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은 존대법이 참 어렵다. 외국인들은 조사나 어미도 어렵지만, 존대법은 더 어렵다고 한다. 어디에 ‘시’를 넣어야 하는지도 어렵고, 어느 선까지 ‘님’자를 붙여야 하는지도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영상 속에 나오는 사람들도 틀리게 말하는 경우가 많고, 교회에서 부르는 호칭에서도 잘못된 경우가 많다. 몇 번 논한 적이 있지만 이번에도 귀에 거슬리는 표현이 많이 들이는 관계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TV 교양 프로그램이었는데, 사회 보던 여자가 툭 하고 던진 말이다.
어휘가 낯선 게 계실 것 같아요.
도대체 저런 표현이 왜 나올까 하고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유정물도 아닌 ‘어휘’에다가 ‘계시다’라는 높임 표현을 쓴 것도 틀렸는데, ‘같아요’라는 추측의 용어를 쓴 것도 조금 이상하다. 물론 저런 상황에서는 완전히 틀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불확실하게 표현하는 것보다는
낯선 어휘가 있나 봐요?(어휘가 조금 낯설지요?)
라고 해도 무방할 것을 굳이 저렇게 표현하는 것은 왜일까 궁금하다.
얼마 전에 목회하는 친구를 만났다. 어린 시절에 같이 놀던 친구라 편하게 대화를 하는 사이였다. 보통은 여자애들이 고무줄놀이를 했는데, 이 친구는 여자애들과 유난히 잘 어울리며 고무줄놀이를 여자애들과 같이 하기도 했다. 상당히 여성적인 면이 강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친구로 만날 때는 참 좋았는데, 목사와 장로로 만나니 조금 불편한 것이 생겼다. 과거에도 한 번 쓴 적이 있지만, 직책명은 성명 뒤에다 붙이는 것이 예의에 맞는 표현이다. 그래서 소개할 때 바람직한 방법은
00교회 장로 최태호입니다.
00교회 목사 최삼룡입니다.
이와 같이 해야 듣는 사람에게 불편하지 않다. 더욱 심한 것은 이 친구가 자신의 아내를 일컬을 때 항상 ‘사모’라고 하는 것이었다. 목사의 아내를 사모라고 하는 것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아내를 사모라고 부르는 것이 옳지 않다는 말이다. 자신의 아내는 그냥 ‘아내(혹은 안사람, 내자 등)’라고 하면 되는데, 굳이 친구를 앞에 두고 ‘사모’라고 지칭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물론 필자가 장로라고 하여 아랫사람 취급해서 그러는지는 모르겠으나 자기 스스로 ‘사모(님)’이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대화를 할 때는 그냥 ‘집사람(아내)’로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사모’라는 말은 ‘스승의 부인, 스승이 될 만한 존경하는 사람의 부인을 높여 이르는 말, 목사의 부인’을 이르는 말이다. 그렇다고 목사가 자신의 아내를 사모라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남의 아내를 이르는 것처럼 자신의 아내를 이른 것이고, 자신의 아내를 스스로 ‘사모’라고 한다면 겸손하지 못한 표현이다. 필자도 제자들에게 아내를 지칭할 때 ‘사모’라는 표현은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높여주는 것이 ‘사모’이지, 자신의 아내를 스스로 높이는 것은 옳지 않다.
아이고, 우리말 참 어렵다. 아나운서나 목회자는 지도자이기 리더들이기 때문에 말하기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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