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 원인을 놓고 전문가들의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다수 전문가들과 경찰은 '운전자 과실'에 무게를 두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 정비 분야 명장은 "운전자의 과실은 3, 자동자 제어 문제를 7로 본다"며 차량 결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국 첫 자동차 명장으로 선정된 박병일 박앤장기술로펌차량기술연구소 대표는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시청 역주행 사고 차량인 2018년식 제네시스 G80 승용차에 대해 "기존의 브레이크하고 이 차 브레이크는 다르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운전자가 브레이크 밟는다는 게 엑셀 페달을 밟았다 했을 때, 사람을 만나거나 어떤 물체를 만나면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잡아주는 안전 자동 장치가, 긴급 자동 장치가 돼 있는 차"라고 했다.
그러면서 "긴급 제동장치가 작동됐으면 저렇게 사고까지 안 날 수 있는 차인데, (사고가) 났다는 것은 (긴급 제동장치가) 작동 안 됐다는 얘기"라며 "온도, 습도, 진동, 열. 어떤 상황에 따라 어떤 때는 됐다 안 됐다 하는 현상이 가끔 있기 때문에 전자 시스템을 믿을 수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저 차를 확인해 봤더니 '긴급 제동 장치'에 문제가 있어 리콜을 한번 받았더라"고 말했다. 해당 차량은 2021년 국토교통부로부터 제동장치 및 전자제어유압장치의 결함으로 인한 리콜 명령을 받은 모델로 알려졌다. 다만 사고 차량은 문제 부품을 이미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또 "사람들이 제동등을 얘기하는데 다른 차는 브레이크를 밟으면 제동등에 불이 들어오지만 저 차는 브레이크를 밟을 경우 컴퓨터(ECU)가 브레이크 등을 켜줄 거냐, 안 할 거냐 결정을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ECU가 당시에 이상이 있었다면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하더라도 안 들어올 수 있다"며 "차 RPM이 급상승하거나 하면 정상적인 알고리즘이 아니다. 그럴 때는 ECU가 제동등을 켜줄 수도 있고 안 켜줄 수도 있다. 그래서 제동등만 가지고 브레이크 밟았네, 안 밟았네 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진행자가 "차가 마지막에 서서히 섰다. 급발진이면 저렇게 스무스하게 브레이크가 작동하는 것처럼 설 수가 없다"고 반론하자, 박 대표는 "(사고 차량인 G80의) 2차 브레이크가 기존하고 다르다, 컴퓨터가 제어한다"면서 "어떤 상황에서 작동 안 됐다가 접촉 사고가 난 다음에 다시 정상으로 올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다만 정확한 사고 원인을 찾는 데까지는 "한 두 달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와 달리 현재까지 다수 전문가들은 사고 원인을 '운전자 과실'로 보고 있다. 지난 2일 같은 방송에 출연한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일단 급발진 가능성은 저는 제로(0)%에 가깝다(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염 교수는 "일단 현장에서 급발진했다면 급가속이 이루어지고 차량 구조물을 추돌 또는 충돌하지 않는 이상 멈추지 않는다"며 "가해 차량이 속도를 낮춰 서서히 정지하는 영상을 봤는데 급발진 상황에서는 희박한 경우"라고 진단했다.
경찰도 사고 현장에 스키드 마크가 없었던 점 등을 들어 운전자 과실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스키드마크는 최대 감속도로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정지할 경우 도로 표면의 마찰력에 의해 타이어가 녹아 도로 표면에 흡착되는 현상을 말하는데, 급발진 여부를 뒷받침할 수 있는 핵심 단서 중 하나로 꼽힌다.
경찰은 4일 오후 사고 운전자를 상대로 첫 피의자 조사를 한다. 사고가 발생한 지 사흘 만이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이날 "오늘 오후 시청역 사고 운전자 차모(68)씨에 대해 첫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병원에 방문해 조사할 것이고, 자세한 시간은 피의자 측과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운전자는 사고 원인에 대해 '급발진'이라고 주장해오고 있다.
한편 이번 사고로 희생된 사망자 9명의 발인식이 이날 오전 잇따라 엄수됐다. 서울 시청 직원이었던 윤모 씨와 김모 씨의 운구 행렬은 장지로 향하기 전 고인이 일하던 서울시청에 들르기도 했다. 시청역 인근 시중은행에서 일하던 동료 네 명의 발인식도 직원들의 배웅 속에 엄숙하게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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