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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에게 의사 업무 강요한 자 누구인가?

[독자기고] 박금숙 원광보건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박금숙 교수

얼마 전 한 의사가 지역일간지에 ‘의료대란 속 간호법 다시 쟁점화’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게재했다.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극에 달하는 사이 간호법이 의료대란의 또 다른 뇌관이 되고 있다는 것이 이 글의 주된 내용이었다.

특히나 정부와 여당의 주도로 간호법이 추진되고 있어서 의사단체에 ‘괘씸죄’를 적용한 보복성 정책이라고 말했다.

또 타 직역 보건의료계의 강한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고도 했다. 그 이유로는 진료지원 업무를 하는 간호사의 법제화와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의료기관’이 아닌 ‘지역사회’로 규정한 내용 때문이라고도 지적했다.

이 같은 주장은 사실일까? 의과대학 증원에 반대하며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떠난 지도 어느덧 6개월이 넘었다.

지금 전공의들이 떠난 의료현장에서는 간호사들이 전공의 업무를 강요받고 있고, 법적인 보호장치마저 미흡해 불법에 내몰리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의사가 부족해 간호사에게 의사의 일부 업무가 떠넘겨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의료공백 상황 이후 정부는 간호사를 보호하기 위해 의료법의 상위법인 보건의료기본법에 근거를 두고 지난 2월 26일부터 간호사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다. 그러나 시범사업에 대상 의료기관 387곳 중 39%인 151개 기관만이 참여하고 있다.

나머지 236곳 61%의 기관은 이 사업에 참여하지도 않으면서 간호사들에게 의사 업무를 하도록 지시하는 탓에, 현장 간호사들은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불안 속에서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의사들은 불난 집 구경하듯 우리에게 닥친 의료 상황은 외면한 채 ‘간호사를 제외한 모든 보건의료 단체들이 반대한다’, ‘간호사들이 의사의 업무를 하게 돼 보건의료체계가 붕괴할 것이다’, ‘타 직역의 업무범위 침해를 넘어 우월적 지위를 지나치게 보장해주게 되고 단독 개원을 가능하게 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

정부가 의료시스템을 개선하고자 부족한 의사를 늘리겠다고 발표하자, 국민 생명은 내팽개치고 자신들의 이익을 좇아 환자 곁을 떠난 자는 누구이며, 정작 의사가 부족해 간호사에게 자신들의 업무를 강요한 자는 누구인가?

주장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논증이라고 한다. 그리고 논증을 위해 제시한 사실, 이유, 원인 등 타당한 근거를 논거라고 한다.

그러나 ‘간호법을 모든 보건의료 단체들이 반대한다’는 거짓과 ‘우월적 지위를 지나치게 보장해주게 되고 단독 개원을 가능하게 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지나친 상상만을 담아 반대만을 위한 반대만을 또다시 말하고 있는 것은 정당성을 상실한 공허한 주장이 될 수밖에 없다.

간호법은 지금의 위기적 의료 상황이 말해주듯 간호사 개인의 권익 보호를 넘어, 전체 의료시스템의 질적 향상과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필수적인 법안이다.

간호법은 그동안 수차례의 공청회와 국회 법안 심의를 거쳐 만들어진 법안이다. 이제는 간호법 제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사회는 간호사의 역할을 제대로 인식하고, 국회와 정부도 이들의 권리를 보호하며, 보다 나은 의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간호법 제정에 대한 논의를 이제는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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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근

전북취재본부 정재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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