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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초 문화' 멕시코서 첫 여성 대통령 "여성 영웅, 어머니, 딸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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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초 문화' 멕시코서 첫 여성 대통령 "여성 영웅, 어머니, 딸들과 함께"

멕시코시티 시장 지낸 기후 과학자…오브라도르 현 대통령 '제자' 불리지만 코로나19 땐 '다른 길'

남성 중심 문화가 지배적인 멕시코에서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AP> 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멕시코 선거관리위원회(INE)의 신속 표본 집계 결과 2일(현지시간)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좌파 집권당 국가재생운동(MORENA·모레나) 소속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1)이 58.3%~60.7%를 득표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경쟁자인 우파 중심 야당연합 소치틀 갈베스(61)는 26.6%~28.6%를 얻는 데 그쳤다. 이번 선거는 단 한 명의 여성 대통령도 배출한 적 없는 나라에서 지지율 1,2위 후보 모두가 여성인 선거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셰인바움은 오는 10월 대통령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셰인바움은 3일 오전 승리 연설을 통해 "나는 (멕시코) 공화국 건국 200년 만 첫 여성 멕시코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나는 홀로 도달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조국을 안겨다 준 여성 영웅들(heroines), 우리 조상들, 어머니들, 딸들, 손녀딸들과 함께 우리 모두가 여기 도달했다"며 자신의 승리가 여성의 승리임을 강조했다. 그는 "이 역사적인 여정에서 우리를 위해 투표해 준 수백만 멕시코 남성들과 여성들에 감사한다"며 폭력으로 황폐해진 멕시코에 "평화를 구축"하고 "다양성과 민주주의"를 증진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 스페인 매체 <엘파이스> 영문판,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을 종합하면 기후 과학자이자 멕시코시티 시장을 지낸 셰인바움은 1962년 멕시코시티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화학공학자 아버지와 생물학자 어머니는 멕시코에서 70년간 정권을 잡은 제도혁명당(PRI)이 사회운동을 탄압하던 시절 저녁마다 지식인과 정치 지도자들을 집에 초대했고 집 찬장에 칼 맑스의 <자본론> 사본을 숨겨 두고 수감된 좌파 운동가들에게 사식을 넣어 주는 진보적 지식인이었다고 한다. 셰인바움은 전기에서 자신이 "아침, 점심, 저녁식사 시간에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가정에서 자랐다며 부모님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설명했다.

셰인바움 또한 학자이자 활동가의 길을 걸었다. 그는 1980년대 멕시코국립자치대(UNAM)에서 청정 에너지 생산과 관련해 물리학을 전공하며 동시에 등록금 인상 등에 반대하는 학내 시위를 이끌었다. 학부 논문은 원주민 공동체의 에너지 소비에 관한 것으로 원주민 공동체에 몇 주간 머물며 가난한 여성들을 위한 더 효율적인 난로를 설계했다고 한다. 1990년대 초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에서 에너지 효율에 관한 연구를 계속했고 이후 에너지 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셰임바움은 2007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참여한 저명한 기후 과학자다.

캘리포니아에 머물던 중에도 1991년 멕시코 카를로스 살리나스 당시 대통령이 미 스탠포드대에 방문했을 때 반정부 시위에 합류했고 이 기간 중 해외 거주 멕시코인의 선거권 보장 운동을 벌였다. 캘리포니아 내 체리 수확 노동에 종사하는 멕시코 이민자들의 조직화를 돕기도 했다고 한다. 1930년대 나치의 박해를 피해 이민 온 리투아니아와 불가리아계 유대인 이민자 조부모를 뒀지만 자신의 종교적·민족적 뿌리에 대해 거의 언급한 적 없고 종교적 성향은 강하지 않다는 평가다.

정치 경력은 2000년 당시 멕시코시티 시장이었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현 대통령이 그를 시 환경장관으로 발탁하며 시작됐다. 이후 2015년 멕시코시티 내 가장 큰 자치구인 틀랄판 지역 대표(구청장)로 당선됐고 2018년엔 멕시코 시티의 첫 여성 시장으로 당선됐다.

시장 재임 시절엔 활동가적 성격보다 교통, 통신, 환경 분야 대규모 기반시설 개선에 힘쓰는 실용적 면모가 주목을 받았다. 2021년 지하철 고가구간 붕괴 참사로 26명의 사망자가 난 것에 대해 관리 부실 및 안전 검사 소홀로 비판 받기도 했다.

셰인바움의 정치 경력이 오브라도르 대통령과 함께 시작돼 '제자'로 불리는 데다 퇴임을 앞둔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지지율이 여전히 60%를 상회하는 만큼 셰인바움이 그의 자장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상당하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임기를 마친 뒤 정계를 떠나겠다고 밝혔지만 멕시코인들은 이에 회의적이다. 셰인바움은 이미 오브라도르 대통령을 뜻을 이어 대법관을 투표로 선출하는 정책을 지지해 3권 분립을 해치고 권력 감시를 약화시키고자 한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시장으로서 과학적 데이터에 근거해 오브라도르 대통령과 정반대의 방역 정책을 펼쳤던 점은 주목할 만하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데이터를 경시하고 마스크 착용 및 거리두기를 도외시한 데 반해 당시 멕시코시티 시장이었던 셰인바움은 장기 대유행에 대비해 멕시코시티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광범위한 코로나19 검사 및 접촉자 주척을 벌였다.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고 멕시코 시티 시장 시절 마약 단속을 위해 미국 법 집행 기관과 협력하는 등 미 당국 및 투자자들과의 소통을 편안히 여기는 것도 오브라도르 대통령과 대비되는 점으로 꼽힌다. <로이터>는 정치 분석가 비리 리오스가 셰인바움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꼭두각시가 될 것이라는 비판은 "그가 여성이라는 사실과 관련이 크다고 본다"며 이러한 비판을 성차별주의와 연결시켰다고 짚기도 했다.

<엘파이스>는 셰인바움이 유세 기간에 페미니즘을 중심 의제로 부각하며 "나 혼자 그곳(최고위직)에 가는 게 아니다. 우리 모두 거기 도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으로서 셰인바움은 불어난 재정 적자와 낮은 경제 성장률 속에서 오브라도르 대통령에게 인기를 안겨 준 복지 정책을 계승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 폭력으로 입후보자를 포함해 40명 가량이 살해되는 등 폭력과 안전에 대한 사회적 문제 의식이 크게 치솟은 가운데 이를 해소할 뾰족한 수도 없는 상태다. <로이터>는 라틴아메리카 정치 분석가 나다니엘 파리쉬 플래너리가 "획기적 수준의 투자" 없이는 셰인바움이 치안 수준을 개선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전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데 따라 대규모 이민자를 둘러싼 미국과의 협상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날 치른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된 좌파 집권당 국가재생운동(MORENA·모레나) 소속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이 3일(현지시간) 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 지지자들에게 애정을 표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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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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