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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K드라마 토대 만든 김대중의 기조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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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K드라마 토대 만든 김대중의 기조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프레시안 books] <김대중의 문화정치 : 문화-민주주의와 문화-미래주의의 접속>

"서태지는 21세기 새로운 시대의 음악과 춤에서 선구적 역할을 했고 젊은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인생을 사는 데 영향을 주었으며 단순한 가수가 아니라 사회적인 뜻을 가진 가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4년 MBC 다큐멘터리 <서태지 2004012 9>에 출연해 밝힌 내용이다. 김 전 대통령은 1990년대 당시 기성세대는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수 있는 서태지와아이들의 새로운 음악을 높이 평가했다. 정치인이, 게다가 이미 당시 70대에 접어든 기성세대가 개방적 태도로 젊은층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모습이 당시 많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서태지와아이들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 전반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이었다. 1997년 <이경규에서 스필버그까지>라는 문화‧역사 에세이를 쓸 정도로 그는 문화에 조예가 깊었다.

실제 김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문화 부문에서도 적잖은 성과를 남겼다. 이에 김대중 평화회의는 2024년 김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계기로 시리즈로 선보이고 있는 '김대중 평화회의 연구'의 세 번째 책 <김대중의 문화정치 : 문화-민주주의와 문화-미래주의의 접속>을 출간했다.

세 번째 연구 저서를 기획한 백학순 김대중 학술원 원장은 "김대중에게 문화는 단순히 창달의 대상이 아니라, 21세기에 전략 적으로 키워야 할 국가 기간산업, 미래의 먹거리로서 문화산업'을 의미했다"며 김 전 대통령의 문화에 대한 접근 기반을 설명했다.

백 원장은 "미래에는 자본, 노동, 토지가 아닌 정보와 지식 그리고 창의력이 핵심이 되는 것임을 주장한 앨빈 토플러의 주장을 받아들인 김대중은 그 미래 설계의 핵심정책 가운데 하나로서 문화산업, 관광산업을 설계하고 대통령이 되어서는 투자를 통해 문화산업, 관광산업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키워나갔다"고 전했다.

백 원장은 "IMF 경제위기 상황이었는데도, 김대중은 역사상 최초로 정부 전체예산의 1%를 문화예산으로 배정했다"며 "그는 공업과 군사력이 20세기에 국력이었다면, '21세기에는 지식과 문화가 국력'이라면서, '문화는 한국인에게 가장 적합'하기 때문에 '21세기는 한국의 세기'라 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백 원장은 문화에 대한 김 전 대통령의 또 하나의 중요한 철학이 있었다며 "우리 문화의 고유성과 창조성이 민주화된 대한민국에서 물과 공기처럼 자유롭고 또 자연스럽게 발휘되도록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켰다"고 강조했다.

▲ <김대중의 문화정치 : 문화-민주주의와 문화-미래주의의 접속>, 박소현 외 지음, 지식산업사 펴냄. ⓒ지식산업사

이번 책은 박소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가 책임편집을 맡았다. 박 교수는 "문화정책의 '지연된 민주화'와 김대중의 '검열 폐지'의 정치"라는 제목의 장에서 김 전 대통령의 집권이 문화 정책의 변곡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1990년 문화부 독립이 국가 검열 폐지를 좌절시키고 문화정책 민주화를 지연시킨 사태였으며,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과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 정립이 '지연된 민주화'를 해소하는 변곡점이었다"고 전했다.

두 번째 장은 이영재 성균관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이 "한국영화의 세계화, 정치경제학적 원천과 산업전략"이라는 제목을 통해 1999년과 2000년이 한국 영화의 '대전환'이 된 시기였다고 평가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당시 영화가 "검열과 통제 아래 정치적으로 동원되는 예술"에서 "진흥되어야 할 산업"으로 재조정됐다면서 "영화가 산업적 대상이 된다는 것, 상품으로서의 영화에 대한 국가의 추인이 얼마나 새로운 것이었는가"를 논했다.

박 교수는 이 선임연구원이 "김대중이라는 일관된 문화적 자유주의자의 집권, 그에 따른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강화가 '소비자-관객'이라는 새로운 시민상을 생성하면서 이러한 '대전환'을 추동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세 번째 장은 남상욱 국립인천대학교 교수의 "한일 문화교류의 새로운 양상 : 김대중의 말을 통해 본 일본 대중문화 개방의 의미"로, 김 전 대통령 집권 시기 이뤄졌던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살펴봤다.

박 교수는 "(남 교수는) 김대중의 문화산업정책은 문화의 소비가 아닌 문화의 산업적 생산에 중점을 둠으로써, 이전까지는 산업/경제의 바깥에 위치했던 문화와 문화예술인을 정치의 장에서 경제의 장으로 이동시켰음을 지적한다"고 설명했다.

최영화 인천연구원 연구위원은 네 번째 장 "문화산업정책의 형성과 문화의 국가기간산업화"에서 김대중 정부의 문화산업정책을 종합적으로 고찰했다. 박 교수는 "김대중 정부가 문화산업정책을 추진하게 된 대내외적 배경, 주요 추진 내용, 성과와 한계"등을 검토했다고 소개했다.

최 연구위원은 "김대중 정부가 문화산업을 '국가기간산업'으로 표방한 것도 자의적인 선택의 결과가 아니며, '자본의 국제화의 지배적 형태'와 '국제적 조건'을 고려하여 전략적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승철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교수는 다섯 번째 장 "지식기반경제와 문화의 금융화 : 벤처 주체성과 투기 실천의 확산"을 통해 김대중 정부 시기 추진돼왔던 지식기반경제로의 변화에서 내재된 문화적 의미를 살펴보고, 이에 일련의 사회문화적 변화를 '문화의 금융화'라는 관점에서 검토했다.

김항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마지막장 "세기 전환기 문화정치와 민주주의의 귀결"에서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지식기반경제가 만나는 지점에서 민주주의의 성격과 위상이 어떻게 변화되는지에 대해 담았다.

박소현 교수는 "이 6편의 글이 다루는 '문화정치'는 단일하지도 않고 균질적이지도 않다. 또 '김대중'을 조망하고 기억하는 관점도 복합적"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이 책이 의미있는 '김대중 연구'로서, 문화-민주주의-신자유주의 또는 문화-정치-경제의 삼각관계가 새롭게 구성되는 변곡점에 대한 논의를 풍부하게 해주는 시도로 읽힌다면 더없이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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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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