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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대리 기사들이 '프리' 아닌 '노예'처럼 일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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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회장님' 대리 기사들이 '프리' 아닌 '노예'처럼 일하는 이유

[좌담회] 법인 대리운전기사들, 노동조합으로 뭉치다

회사 임원을 수행하는 운전기사는 회사가 직접고용한 이들일까? 다 그럴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법인 대리운전업체와 계약을 맺고 기사를 공급받아 임원과 직원의 업무상 이동에 활용하는 기업이 많다. 실제 한 대리운전업체는 삼성, CJ, LG 등 계열사에 대리운전 서비스를 제공 중이라고 홍보한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은 이런 일을 하는 법인 대리운전기사 수를 수도권에서만 1만 8000여 명으로 추정한다.

그럼 대리운전업체는 기업에 공급하는 기사와 직접고용 계약을 맺고 있을까? 이 또한 아니다. 법인 대리운전기사는 회사와 근로계약이 아닌 건당 계약을 맺고 일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다. 회사 임원을 수행하는 기사들도 불안정한 수입, 고용 불안 등 일반적인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그대로 겪고 있다는 뜻이다.

이같은 상황을 해결하고자 대리운전노조가 최근 법인 대리운전 기사들을 노동조합으로 조직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대리운전노조 사무실에서 대리운전노조 조합원으로 활동 중인 법인 대리운전기사 4명을 만나 법인 대리운전기사의 노동환경과 필요한 변화에 대해 들었다. 특수고용 노동자인 이들에게 윤석열 정부의 '노동약자지원법'에 대한 생각도 물었다.

이들은 회사와 직접고용된 것이 아님에도 결국 회사에 종속된다고 이야기했다. 일감 배정 과정에서 회사의 입김이 센 만큼 업체의 갑질이나 불투명한 회사 운영에 불만을 제기하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법인 대리운전업체들은 이른바 '문제기사' 정보를 공유하며 사실상 '블랙리스트'를 운용하고 있다고도 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약자지원법'에 대해서는 "사탕발림법"이라고 표현했다. '노동약자'를 따로 떼어내 관리하겠다는 것은 작은 개선을 대가로 근로기준법이나 노동조합법을 적용받을 생각은 포기하라는 말과 다름 없다는 논리다. 그러면서 정부가 '노동약자'로 부르는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 등의 법적 노동자성을 인정해 근로기준법을 적용받게 하고, 노동조합을 결성해 스스로 노동조건을 바꿀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들은 일차적으로 법인 대리운전기사 10% 조직화를 목표로 노조 활동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불공정한 배차, 불투명한 회사 운영, 업체의 갑질 관행을 바꾸고, 노동안전교육 실시, 직업병 대응방안 마련 등도 해내고 싶다고 밝혔다. 이들의 활동을 응원하는 법인 대리운전기사가 많다는 점도 함께 전했다. 아래는 대리운전노조 조합원 네 명과 나눈 대화 전문이다.

▲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대리운전기사 사무실에서 만난 김현수 대리운전노조 수도권법인기사대책위원회 위원장(왼쪽)과 한철희 대리운전노조 조직국장(오른쪽). ⓒ프레시안(최용락)

"프리랜서면 '프리'하게 일해야 하는데 복장 규제에 운행 보고까지"

프레시안 : 법인 대리운전기사란 말이 생소하다. 일반 대리운전기사만큼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어떤 일을 하는지 듣고 싶다.

한철희 대리운전노조 조직국장 : 법인업체와 계약을 맺고 대리운전기사를 공급해주는 회사를 법인 대리운전회사라고 한다. 옛날에는 법인업체마다 수행기사가 다 따로 있었다. 복지 혜택 등 경비를 줄이고 직접고용에서 발생하는 책임을 회피하려고 회사들이 대리운전 건당 계약을 맺는 법인 대리운전기사 사용을 늘리기 시작했다.

프레시안 : 건당 계약은 어떤 형태인가?

김현수 대리운전노조 수도권법인기사대책위원회 위원장 : 지방 출장을 가는 직원이나 임원을 편도나 왕복으로 태워다 주는 일이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간다고 하면, 모셔다 드렸다가 하루 이틀 뒤 업무가 끝나면 다시 부산으로 내려가 서울로 모시고 오기도 한다. 골프장으로 수행하기도 하고 퇴근할 때 이용하는 분도 있다. 공항에 태워다 주거나 하루 종일 수행하는 경우도 있다.

프레시안 : 보통 같은 임원을 맡나?

김현수 : 같은 임원을 자주 만나는 경우가 흔하다. 5번, 10번씩도 만난다. 운행 스타일이 마음에 든다거나 비흡연 기사라거나 하면 고객이 먼저 업체에 다시 그 기사를 보내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그런 경우에는 고객이 1만 원 정도를 더 낸다.

프레시안 : 한번 운행하면 얼마 정도를 받나?

김현수 : 업체마다 조금씩 다른데 보통은 8시간에 10만 원 정도를 받는다. 회사가 그 중 수수료로 20% 정도를 떼간다.

프레시안 : 일반 대리운전기사와 또 다른 점이 있나?

김현수 : 일반 대리운전기사들은 업체가 공지한 대리운전 '콜(호출)' 프로그램에서 콜을 잡는다. 법인 대리운전은 업체가 따로 기사에게 전화를 걸어 강제 배차를 하는 경우가 있다. 먼 곳으로 가야 하면 하루 일당을 손해 보기도 하지만, 안 한다고 하면 퇴사 협박을 받기도 하기 때문에 안 할 수가 없다.

이은주(가명) 법인 대리운전기사 : 관리자가 직접 전화를 걸어 콜을 주는 일이 있으니까 어떤 기사는 콜을 많이 받는데, 어떤 기사는 소외된다. 대리운전 콜을 프로그램이 아니라 회사 밴드(SNS)에 올리고 댓글로 콜을 잡게 하는 일도 많다. 콜 프로그램 보고 있는 기사만 바보가 된다. 공정하지도 않고 배차 과정에 회사 입김도 세다.

한철희 : '숙제'도 있다. 회사에서 밴드에 꼭 수행하라고 내는 콜이다. 기사들의 운행 업무를 관리하려는 거다. 숙제를 안 하면 콜을 안 주거나 프로그램에서 콜이 안 보이게 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불이익을 준다. 운행할 때는 출발지, 경유지, 특이사항까지 문자나 전화로 보고한다. 왕복 대리운전 콜을 받을 경우 임원이나 직원들이 일을 하는 중에는 내려준 곳에서 대기해야 한다. 그 동안 다른 콜은 못 잡는다. 전체적으로 종속성이 강하다.

김현수 : 복장 규제도 있다. 일반 대리운전기사들은 옷을 편하게 입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여름에는 와이셔츠에 정장 바지를 입고, 겨울에는 풀 정장을 입는다. 코트를 입으라는 업체도 있다. 아예 회사 밴드에 복장 공지를 한다. 이를 어기면 1차는 경고, 2차는 계약해지 같은 조치가 취해진다. 여름에 햇볕 때문에 팔 토시를 꼈다고 계약 해지된 기사도 있다.

복장 위반으로 벌금을 매기는 곳도 있다. 스트라이프 옷을 입으라고 공지했는데, 체크 옷을 입었다? 그러면 체크옷을 입은 기사에게서 10만 원 벌금을 매기는 식이다. 그 10만 원을 복장 규정 위반을 신고한 기사에게 주기도 한다. 기사들 사이에 불안감을 조장하는 이상한 시스템이다.

이은주 : 업체나 정부는 우리를 특수고용, 프리랜서라고 하는데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프리랜서면 '프리'하게 일해야지 복장이고 숙제고 각종 규정을 두면 프리랜서가 아니지 않나.

▲ 법인 대리운전기사들의 요구사항이 담긴 선전물과 대린운전기사 보험 할인·할증제도 관철을 위한 대리운전노조의 활동사진이 한 건물 앞에 세워져있다. ⓒ대리운전노조

"불공정 배차, 불투명한 공금 사용…해고될까 봐 항의도 못한다"

프레시안 : 일하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더 듣고 싶다. 대리운전 콜 프로그램이 아니라 회사 밴드를 통하거나, 회사에서 기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배차한다고 이야기했는데, 배차와 관련한 또 다른 문제가 있나?

김현수 : 팀 우선 배차도 있다. 법인 대리운전기사들이 주말에 고객들 모시러 골프장에 많이 다닌다. 한 업체는 일정 지역에 거점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 회사 안에 있는 특정 팀 기사들만 30명, 50명씩 대기시킨다. 그 기사들이 좋은 콜을 받아간다. 그 팀에는 어떻게 들어가나. 가입비를 내야 한다. 그런 고가 콜은 콜 프로그램에는 안 올라온다.

한철희 : 삼성전자 같은 경우에는 사옥 안에 기사 대기실이 있다. 그 안에 기사들이 꽉 차 있다. 삼성 대리운전 콜은 사옥 안에 있는 전광판에 뜬다. 그걸 보고 특정 팀에 소속된 기사들이 일감을 잡는다. 그 팀에 들어가려면 어마어마한 노력을 해야 한다. 사실상 삼성 대리기사나 마찬가지인데 직접고용하지 않고 그렇게 쓰는 거다. 나이 제한도 있다. 40대 기사에게 먼저 콜을 보여주고, 아무도 안 잡으면 50대 기사에게 보여주고, 그래도 안 잡으면 60대 기사에게 보여준다.

이은주 : 여성 기사는 그 중에서도 마지막에 보여준다. 제일 하순위다.

한철희 : 월 보험 가입도 영향을 준다. 대리운전기사는 사고 등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월 보험과 일 보험 중 하나를 들 수 있다. 월 보험은 매월 얼마 보험료를 내는 거고, 일 보험은 일할 때만 보험료를 내는 거다.

보통 월 보험 기사는 모든 콜을 다 받을 수 있다. 일 보험 기사는 골프장 콜 같은 몇몇 콜을 못 받는다. 어떤 회사는 월 보험 가입을 안 하면 특정 콜에는 보험 적용이 안 된다고 하는데 거짓말인 것 같다. 또 다른 회사는 일 보험 기사도 모든 콜을 다 받을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기사 관리 등에서 자신들에게 유익한 게 있어서 월 보험 기사에게 유리한 대우를 한다고 본다. 문제는 월 보험 기사에게 좋은 콜이 가니까 두 개 회사 월 보험에 가입하는 기사들이 있다는 거다. 이러면 보험료를 중복해서 내게 된다.

프레시안 : 월 보험 말고도 회사에서 정기적으로 떼어가는 돈이 있나?

이은주 : 더 있다. 먼저 직원들 경조사가 있으면 회사에서 경조사비를 준다는 명목으로 기사들에게서 매달 경조사비를 걷어간다. 저는 지난달 기준 1만2000원을 냈다. 우리 회사 기사가 1945명이다. 한 달에 총액으로 2334만 원을 걷었을 거다. 지난달에 우리 회사에서 6명이 돌아가셨다. 그럼 회사가 경조사비를 한 명당 389만 원씩 줬을까? 기사들은 모른다. 관리비도 하루에 660원씩 뗀다. 30일을 기준으로 하면 1만9800원이다. 우리 회사 사람 수가 1945명이니까 이것도 한 달에 4156만 원이다.

한철희 : 관리비나 경조사비, 월 보험료를 떼가려고 미리 기사들에게 계좌를 만들게 하고 충전금을 넣어놓게 한다. 충전금이 20만 원 이하로 떨어지면 콜을 안 주는 회사도 있다. 관리비나 경조사를 어떻게 쓰는지는 단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다. 수면 위로 올려야 한다.

이은주 : 수수료를 잘라먹는 문제도 있다. 고객들이 콜이 잘 안 잡히면 평소 8만 원에 잡는 콜을 10만 원에 잡는다. 기사들 입장에서도 안 좋은 콜이니 안 잡는 거지만, 회사가 가라면 갈 수밖에 없다. 그럼 고객이 더 낸 2만 원은 어디로 갈까? 보통 회사가 가져간다.

프레시안 : 콜을 주는 회사와 기사 사이에 갑을관계가 형성된 것 같다.

김현수 : 관리자들에게 밉보이면 배차가 제한되니까 자기 의견을 말하기가 어렵다. 밴드에서 회사에 대한 불만을 말하면 고압적인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또 회사에 항의를 했다거나 마음에 안 드는 기사에게 '락'이라는 걸 하나씩 건다. 빨간 별을 달아주는 거다. 심지어는 '락' 정보를 업체들끼리 공유한다. 개인정보 유출에 인권침해 아닌가. 실제로 한 업체에서 '락'이 걸린 기사가 다른 업체에서 일하려고 하면 '기사님 락 걸려 있네요. 우리 콜 안 돼요'하고 콜을 안 주기도 한다.

프레시안 : 일종의 블랙리스트처럼 보인다. 고객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있을 것 같다.

김현수 : 고객을 공손하게 대우하고 잘 모셔다 드렸는데도 클레임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한번은 '나이 든 기사를 보냈다'고 클레임을 건 고객도 있었다. 그러면 관리자가 기사에게 전화를 걸어서 왜 개인 관리를 그렇게 안 하냐고 따진다. 그런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고객들이 쌍욕을 해도 참고 넘어가는 분이 많다. 사무실에 이야기해봐야 좋은 말 안 돌아오니까. 우울증을 겪는 기사들도 많은데 이에 대한 회사 차원의 대책은 들어본 적이 없다.

프레시안 : 장거리 운전을 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은데 운행 중 쉴 권리는 보장되나?

김현수 : 장거리 운행을 하다 보면 생리현상을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도 고객이 '바쁜데 빨리 갑시다'하면 그냥 가야 한다. 저만 해도 방광염을 4번 겪었다.

박은정 법인 대리운전기사(가명) : 저는 아예 기저귀를 차고 다녔다. 너무 급한데 화장실 가기 어려우니까.

김현수 : 아파도 쉬기 어렵다. 코로나가 유행하던 때에 제가 겪은 일이다. 뒤에 손님이 기침을 정말 심하게 했다. 그런데 마스크를 써달라고 요구할 수가 없었다. 컴플레인 들어갈까 봐 걱정되니까. 결국 코로나에 걸려서 일주일 쉬었다. 아파서 쉬는 기간 동안 손실은 다 제가 감당했다. 그런 식으로 코로나 유행 기간에 세 번은 걸렸다.

한철희 : 독감 같은 건 걸려도 그냥 일하는 경우가 많다. 쉬는 만큼 수입에 손실이 생기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노동안전교육은 이뤄지나?

한철희 : 옛날에는 노동안전교육을 하는 업체가 있었다. 1년에 4번 정도 했다. 그런데 그 업체에서 짤린 노동자가 나중에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라며 퇴직금 진정을 넣었다. 그때 노동자 측이 업무지시, 회사 배지, 노동안전교육을 종속성 근거로 제출했다. 그다음에 그 회사가 노동안전교육을 없애버렸다.

2시간 운전하면 15분 쉬어야 한다거나 하는 안전교육이 이뤄지고 실제로도 적용돼야 한다. 운전자가 피곤한 상태에서 운전하면 손님도 위험하다.

▲ 대리운전노조 소속 법인 대리운전기사들이 동료 기사들에게 얼음물과 커피를 나눠주며 노동조합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대리운전노조

"'노동약자지원법'? 사탕발림…노동조합과 노동자성 인정 필요하다"

프레시안 : 지금까지 말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노동조합이 할 일이 많을 것 같다. 노동조합을 만든 과정에 대해 듣고 싶다.

한철희 : 저는 원래 대리운전노조 조합원이었고, 일반 대리운전기사 일을 했다. 일반 대리운전 기사들의 억울하고 불편하고 잘못된 노동환경에 눈을 떴는데 몇 년 지나니 한 여성 기사가 와서 '왜 법인 기사는 신경 안 쓰냐'고 했다. 대리운전노조 중앙간부 중에 법인 대리운전기사가 없었다. 내가 한 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법인 대리운전기사 일을 시작했다.

가서 보니, 종속성도 더 강한데 노예 취급받고, 업체들에 억압받고 있었다. 이건 반드시 깨야 한다고 생각했다. 법인기사 모임을 만들었고, 다 같이 한 업체를 상대로 교섭을 해보자고 마음 먹었다. 사람들이 점점 모이고 있는 상황이다.

프레시안 : 노동조합을 통해 가장 먼저 해결하고 싶은 건 뭔가?

김현수 : 월 보험 통합이 시급하다. 지금은 일하는 업체 별로 기사들이 보험을 다 따로 든다. 그러면 한 보험에만 가입하는 것보다 몇 배로 보험료를 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대리운전업체에 통합 보험을 운영하라고 권고했다. 의무가 아닌 권고라 문제다.

관리비, 경조사비를 기사들 의지와 상관 없이 일괄적으로 걷는 것도 갈취라고 볼 수밖에 없다. 바꿔야 한다. 수수료 제도도 투명하지 않다.

불공정한 배차도 문제다. 여성 기사 배차를 차별하는 문제 해결해야 한다. 특정 팀에 배차를 몰아주고, 밴드에서 배차를 하는 것도 불필요하다. 업체들이 처음에 콜을 올리겠다고 한 어플에 모든 콜을 올려야 한다.

기사들 직업병과 관련한 문제도 해결책을 찾고 싶다. 이 일을 20년 이상 하신 기사들은 족저근막염, 무릎, 허리, 어깨 근골격계 질환, 관절염 등 다 걸린다. 우울증을 앓기도 한다. 기사와 업체들이 기구를 만들어서 아픈 기사들을 구제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프레시안 : 정부가 법인 대리운전기사들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

김현수 : 업체를 제도화하고, 관리 감독을 해야 한다. 지금 법인대리운전업은 등록제다. 가이드라인을 정해서 그걸 통과한 업체만 이 업종에 들어올 수 있게 해야 한다. 기사들 처우나 안전에 대한 프로그램을 가진 업체들에게 우선적으로 허가를 내줘야 한다.

한철희 : 기사들이 경조사비, 관리비, 월 보험을 위해 넣어놓는 충전금에서 제2의 위메프 사태가 발생할 소지도 있다고 생각한다. 충전금을 넣어놨는데 어떻게 굴리는지도 모르고 공개된 적도 없다. 3년 전쯤에는 한 법인 대리운전업체가 그 돈을 갖고 실제로 잠적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면 돈을 찾을 방법이 없다.

이은주 : 한 회사에서는 오너가 노름으로 재산을 탕진해서 충전금으로 메꾸다 기사들이 결국 자기 돈을 못 찾는 일이 있었다. 그런 것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방치만 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프레시안 : 윤석열 정부의 노동약자 지원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한철희 : 무늬만 만들어놓은 것 같다. 제스처만 취할 뿐이지 속을 들여다보면 노동약자를 위해 행해지는 것은 없다고 느낀다. 노동자 중에 약한 사람을 노동약자라고 하는 것 같은데 노동약자로 두고 따로 관리하겠다고 할 게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한다.

김현수 : 사실 사용자를 위한 법이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업체들을 보호하자는 법이다. 대리운전기사 같은 노동자들은 플랫폼 노동자로 남으라는 거 아닌가.

한철희 :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순간 사용자가 나온다. 사용자가 나오는 순간 정부나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져야 할 의무가 생긴다. 저는 그 의무가 당연한 거라고 본다. 근로기준법을 적용한다든가 더 투명하게 갈 수 있는 길이 많은데 자꾸 사용자성을 부정할 길을 열어줘서 뒤로 숨는다.

김현수 : 정부 노동정책 중에 또 하나가 노조 불신 아닌가. '노조하지마. 당신들. 우리가 요만큼 해줄 테니까 노동자성 인정이나 노조 활동은 포기해' 그러면서 사탕발림법을 하나 만드는 거라고 본다.

프레시안 : 노조를 조직하려 대리운전기사들을 만나보면 반응은 어떤가? 또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김현수 : 꼭 필요하고 취지가 너무 좋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열악한 대우 속에서 20년 이상 살았으니까. 다만 겁을 낸다. 퇴사 압박이나 배차 제한에 걸릴까봐 웅크려 계신 분들이 많다. 선뜻 나오지는 못하는 것 같다. 다만 노조의 비전에 동의하고 불공정 행위에 분노하는 사람은 많다. 수도권에만 법인기사가 1만 8000명 정도 된다. 10퍼센트 정도를 먼저 규합하려 한다.

이은주 : 제일 불만이 많은 건 배차 차별과 요금 잘라먹기다.

한철희 : 법인 대리운전기사 조직화는 해본 적이 없다. 한번도 가지 않은 길이었다. 시도한 적이 없는데 보통의 대리운전기사와 비교하면 소속감이 강하다. 보통의 대리운전기사들이 오늘 본 사람을 내일 보기 쉽지 않다. 스쳐가는 사람, 동료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기 휩다. 법인기사들은 거의 매일 본다. 골프장 같은 데서 콜이 많이 잡히는데 혼자 가면 힘드니까 동료들이랑 같이 택시 타고 가면서 일한 이야기도 하고 똑같은 손님 모셨다는 이야기도 하고 그런 공통된 경험이 많다.

자기들이 당장 나서지는 못해도 누군가 나서서 변화를 만들려 하고 있다는데 고마움도 느끼는 것 같다. 일반 대리운전기사들을 조직할 때보다는 활력이 넘친다고 느낀다.

프레시안 : 앞으로 법인 대리운전노조의 활동을 기대하겠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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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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