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출신인 국민의힘 인요한 최고위원이 누군가에게 환자 수술을 부탁한 듯한 문자메시지가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인 최고위원은 평소 친분이 있는 집도의에게 수술을 잘 해달라는 의례적인 대화라는 취지로 해명했으나, 의료 공백 논란과 맞물려 야당은 "수술 청탁"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된 인 최고위원의 휴대폰 사진에는 '부탁한 환자 지금 수술 중. 조금 늦었으면 죽을 뻔. 너무 위험해서 수술해도 잘 살 수 있을지 걱정이야'라는 수신 문자에 인 최고위원이 '감사감사'라고 답한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인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해당 환자의) 집도의가 이미 정해졌고, 그 집도의하고 내가 아는 사이니까 '수술 잘 부탁합니다'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야권의 '수술청탁' 의혹에 대해선 "재미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인 최고위원은 또 "(이미 해당 환자의) 교수가 정해져 있는데 (환자의 지인으로부터) 믿을만 하냐는 전화를 받고 '예 믿을만한 사이다', '아는 사이다' (한 것)"이라며 "이런 전화를 일주일에 몇 개씩 받는다"고 했다. 이미 정해진 수술을 맡은 친분 있는 집도의에게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한 것일뿐 '수술청탁'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인 최고위원은 "(환자 전화를 받으면) 제가 국회의원입니다, 못 도와드립니다(라고 한다)"며 "환자들한텐 '이제 의사가 아니다'(라고 한다), 그래서 예약센터로 안내한다"고 했다.
그는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법적인 해석은 잘 모른다"고만 했다. 그러나 인 최고위원의 해명에도 야당 측은 "빽 있는 권력층은 의료 붕괴에 상관 없다는 뜻"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빽 있는 권력자들에겐 의료체계가 붕괴되든 말든 응급실 기능이 망가지든 말든 상관이 없다는 인식을 이 짧은 문자메시지 하나에서 다 읽어낼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노 대변인은 '청탁이 아니었다'는 취지의 인 최고위원 해명을 두고도 "공개된 문자에 '조금 늦었으면'이라는 문구가 담겨있는 것에 비추어 볼 때 납득이 어렵다"고 했다. "정부여당이 그 동안 보여준 언행 때문에 국민 대부분이 쉽게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노 대변인은 또 "윤석열 대통령은 사람이 죽어나가는 의료붕괴 사태가 현재 진행형이고 악화일로에 있는 데도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국민을 속였다"며 "현실이 이러하니 인 최고위원의 문자는 터질 것이 터진 셈"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장철민 의원은 이날 예산결산특위에서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에게 "대학병원 의사나 병원에 수술을 청탁하는 게 김영란법 위반인가 아닌가"라며 청탁금지법 위반 가능성을 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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