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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15명 사상자 발생한 시청 사고, 급발진 가능성 제로에 가깝다"

경찰, 가해자 A씨 진술 조사 아직…"고령의 운전 미숙 단정 어려워"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15명의 사상자를 낸 교통사고 가해 차량 운전자 A씨가 '차량 급발진으로 사고가 났다'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급발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염건웅 유원대학교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사고 원인과 관련해 "일단 급발진 가능성은 저는 제로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과거의 비슷한 사례를 봤을 때 급발진이 아닌 실수일 가능성, 브레이크가 아닌 엑셀을 밟을 가능성, 동승자가 탑승한 만큼 내부 상황 등을 고려해 "사실은 다 지금 우리가 열어둬야 된다"고 밝혔다.

염 교수는 차량 급발진 과정에 대해 "현장에서 '급발진을 했다'라고 하면 급발진은 급가속이 이루어지고, 그다음에 차량은 구조물을 추돌 또는 충돌하지 않는 이상 멈추지 않는다"면서 "보통 급발진 차량들은 차량의 전자장치 이상으로 인해서 속도에 오히려 가속이 붙고, 이것이 차량이 정상화돼서 이게 속도가 줄어든다든지 차량을 운전자가 통제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다시 전환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염 교수는 "가해 차량이 정지하는, 멈추는 그 영상 장면을 봤는데, 아주 속도를 서서히 낮춰서 정확하게 정지했다"면서 급발진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그는 "급발진이 보통 브레이크를 밟는데, 풋브레이크를 밟아도 '브레이크가 딱딱해진다'라고 급발진 차주들이 말을 많이 한다. 그래서 일단 브레이크가 밟아지지 않기 때문에 제동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며 "그래서 가속은 더 붙게 되고, 그러니까 결국은 요리조리 피해서 차량을 피하려고 하고 또 보행자를 피하려고 하다가 보면 결국은 어떤 구조물들에 받혀서 속도가 멈추게 되는 그런 상황들이 벌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받히는 상황에서도 차량이 뱅글뱅글 몇 바퀴를 돈다든지 아니면 차량이 전복된다든지 한다"며 "왜냐하면 속도가 아주 굉장한 속도로 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염 교수는 이어 "지금 운전자가 주장하는 급발진이었다라고 가정을 한다면 차량이 아마 더 가속하고 더 나아갔어야 된다"며 "지금 역주행했던 200미터 더 이상을 나아가면서 계속적으로 속도의 가속을 받으면서 멈추지 못했던 상황에서 결국은 어떤 구조물에서 섰지 않았을까라고 추정할 수 있다"고 했다.

염 교수는 또 "급발진 가능성이 적어 보이는 부분이 차량이 마지막에 제동을 했고 정지를 했다라는 그 부분 때문에 그렇다"고 재차 말한 뒤 "이 차량이 역주행으로 진입했다는 것을 봤을 때는,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지만, 당황한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 페달을 헷갈려서 이 당황한 상태에서 과속을 더 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부연했다.

결국 염 교수는 급발진 가능성보다는 운전 미숙으로 인한 사고 쪽에 무게를 뒀다. 그는 "일단은 급발진보다는 저는 지금 운전자의 어떤 부주의나 실수, 미숙 쪽으로 조금 일단 원인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은 하지만, 분명히 차량에 대한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급발진에 대한 부분도 경찰이 일단 차량 조사 또는 수사 결과에 의해서 나올 것"이라고 했다.

염 교수는 가해자 역시 부상을 입어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데까지 "최소 일주일 이상 소요될 것"이라면서 가해자의 급발진 주장에 대한 원인 규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 있었던 급발진 사고들의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던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 이 부분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라는 그런 경우들도 있다"면서 일명 '강릉 손자 사망 급발진 의심 사고'를 예로 들었다.

지난 2022년 12월 6일 강원도 강릉에서 60대 A씨가 12살 손자를 태우고 SUV 차량을 몰던 중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해 손자가 사망했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의 차량 감식 및 재연시험에서도 급발진 사고라고 특정하지 못했다.

염 교수는 가해자의 나이가 68세로 알려진 것과 관련해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전체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약 20% 정도가 된다. 1년 전보다 수치가 많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고령 운전자들의 (운전면허) 반납률이 2%밖에 안 된다"면서 "고령 운전자들은 고위험 운전자군이기 때문에 일단은 야간 운전 금지라든지 고속도로 운전 금지, 속도 제한 등의 조건을 걸어서 면허를 조건부로 다시 부여하는 이런 방식을 지금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 7월 2일 오전 전날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경찰이 완전히 파괴된 차량 한 대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이날 오전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브리핑을 열고 사고로 인한 사상자는 15명이라고 밝혔다. 정용우 서울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은 "전날 사고로 보행자 9명이 사망하고, 가해차량 운전자와 동승자, 피해차량 운전자 2명 등 총 6명이 부상당했다"고 말했다. 당초 사상자는 13명(사망자 9명·부상자 4명)으로 알려졌으나, 부상자에 병원에 입원하지 않은 BMW와 소나타 차주 등 2명이 추가됐다.

또한 경찰은 A씨가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아직 수사관이 공식으로 진술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은 A씨를 교통사고특례법상 업무상과실·(중과실) 치사·상 혐의로 입건했지만, A씨에 대한 진술 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나이와 사고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고령 운전자라고 해서 운전 능력이 떨어진다고 단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경찰은 수사에 필요한 블랙박스 및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했으며,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사고 차량을 국과수에 의뢰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가해자는 버스 운전 기사로 32인승 중형버스를 운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가 소속해 있는 경기도 안산의 한 운수업체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가해자의) 운전 실력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며 의무 교육이나 자격 유지 검사로 모두 통과했다고 일부 언론을 통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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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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