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섭 환경부 장관이 '댐 신설' 추진 입장을 고수하면서 지역민 설득 방안으로 댐 주변 '파크골프장 건설'을 언급했다. 이에 환경 시민단체는 "환경이라는 생명의 문제를 거래의 대상으로 보는 김 장관에게 환경부 장관이라는 자각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김 장관은 지난 11일 취임 50일을 앞두고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첫 기자간담회에서 "기후위기로 정부가 할 일 중 하나가 물그릇 키우기"라며 "(지역 주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곳부터 댐 신설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김 장관은 "(댐이 들어서는) 지역에 재정적, 행정적으로 충분히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자체장들이 원하는 것 중 하나가 요즘 인기가 많은 파크골프장"이라며 "하천 주변에 많이 조성하는데, 환경부가 굉장히 협조를 많이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국민 안전과 지역에 도움이 되고, 주민의 이익이 최대가 되는 방식으로 소통하고 공감대를 얻으면서 댐 신설을 추진할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환경 시민단체들은 환경부장관이 댐 건설에 이어 파크골프장 건설을 공약으로 내건 데 대해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12일 '환경 의식 찾아볼 수 없었던 환경부 장관 기자간담회' 제하의 논평을 내고 "환경이라는 생명의 문제를 거래의 대상으로 보는 김 장관에게 환경부 장관이라는 자각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단체는 "하천 부지에 들어서는 파크 골프장의 경우 하천 생태계 훼손과 농약, 비료 사용 등으로 인한 수질오염의 우려로 최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며 "특히 지난해 12월 29일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이 개정되며 파크 골프장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에서 제외됨에 따라 전국적으로 천연기념물 서식지, 개발제한구역 내 파크 골프장 개발로 인한 환경 파괴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농약 잔류량에 대한 법적 기준이 없어 잔디 관리를 위해 농약을 과다하게 사용해도 이를 알거나 막을 방법이 없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김 장관은 대규모 토목 공사로 인해 필연적으로 환경을 파괴할 수밖에 없는 댐 건설에 대한 대가로 하천 환경을 훼손하는 파크 골프장을 지어주겠다고 답변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단체는 "김 장관이 보여준 부족한 환경 인식과 전문성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기후위기 시대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위한 환경부 장관으로서의 막중한 책임을 자각하기를 촉구한다"고 촉구했다.
임도훈 '보 철거를 위한 금강·낙동강·영산강 시민행동' 상황실장은 이날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파크골프장을 유지 관리하는 데 있어 농약 등 (화학물질을) 사용하는데, 하천과 물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친다"며 "파크골프장을 정체된 물 인근에다가 만든다는 것 자체가 녹조 위험이나 기후위기, 연속되는 폭염에 대해서 전혀 불감하고 있고 판단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댐 건설 계획과 관련해선 "댐 자체가 지역 주민들은 물론 생태계에 큰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신중하고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지금 댐 신설 예정 부지나 추진 계획에는 담수 기대 용량과 용수 필요량, 강우 예측량에 대한 적합한 데이터나 수치도 없는 상태에서 막무가내로 사업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 7월 30일 신규 댐 건설과 댐 재개발 등 총 14개의 댐 후보지를 선정해 발표했다. 14개를 용도별로 보면 다목적댐 3곳, 홍수조절 댐 7곳, 용수전용 댐 4곳이다. 이 가운데 충북 단양군(단양천댐)과 충남 청양군(지천댐), 강원 양구군(수입천댐), 전남 화순군(동북천댐) 등을 중심으로 댐 신설 반대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충북 단양군은 지난달 30일 '단양천댐 건설 반대 범군민궐기대회'를 개최, 김문근 단양군수와 군의회 의장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김 군수는 이 자리에서 "정부가 댐 건설 추진을 계획한 것도 모자라, 정부라 건설 결정도 주도하겠다는 것인지 우려된다"며 "군민이 모두 힘을 합쳐 반드시 댐 건설을 저지하는 목소리를 내자"고 강조했다.
강원 양구군도 지난 9일 '수입천댐 건설 반대 양구군민 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날 궐기대회에서는 박종수 댐 반대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등 7명이 삭발식을 강행했다. 박 공동위원장은 "수입천댐이 건설되면 생태계 파괴는 물론이고 3면이 모두 댐으로 막혀 지역 발전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 주민들의 생존권까지 위협할 것"이라고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충남 청양군의 경우, 지난 9일 댐 신설에 참성하는 주민들만 참석한 채 환경부의 주민설명회가 진행됐다. 앞서 지난달 27일 주민들의 반발로 주민설명회가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다.
전남 화순군의 경우에는, 지난 6일로 예정됐던 환경부 주최 주민설명회가 주민들의 반발로 무기한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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