지 기능이 강화되는 것이어서 우리 안보에 대한 위해 요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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