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 여자 배드민턴 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안세영(삼성생명) 선수가 대한배드민턴협회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서 관련 논란이 커진 가운데, 협회는 A4 용지 10장 분량의 자료를 내 안 선수 주장을 반박했다.
이 가운데 국가대표팀을 총괄하고 한국의 산하 스포츠협회를 관리하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안 선수의 발언을 두고 "표현 방법이 서투르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안 선수와 소통을 시도했으나 접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9일 이 회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번 사태와 관련해 그간 체육회의 조사 결과를 밝히며 이 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우선 안 선수 발언 이후 "관계된 지도자들, 코치들 5명한테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후부터의 부상 관련과 훈련한 것을 메모로 다 받아봤다"며 "받아보고 나름대로 평가를 해본 결과 우리 안세영 선수가 뭔가 하고 싶은 얘기는 있는데, 표현 방법이 좀 서투르지 않았나,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현재 체육회가 감사원 감사관 출신, 경찰의 청렴시민감사관, 여성 임원, 변호사, 권익위의 전문 감사관 등 5인으로 구성된 팀을 꾸려 이번 사태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해당 팀이) 우리 안세영 선수하고 면담을 통해서 하고 싶은 얘기가 무엇이었는지 좀 자세히 해봐라. 들어서 문제가 있으면 거기에 따라서 적절한 조치를 하고 시스템상의 문제가 있다면 이것도 개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은 안 선수의 입장을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했다고 이 회장은 부연했다.
그는 '안세영 선수 본인하고 아직 소통을 안 해보셨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안 선수가) 말을 안 한다. 선수촌에서 그 얘기가 끝나고 나서도 바로 접촉했고 우리 장재근 선수촌장도 찾아갔"지만 "(안 선수를 통해) 그 얘기는 아직 들을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이번 안 선수의 협회 관련 비판 내용의 그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 회장은 안 선수 발언에 관한 반박 입장을 밝혔다.
안 선수의 그간 발언을 종합하면, 안 선수는 심각한 무릎 부상을 당한 후 제대로 된 조치를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그런 상황(부상)이 벌어지면 일단 팀 닥터가 먼저 보고 팀 닥터가 판단해서 병원도 간다"며 "저희 선수촌의 병원, 또 현지에 나와 있을 때는 현지 병원, 이런 프로세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안 선수의 부상과 관련해) 지도자들이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시간대별로 일자별로 그게 다 나와 있다. 심지어 우리 안세영 선수가 이쪽 파리에서 치료를 충분히 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서울 강남의 모 한의사님한테 주사를 맞고, 침을 맞고 싶다(고 했다). (그에 따라) 연맹은 강남 한의사 선생님을 파리로 모셔 와서 한 열흘 가까이 치료하고 가시기도 한 상태"라고 전했다.
부상 관련 문제의 핵심 시점인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협회의 대응에 관해 이 회장은 "아시안게임 끝나고 난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우리(체육회)가 양쪽 중 누구 말이 맞는지 이건 아직 (확인하지) 못 했다"면서도 "(협회가 제출한) 보고서상으로 보면 관리를 나름대로는 충분히 했고, MRI라든지 또는 제3병원, 이거를 다 (조치)한 기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무릎 부상에 관해 협회 측 추천의가 심각하지 않은 부상이라고 진단한 후에도 통증이 있어 안 선수가 재차 확인했더니 심각한 부상으로 진단받았다는 주장이 있었다.
이에 관해 이 회장은 "(오진 여부) 그거를 가지고 단정적으로 또 확정적으로 얘기하는 건 좀 성급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당시) 우리 안세영 선수는 아팠다고 했고 여기서는 아픈데 병원가도 이건 큰 문제가 없다. 4주 정도 재활하면 된다. 4주 다 끝났다. 괜찮냐, 괜찮다. 해외에 나가겠느냐 안 나겠냐, 나가지 말고 좀 더 쉬는 게 낫지 않겠느냐. 괜찮습니다. 나가겠습니다 하고 나가고 이런 절차와 이게 본인과 주고받은 메시지, 문자, 이게 다 있다"고 말했다.
즉 부상 이후 쉬지 못하고 계속 경기를 한 건 안 선수 의지가 반영됐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협회 측 자료에 따르면) 오히려 (협회가 안 선수에게) 몸을 좀 더 보호를 해야 하지 않았겠느냐, 이렇게 했는데 본인이 괜찮다고 나갔다는 것"이라며 "(이런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가) 거의 다 있는 것 같다. 워낙 분량이 많아서 다 보지는 못했는데 그런 메시지를 주고받고 하고 상의하고 논의했던 과정들이 다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안 선수는 소속팀에서 재활을 원했으나 국가대표팀 감독이 이를 막아 선수촌에서 하도록 강요했다는 지적에 관한 반박도 나왔다.
이 회장은 "원칙은 (부상 이후 재활을) 국가대표, 선수촌, 팀에서 하는 게 원칙"이라며 "선수촌에도 의사 분들이 다섯 분 계시고 물리치료사도 20명 이상이 있고 여기에 의과학센터라든지 이 스텝이 다 있다. 웬만한 병원보다는 선수촌 의료실이 훨씬 더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개인 트레이너의 올림픽 동행 실패에 관해 이 회장은 관련 규정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회장은 "그 트레이너 임용 기간이 올 6월 30일까지였다. (그래서) 올림픽에 나갈 수가 없는데 우리 안세영 선수가 너무 트레이너하고 가고 싶다고 해서 저희가 두 달 연장을 해줬다"며 "(정식으로) 재고용을 하려면 공고도 내야 되고 절차를 밟아야 되니까 일단은 두 달 연장 후 (올림픽) 갔다 와서 절차를 밟자고 연맹이 얘기했더니 그 트레이너가 '나는 안 가겠다. 지금 당장 해 달라' 이렇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정식으로 연간 단위 계약을 해 달라는 그 요청은) 대표팀에서 할 수가 없다. 일단 공고를 내고 공모하고 이 절차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의견 차이로 인해 트레이너가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배드민턴협회가 협찬사의 운동화만 신도록 강요해 발에 잘 맞지 않는 운동화를 신을 수밖에 없었다는 안 선수의 지적도 있었다.
이에 관해 이 회장은 "각 연맹마다 스폰서십이 있는데, 그 스폰서십은 저희(체육회)가 자의적으로 할 수 있도록 (각 협회에) 권한을 줬다"며 "만약에 그런 문제가 있다면 그건 제도 개선을 해야 된다"고 인정했다.
다만 이 회장은 "지금까지 배드민턴 연맹이 우리 이용대 선수나 많은 그 국제적인 기량있는 선수를 배출해냈는데 아직까지 그러한 컴플레인은 (안 선수 외에)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부연했다. 듣기에 따라 다른 선수와 달리 왜 안 선수만 운동화 컴플레인을 하느냐는 지적으로도 해석될 법한 부분이다.
선수가 항공기 이코노미석에 탑승하고 임원은 비즈니스석을 탄다는 지적에 관해서도 이 회장은 관련 규정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회장은 "우리 선수들은 국가 예산을 쓴다. 예산이 확보가 많이 돼 있으면 다 비즈니스 타면 좋지만 나중에는 그게 좀 어렵다"며 "또 임원들은 자부담이 많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회장은 "회장, 부회장은 비즈니스라든지 이사는 이코노미라든지 이 규정이 있다"며 "의전 프로토콜이 다 규정이 있다. 그걸 어겼다면 그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맹 규정 자체가 선수는 이코노미, 임원은 의전상 비즈니스인 식일 수 있다는 소리다.
이 회장은 "다만 (이 같은 규정은) 종목마다 다를 수 있다"며 "예를 들어서 우리 양궁의 현대 정의선 회장님 같은 경우는 규정에 이코노미를 타게 돼 있어도 다 비즈니스 타라. 돈은 내가 개인 돈을 줄게, 이런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안 선수가 개인자격으로 경기에 뛰는 건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고 이 회장은 설명했다.
그는 "우리 배드민턴 연맹이나 대한체육회 규정 가지고는 안 되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차트를 따라야 한다. IOC는 국가올림픽위원회(NOC)의 대표, 또 NOC는 종목별 국제연맹(IF)의 대표, 여기만 추천하게 돼 있다"며 "프로로 전환하는 경우는 되지만 그것도 나이가 27세가 넘어야 한다. 그 전에 개인으로 한다, 이건 허용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금은 올림픽 기간 중이고 우리가 지금 대회가 며칠 안 남았기 때문에 마무리하고 가면 저희들이 이거(안 선수와 협회 간 문제)를 잘 살펴볼 것"이라며 "안세영 선수가 하고자 했던 얘기가 뭔지를 파악해서 합리적으로 잘 조치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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