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등장한 이른바 '명품 가방 수수 영상' 접속을 차단하려 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한민수 의원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심위 단독 국정감사에서 "<서울의 소리>가 지난해 11월 27일 (영상 공개를) 예고하자 류 위원장이 26일 밤 늦게 이승만 통심심의국장에게 긴급 심의 안건으로 올리라고 지시한 게 맞느냐"고 물었다. 류 위원장은 "맞다"고 답했다.
당시 류 위원장으로부터 심의 안건 상정 지시를 받았던 이 국장은 '류 위원장의 차단 지시가 사실이냐'는 질문에 "맞다"며 "11시 조금 넘은 시점에 휴대폰으로 연락주셨다"고 말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류 위원장이 긴급 심의 안건 상정을 지시한 지 두 시간 30분 만인 27일 새벽 1시30분경에는 김 전 대표 측 대리인이 방심위에 해당 영상과 관련한 권리침해 민원을 접수했다.
이에 당시 고현철 통신심의기획팀장은 류 위원장에게 "국민의 명예훼손 사안을 확인도 안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감시와 비판을 주요 임무로 하는 언론의 보도는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 "사실관계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해당 없음'으로 결정될 수밖에 없다"고 맞섰고, 결국 긴급 심의 안건 상정은 무산됐다. 현재 고 팀장은 좌천돼 부산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준휘 언론노조 방심위지부장은 "초상권이나 명예훼손은 대법원 확립된 판례가 있다. 공인 또는 공적 인물에 해당하는지, 공적 사안인지, 공익 목적인지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된다. 공인은 비판과 의혹 제기를 감수해야 한다는 이야기"라며 "방심위 직원으로서 사안이고 기본적인 사안"이라며 고 팀장의 판단이 적절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의원은 "류 위원장은 초상권‧명예훼손으로도 안 되니 이번엔 경호법으로 긴급 심의 안건으로 올리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류 위원장은 "기억이 나는 것 같긴 한데 사실관계가 좀 다르다"고 했다.
김 국장은 '류 위원장의 지시 목적이 무엇일 것 같냐'는 한 의원의 질문에 "굳이 제가 말씀 안 드려도 알 것 같은데, 담당 팀장도 국장도 안 된다고 보고하자 당시 류 위원장은 격노한 걸로 알고 있다. 그렇게 소문이 났다"고 했다.
한 의원은 "그렇게까지 방탄해서 뭐가 남느냐. 민간 독립 기관이 충성 도구로 전락했다"며 "그나마 방심위 내에 양심 있는 직원들이 계셔서 '김건희 뇌물 영상'을 국민이 보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류 위원장에게 '(김 전 대표와)지금도 연락하느냐'고 질문했다. 류 위원장은 "그런 사실 없다"고 답했다.
류 위원장은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녹취록 인용 보도 관련 심의를 요청했다는 '민원 사주' 의혹과 관련해서는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이훈기 의원은 이와 관련해 "류희림 청부 민원 사주의 최종 수혜자는 윤석열 대통령"이라며 "언론 장악의 몸통 윤석열의 머슴인 류희림 증인이 저지른 악행, 법과 심판 받을 날이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류 위원장은 "제가 국회의원을 두고 '국민의 머슴'이라고 하는 말은 들어봤어도 '윤석열 대통령의 머슴'이라고 하신 데 대해서는 지나친 표현"이라고 반발했다.
이날 여야는 류 위원장의 위원장 자격을 놓고서도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류 위원장 선출 당시 방심위원 9명 중 3명만이 의결에 참여한 것을 두고 "과정이 적법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류 씨 앞에 놓인 명패를 치워달라"고 했다.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은 당시 방심위원 추천권을 거부한 민주당에 책임이 있다며, "국회가 일을 스스로 다 하지 않고 그 책임을 행정관청에 물리고 법원에 부담이 되는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고 받아쳤다.
과방위가 방심위만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방심위는 방송통신위원회와 함께 국정감사를 받아왔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열린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청부 민원과 공익신고자 탄압 등에 대한 진상규명 청문회'에 류 위원장이 불출석하자, 과방위원들은 방심위만 별도로 국정감사를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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