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여전히 폭염경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전남 나주시 금천면에서 만난 장모씨(52)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가족과 함께 배 농사를 짓는 장씨는 추석 대목을 앞두고 바쁘게 일손을 놀려야 하나, 예년만큼 주문이 들어오지 않는다며 배나무만 만지작 거렸다.
장씨는 "명절이 다가오면 경매가 활발해져야 하는데, 경기침체로 수요가 크게 줄었다"면서 "올해처럼 배를 찾는 사람이 없는 것은 처음"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 올해는 배의 작황이 좋고 당도도 높아 품질은 예년에 비해 뛰어나지만,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수요가 많지 않아 가격은 바닥을 기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해에는 냉해로 인해 경매시장에서 나주배 15㎏ 한 박스에 20만원을 호가했으나 올해는 3~4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씨는 "직장생활 20년을 해도 멀쩡하던 치아였는데, 귀농하고 배농사를 시작한 이후 스트레스로 잇몸이 내려앉아 앞쪽 윗니가 다 빠졌다"며 지난 10년간의 고된 귀농 생활을 털어놨다.
장씨의 과수원은 가족끼리 배를 수확·포장하고는 있지만 배가 제값을 못 받으니 인건비를 감당하기 힘들 지경이다. 가을 수확철에 꼭 필요한 외국인 노동자 수급도 부담스럽다.
그는 수입산 과일 등 대체재가 많아져 배를 찾는 사람이 줄었다면서 "이제 배는 제수용품이라 추석이 지나면 가격이 폭락해 그전에 수확하고 팔아야 하는데, 이렇게 헐값에 팔리니 사람을 부를 수도 없다"며 "얼마 전 뉴스를 보니 논을 갈아엎은 농민들이 나오던데, 그 심정이 이해가 된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인건비 등 농사비용이 너무 올랐다"며 "다른 농가들도 손을 놓고 있다"고 전했다.
빈 트럭 앞에 걸터앉아 땀을 훔치며 한 모금의 담배 연기를 내뿜는 장씨의 눈빛은 무겁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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