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일제강점기 선조들의 국적은 일본'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다 '국정감사 퇴장 명령'을 받았다. 이후로도 한동안 퇴장을 거부하던 김 장관은 야당 단독 표결로 '국정감사 증인 출석 철회의 건'이 가결되자 국정감사장을 떠났다.
1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노동부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호영 환노위원장은 "사인도 아니고 국무위원으로서 일본이 주장하는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그 입장을 고수하시는 한 정상적인 회의진행이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원활한 국정감사를 위해 퇴장해주시기 바란다"고 김 장관에게 말했다.
안 위원장은 "1965년 한일기본권협정 뿐만 아니라 우리 제헌헌법, 현행 헌법의 해석과 관련된 대법원 판결, 헌법재판소 결정에 의하면 1910년 강제병탄 조약 자체가 강압적으로 이뤄진 것으로서 무효"라며 "그(강제병탄 조약)에 근거한 일본의 통치권 행사가 불법이라는 것은 우리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도 지적했다.
퇴장 명령이 내려지자 김 장관은 "왜 퇴장을 해야 하나. 이유를 밝혀주시기 바란다"고 항의했고 여당 의원들도 "왜 퇴장을 시키느냐", "이것은 폭력이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안 위원장은 "충분히 설명했으니 장관님 퇴장하시라"며 오후 4시경 정회를 선언했다.
이후 김 장관이 퇴장을 거부하자 안 위원장은 정회 1시간 30여분 뒤 회의를 재개하고 김 장관에 대한 '국정감사 증인 출석요구 철회의 건'을 상정했다. 이 안건은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항의의 뜻을 표하고 퇴장한 가운데, 재석 10인, 찬성 10인으로 가결됐다. 이에 안 위원장은 "국정감사 증인이 아닌 김 장관은 회의장에서 퇴장해 주시기 바란다"고 요청했고, 김 장관은 국정감사장을 떠났다.
앞서 김 장관은 이날 국정감사 내내 야당 의원들에게서 '일제강점기 선조들의 국적은 일본’이라고 발언한 데 대한 사과 요구를 받았다.
환노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김주영 의원은 "김 장관께서 일본의 해석을 따르는 듯한 느낌"이라며 "한국은 일제강점기의 불법성을 주장하고 조선인들이 당시에도 일본의 정당한 지배를 받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일본은 이를 부정하고 일제 지배를 합법적이었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이어 "계속해서 장관께서 이 부분에 대해 우리 국민의 일반적인 역사 인식과 다르게 발언한다면 퇴장 조치를 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강득구 의원도 "대정부질문 때 국무총리도 (일제강점기 선조의 국적은 일본이) 아니라고 이야기했다"며 "극우 유튜버, 극우 전사 입장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입장을 물은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김 장관이 일제강점기 국적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탄핵까지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장관은 "(일제강점기에) 우리 국민들이 해외 나갈 때 국적이 명기될 수밖에 없는데 '일본제국의 여권' 이런 식으로 표현된 것이 많다", "당시 우리나라와 맺은 조약 또는 일본의 법률, 조선총독부 재령 어느 곳에도 대한민국의 국적이라는 부분은 없다" 등 논리를 펴며 거부했다.
그는 "그러나 그렇다고(국적이 일본이라고) 해서 우리 조선 민족, 우리 대한민국의 민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제시대 일본의 지배에 대해 매우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우리 민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피해를 안긴 데 대해 우려하는 심정은 저 또한 같다"고도 밝혔다.
여당 의원들도 김 장관을 옹호했다.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김 장관께서 대통령 후보 반열에 올랐기 때문에 '(김 장관을) 친일 좌파로 확실하게 찍고 가자. 그래서 보수당 대통령 후보군에 오르는 사람들을 하나씩 정리하자' 이것말고는 이해가 안 된다"며 민주당 의원들을 비판했다. 이어 "역사는 역사학자한테 맡기고 빨리 국감 들어가자"고 말했다.
국민의힘 조지연 의원도 "많은 국민께서 환노위 국감장을 지켜보신다고 생각한다. 여기는 국정감사를 하는 곳이지 '국적감사'를 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이 문제로 계속해서 공방을 벌이는 것은 맞지 않고 빨리 국정감사에 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장관께서 헌법 전문을 준수한다고 누누이 이야기했고 일제강제 침탈에 대해서도 이것 자체가 무효라고 여러 번 이야기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일제강점기 국적'에 대한 김 장관의 입장을 둘러싼 여야 간 공방이 길어진 탓에 오후 6시경까지도 노동정책 관련 질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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