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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일본 개황'에 과거사 발언·교과서 문제만 쏙 빼고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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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일본 개황'에 과거사 발언·교과서 문제만 쏙 빼고 발간

주요 현안 중심 작성으로 빠졌다지만 2000년대 이후 수록됐던 내용, 2023년에만 빠져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일본개황> 책자를 발간하면서 일본의 역사 왜곡 및 과거사 반성 발언, 역사교과서 문제 등을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는 당시 책자는 해당 연도의 현안을 중심으로 기술했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유독 과거사 문제만 골라서 삭제한 이유를 설명하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30일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지난해 3월 외교부에서 발간한 <일본개황> 자료에 이러한 내용이 빠진 데 대한 입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보통 개황 자료는 상대국에 대한 개략적인 현황과 또한 외교관계 일반 등을 담은 일종의 참고자료"라며 "정부가 매년 정례적으로 발간하는 외교백서와는 다른 성격의 자료"라고 답했다.

임 대변인은 "작년에 발간된 개황 자료는 부정기적으로 발간된 것이다. 가장 최근에 나왔던 것이 2018년이니까 5년 만에 나온 것이고, 당시 개황 자료는 해당 연도의 최근 주요 현안을 중심으로 기술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다 보니 5년 전의 자료에 비해 일부가 제목이 빠진 것이 되겠고 반면에 강제 징용, 일본의 수출 규제 등 최근의 현안을 중심으로 해서 그러한 내용들이 목차에 추가로 반영된 바가 있다"고 말했다.

임 대변인은 "다만 외교부는 올해 일본 개황 자료를 개정‧보완해서 발간을 준비하고 있다. 아마 해당 최종본에는 여러 현안들이 다 골고루 수록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올해 말에 새로운 개황 자료가 발간될 것으로 전망했다.

▲ 2023년 일본개황. ⓒ외교부

이와 관련 이날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2023년 개황이 2018년에 비해 책 크기 및 쪽수가 상당 부분 줄어들었기 때문에 당시 발생한 현안을 중심으로 내용을 수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23년 개황자료에서 제외됐던 부분이 이전 개황자료에서는 수록됐었다는 점에서 일본의 역사 왜곡 및 과거사 반성 발언과 역사교과서 문제가 제외된 것이 단순히 분량의 문제라고 이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1996년 당시 외부무가 펴낸 일본개황에 따르면 부록에 '일본의 과거사 반성 발언사례'와 '일본정부 인사 및 정치가 등의 과거역사 관련 부정적 발언 기록'이 게재돼 있다. 이어 2001년 외교통상부가 발간한 개황 자료 역시 부록에 '일본의 과거사 반성 발언사례'와 '일본정부인사 및 정치인의 과거사 부정적 발언기록'이 포함돼 있다.

2004년 개황에는 이 두 가지를 묶어 '일본의 과거사 반성/왜곡언급사례'를 부록에서 다뤘고 2008년 개황에도 같은 제목으로 해당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명박 정부 때 펴낸 2011년 개황에도 이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이전 발언과 함께 새롭게 나온 발언을 추가해왔다. 1996년 이후 출간된 개황에서 모두 포함됐던 내용이 2023년에만 제외된 것이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도 2004년에 출간된 일본 개황을 비롯해 2008, 2011, 2015, 2018년 개황에서는 모두 한일 관계의 '최근 주요 현안'에 수록됐으나 2023년에만 제외됐다.

이에 당시 한일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이 개황 내용에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 개황이 출간됐던 지난해 3월 15일을 기준으로 약 열흘 전인 6일 외교부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방안을 발표했고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으로 건너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2023년 개황이 한일관계를 고려해 제작됐다는 해석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그렇지 않다. 개황자료는 보통 해당 지역과 차원에서 만드는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내용을 간결하게 하는 추세를 고려해서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교백서는 매년 발간하는데 개황은 정기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라서, 상황에 따라서 약식으로 빨리 만들어내고 보완본을 추가로 발간하는 경우도 있다. 그 작업을 올해 하반기 목표로 해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 6일 당시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한국 대법원으로부터 얻은 법적 채권이 있음에도 이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일본 피고기업 대신 법적 배상금을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시행했다.

박진 당시 외교부 장관은 강제동원 관련 정부 브리핑에서 "물컵에 비유하면 물컵에 물이 절반 이상은 찼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에 따라서 그 물컵은 더 채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지만 이후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 외교부에서 출간한 일본개황 변화 양상. 맨 위쪽 2015년 목차와 중간 2018년 목차에는 '일본의 과거사 반성‧왜곡언급사례'(노란색 네모 안) 항목이 있으나 2023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본개황 자료. 프레시안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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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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