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강이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데 대해 외신들도 이를 주요 소식으로 전했다. 특히 외신들은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체육관광부가 '사상적 편향성'을 이유로 도서 지원사업에서 탈락시킨 작품 <소년이 온다>에 주목하면서, 그가 정권의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다는 점도 언급했다.
10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전하며 웨덴 한림원의 노벨상위원회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한 강렬한 시적 산문을 남긴 한국 작가 한강에게 노벨 문학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한 작가의 작품 세계에 영향을 미친 사건이 그가 9살 때 일어난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이 사건으로 인간의 폭력에 대한 그의 가치관이 형성됐고, 이것이 그를 괴롭혔다고 2016년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신문은 "2014년 출간한 소설 <휴먼 액츠>(Human Acts, 한국 출판명 <소년이 온다>)에서 작가는 활동가 그룹에 대한 경찰의 폭력을 관찰한다"며 한 작가의 대표 작품으로 이를 거론했다.
신문은 당시 인터뷰에서 한 작가가 "(5.18 민주화운동) 당시 부상당한 사람들에게 헌혈하기 위해 줄을 섰던 사람들의 이미지를 본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며 "어떻게 인간이 그렇게 폭력적일 수 있고, 어떻게 인간이 그렇게 숭고할 수 있을까, 소설을 쓸 때면 항상 인간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주제로 돌아간다"는 소회를 밝혔다고 전했다.
노벨 문학상 선정위원회의 안나-카린 팜 위원 역시 한 작가의 작품을 잘 모르는 독자들은 이 작품부터 먼저 읽어봐야 한다고 말하며 한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았다. 그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학생들이 주도한 민주화 시위 과정에서 많은 민간인이 사망한 사건을 반영한 2014년 소설 <휴먼 액츠>로 (한 작가에 대한 입문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미국 방송 CNN이 전했다.
그는 "<휴먼 액츠>는 산 자와 죽은 자가 어떻게 얽혀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종류의 트라우마가 어떻게 여러 세대에 걸쳐 집단에 남아 있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런데 한 작가의 대표작인 이 작품은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세종도서 지원 사업에서 '사상적 편향성'을 지적받고 최종 탈락한 바 있다. 또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지원하는 해외문화교류행사 지원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정권에 비판적이거나 야당을 지지한 문화예술인 등의 정부 지원을 배제하는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한 작가를 포함시킨 결과였다. 다만 한국문학번역원은 정부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한 작가를 지원했다.
프랑스 통신사 <AFP>는 "박근혜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그는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9000명 이상의 예술가들 중 한 명이었다"며 "예술가들은 진보적인 야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거나 2014년 약 300명이 사망한 세월호 침몰을 포함해 박 대통령의 보수 정부 및 정책 실패를 비판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외신들은 한 작가의 이번 수상이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다양성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몇 년 동안 한림원은 여성 또는 유럽과 북미 외 지역 출신 수상자가 적다는 비판에 직면한 후 문학상 수상자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전했다. <AFP> 역시 "오랫동안 서양의 백인 작가들이 지나치게 많이 선정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고 보도했다.
미국 공영방송 NPR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노벨 문학상 부문은 백인 작가들이 주도해 왔다. 2000년부터 2023년까지 유색인종(비백인)은 단 7명"이었다며 "이집트, 나이지리아, 멕시코, 일본, 세인트루시아, 미국의 유색인종(비백인) 작가들이 10년 이내에 수상했던 1980년대, 1990년대 초의 노벨 문학상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었다"고 2000년대 이후 경향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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