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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덕’과 ‘탓’, ‘덕분’과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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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덕’과 ‘탓’, ‘덕분’과 ‘때문’

우리 학교에는 유학생들이 참으로 많다. 과거에는 중국 학생이 제일 많았는데, 요즘은 베트남과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학생들이 많고, 이제는 네팔, 키르키즈스탄 등 특정 지역이 없이 그야말로 다양하게 입학하고 있다. 1998년도에 교환학생으로 중국인을 받기 시작한 것이 인도네시아, 미국 등으로 확장되면서, 지금은 대학원에 외국인만 200여 명에 이르고, 박사과정에도 50여 명이 재학하고 있다. 학위를 받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과거에는 석사학위만 받아도 자국에 돌아가서 교수요원으로 활동하는 제자들이 많았다. 지금도 박사학위를 취득한 제자들이 본국에 귀국하여 교수가 되거나 좋은 직장에서 일하는 것을 보면 가슴 속에서 뿌듯함이 올라온다.

“저는 교수님 때문에 좋은 직장에서 돈도 잘 벌어요.”라는 글을 받으면 기분이 좋으면서도 조금 찝찝함을 금할 수가 없다. “교수님 덕분에 ……”라고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다. ‘때문에’라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니지만 어감이 ‘덕분에’보다는 못하다. 우리말에 ‘잘되면 제 덕, 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말이 있다. 예전에 정말 '조상 탓' 많이 했었다. ‘묏자리’ 탓도 많이 했었다. 수맥 탓을 하기도 했고 풍수지리 탓을 하기도 했다. ‘잘되면 제 덕’이라 할 때의 덕은 덕택이란 뜻으로 쓰인 말이다. 따라서 ‘덕’은 잘된 일에 쓰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안 된 일에는 쓸 수가 없다. ‘자네 덕에 내가 고통깨나 받았네.’ 한다면 정상적인 말이 아니다. 비꼬는 말로 쓴다면 가능하다. 혹은 친구가 나를 중요한 자리에 앉혔기 때문에 그것을 수행하느라 힘이 들었음을 반어적(反語的)으로 나타낸 것이라면 용인될 수 있다.(황경수, <친숙하지만 틀리기 쉬운 우리말>에서 발췌 요약) 덕(德)은 ‘1. 도덕적, 윤리적 이상 실현을 위한 사려 깊고 인간적인 성품 2. 베풀어 준 은혜나 도움 3. 착한 일로 쌓은 어진 성품’을 이른다. 그러므로 주로 ‘일이 좋은 결과를 얻게 된 원인이나 조건’을 말할 때 쓰인다. 예문을 보자.

내가 사위를 잘 둔 덕에 호강 한번 잘하는구나.

태호는 책모와 지략에 뛰어나면서도 덕도 있다.

와 같이 쓴다. 그러므로 ‘착한 일로 쌓은 어진 품성’이라는 의미로도 많이 쓰인다.

‘못되면 조상 탓’ 할 때의 ‘탓’은 그릇되거나 잘못되었을 때 쓰는 말이다. ‘탓’은 ‘일이 그릇된 원인, 잘못된 까닭’을 나타내는 말이기 때문이다. ‘무엇을 구실이나 핑계로 삼아 나무라거나 원망함’을 이를 때 쓰는 말이다. 예문을 보자.

태호가 떠는 것은 추위 탓만은 아니었다.

아내는 코로나로 저항력이 감퇴된 탓에 기운이 없어 걷기도 힘들다.

와 같이 쓴다. 그러므로 ‘덕’과 ‘탓’은 구분해서 써야 한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덕분'과 '때문'도 이와 비슷하게 쓸 수 있다. 먼저 ‘덕분’의 사전적 개념을 보면 “1. 주로 ‘~에’, ‘~로’, ‘~이다’의 꼴에 쓰여, 베풀어 준 은혜나 도움 2. 주로 주로 ‘~에’, ‘~로’, ‘~이다’의 꼴에 쓰여, 일이 좋은 결과를 얻게 된 원인이나 조건”을 이를 때 쓰인다. 한편 ‘때문’은 “명사나 대명사, 어미 ‘-기’, ‘-은’, ‘-는’, ‘-던’ 뒤에 쓰여, 앞에 오는 말이 뒤에 오는 일의 까닭이나 원인임을 나타내는 말”이다. 예문으로

어사 덕분에 큰기침한다.

똥 때문에 살인난다.

사랑하기 때문에 그리워한다.

그러므로 ‘덕분’은 주로 좋은 결과를 얻게 된 원인이나 조건을 이를 때, 그 외에 ‘까닭이나 원인’을 나타낼 때는 ‘때문’을 쓰면 좋다.

"네 덕분이야."와 "너 때문이야."는 확실히 어감이 다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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