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대란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협의체에 참여할 의료계 대표로 거론되고 있는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을 향해 "같은 테이블에 앉지 않겠다"고 밝혔다. 의료계 내 내분 상황이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과정에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박 비대위원장은 10일 페이스북에 "임 회장은 사직한 전공의와 휴학한 의대생을 대표하지 않는다"며 "임 회장 및 이하 대한의사협회 집행부는 전공의와 의대생 언급을 삼가시길 바라며, 임 회장의 조속한 사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아래 기재된 네 사람은 그 어떤 테이블에서도 임현택 회장과 같이 앉을 생각이 없다"며 자신의 이름과 함께 김서영·손정호·조주신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이름을 적었다.
의협은 전날 "(의료 현장의) 위기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전공의들의 복귀"라며 "의대 증원 백지화는 전공의 복귀의 최소 조건"이라고 주장했는데, 전공의 대표인 박 비대위원장이 전공의를 언급하지 말라며 의협 측에 날을 세운 것이다.
박 비대위원장이 페이스북에 임 회장 비판 글을 쓴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그는 지난 6월 '의협 중심 의료계 단일 창구'를 꾸린다는 소식에 대해 "임 회장은 뭐하는 사람인가? 뭘 자꾸 본인 중심이라는 것인지"라고 비난했다. 이어 7월 간호법 관련 의협 대응을 비판하며 "임 회장이 아직도 중요한 게 뭔지 모르겠다면 이제 부디 자진 사퇴를 고려하시길 권한다"고 했다.
이처럼 전공의·의대생 단체와 의협 간 반목이 지속됨에 따라,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과정에서 누가 의료계를 대표할지를 두고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임 회장은 전날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나는 등 정치권과의 대화에 상대적으로 열린 자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각각 '병원 이탈', '국가고시 거부'를 무기로 의대 증원 반대 주력 대오를 형성하고 있다.
한편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 브리핑을 열고 의대 증원 이후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교육부 소관 국립대 의대 시설 확충 등에 약 2조 원, △복지부 소관 전공의 수련 등에 약 3조 원 등 총 5조 원의 예산을 내년부터 2030년까지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예산을 미끼로 한 일종의 유화책을 낸 격으로, 이는 당장 내년부터 의대 정원을 늘린다는 가정에 따른 계획안이라 여야의정 협의체 결과에 따라 일부 수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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