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과거사 문제와 관련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대통령실은 일본이 이미 수십 차례 사과했기 때문에 피로감이 쌓여 있다며 김 차장 발언을 옹호하고 나섰다. 광복절을 전후로 불거진 윤석열 정부의 '친일' 논란에 기름을 끼얹은 형국이다.
18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1965년 한·일 수교 이후 식민지배에 대한 일본 정부의 수십 차례 사과가 있었고, 그런 사과가 피로감이 많이 쌓여 있다"며 "한일 간 필요한 과거사 문제는 윤석열 정부도 적극 개진하면서 일본과 풀어가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과거사 문제와 병행해서 새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한·일 관계와 한미일 관계가 대한민국 기업과 국민에게 안겨주고 있는 여러 혜택과 기회 요인들을 함께 평가해야 할 것"이라며 "작년 3월 12년 만의 한일관계 개선이 없었다면 캠프 독트린도 없었을 것이고, 한일 간에 우리 기업과 국민이 새로 맞아들인 기회 요인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우리를 새롭게 부상하는 강력한 경쟁자로 여기면서 긴장하게 하고, 인-태 지역에서 한국이 여러 가지 적극적 역할을 펴는 모습을 경외하게 만듦으로써 한·일이 공동의 이익을 만들고,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보다 자발적인 협력을 도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그런 일본의 마음을 우리가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단 취지"라고 설명했다.
앞서 15일 김태효 1차장은 KBS <뉴스라인W>에 출연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이 또 고개를 돌리고 필요한 말을 하지 않으면 거기에 대해서 엄중하게 따지고 변화를 시도해야겠지만,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며 "마음이 없는 사람을 다그쳐서 억지로 사과를 받아낼 때 그것이 과연 진정한가"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야권을 중심으로 윤석열 정부가 '친일 매국'임을 자백했다며 강한 비판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17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가해자가 사과를 거부하면 죄를 묻지 않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정의관인가? 윤석열 정부는 국민을 어디까지 절망시키려고 하는가?"라며 "윤석열 정부가 일본은 마음을 헤아려 대변을 해주고 있으니 황당무계하다"고 지적했다.
한 대변인은 김 차장의 발언에 대해 "개인 유튜버도 이런 망언을 내놓으면 돌을 맞을 텐데 대통령의 최측근 외교‧안보 참모가 한 말이라니 억장이 무너진다"며 "김태효 차장의 망언은 윤석열 정권이 친일 매국 정권임을 자백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스스로를 대한민국 정부가 아니라 일본이 임명한 조선총독부로 착각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친일을 넘어 매국으로 대한민국 독립의 역사와 국민의 자부심을 짓밟는 만행을 당장 멈추라. 지금이라도 멈추고 사죄해야 국민께 용서받을 마지막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17일 "'중꺽마'는 들어봤어도 '중일마'(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는 처음이다"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윤석열 정권이 단 한번이라도 과거사에 대해 일본에 사과하라 요구한 적이 있나? 일본이 사과할 마음이 없으니 알아서 요구도 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읽히는데,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이라고 생각하고 미리 수그리고 들어가니 일본이 대한민국 정부를 더욱 우습게 보는 건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김 대변인은 "이종찬 광복회장은 최근 '용산 밀정'을 언급한 적이 있다. 국가안보실장이 바뀌어도, 안보실장의 민감한 대화 내용이 도청 되어도, 대일굴종외교로 국민 속이 부글부글 끓어도,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키며 윤 대통령의 귀를 붙잡고 있는 김태효 차장이란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중요한 것이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이 아니라 '일본의 마음'이라고 주장하는 자는 대한민국 안보사령탑에 있을 자격이 없다. 당장 '본국'으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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