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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교수, 이스라엘 편드는 바이든에 "전략적 이익 훼손하고 대량 학살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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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교수, 이스라엘 편드는 바이든에 "전략적 이익 훼손하고 대량 학살 지지"

"미국, 세계와 보조 맞추지 못한다"는 평가 가운데 아일랜드·노르웨이·스페인은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외교분야에서 대표적 현실주의자로 불리는 스티브 월트 하버드 대학교 교수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 전쟁에서 이스라엘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는 미국 정부의 정책이 전략적 이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도덕적인 측면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1일(이하 현지시각) 월트 교수는 미국의 외교전문지인 <포린폴리시>에 게재된 '왜 현실주의자들이 가자 전쟁을 반대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국가는 드문 경우 전략적 이익과 도덕적 선호를 동시에 증진시키는 정책을 추구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적극적으로 훼손하고 무고한 사람들을 대량 학살하는 것을 지지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을 옹호하고 무기를 지원하는 미국 정부의 행태를 비판했다.

월트 교수는 "이는 주로 미국 지도자들이 구시대적인 분쟁 관념에 갇혀 있고 강력한 이익집단을 지나치게 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어떤 선량한 현실주의자에게도, 아무 목적없이 악을 행하는 것은 가장 나쁜 죄악"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이 세계적 차원에서 미국 지위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자 전쟁은 '규칙에 기반한 질서'에 대한 미국의 약속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점점 고립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트 교수는 이와 관련 지난 10일 유엔총회가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에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가입을 긍정적으로 재고하라고 권고하는 결의안을 193개 회원국 중 143개국 찬성으로 통과시켰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어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장이 20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체포 영장을 청구한 데 대해 미국이 이를 비난한 것을 거론하며 "(미국이) 전 세계의 많은 국가들과 얼마나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있는지가 강조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현 국면에서 중국과 같이 미국과 긴장관계에 있는 국가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기도 했다. 월트 교수는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Washington Institute for Near East Policy)의 보고서에서 아랍권 내 미국의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연구소는 보고서에서 "미국은 가자 전쟁 때문에 상대국들에게 지고 있다. 전쟁에서 미국이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믿는 아랍인들의 비율은 7%에 불과하며, 요르단과 같은 나라들에서는 2%정도의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며 "대조적으로 중국이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믿는 아랍인들의 비율은 이집트에서 46%, 이라크에서 34%, 요르단에서 27%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월트 교수는 "세계의 많은 사람들, 특히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주로 남반구나 북반구 저위도에 위치한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 지역의 많은 사람들에게 가자의 대학살은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이 갈등과 고통을 낳는다는 점, 또 권력이 보다 균등하게 공유되는 다극화 질서 속에서 세계가 더 잘 살게 될 것이라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주장을 입증해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이 치르고 있는 비용 문제도 언급했다. 월트 교수는 미국이 이스라엘에 지원하는 무기와 함께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인도적 물품 반입을 허용하지 않아 지출해야 했던 3억 2000만 달러의 부두 건설 비용 등이 있었다면서 "미국에게 그리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을 죽이는 것을 돕기보다는 미국인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훨씬 좋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월트 교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 미 고위급 인사들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중동을 방문하고 있을 동안 우크라이나와 아시아 등 다른 지역의 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을 집중할 수 없게 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해 벌이는 행동이 "미국에게 전혀 전략적 이점이 되지 않고 있다"며 "이스라엘을 옹호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강력한 상대로 테러에 맞서는 중요한 파트너라고 하지만, 이스라엘과 관계 때문에 미국은 이란과 관계가 나빠졌고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리스트들이 미국에 대한 공격을 강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월트 교수는 "분명한 사실은 가자지구를 석기시대로 돌린다고 해서 미국인들이 더 안전하거나 더 번영하지는 않을 것이며, 이는 오히려 미국인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완전히 상반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고(故) 오사마 빈 라덴과 같은 새로운 세대의 반미 테러리스트들에게 영감을 준다면, 미국의 안전성이 떨어질 수 있고 이스라엘을 더욱 안전하게 해주지 못할 것"이라며 "정치적 해결책만이 이스라엘을 안전하게 해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지난해 10월 18일(현지시각)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나 회담을 가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실제 미국의 이스라엘 편들기에 대한 반대 움직임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20일 ICC의 네타냐후 총리 체포영장 청구에 대해 미국과 영국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한 곳이자 유럽연합(EU)의 주요 국가인 프랑스는 ICC의 독립성을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노르웨이, 스페인 등은 22일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정식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사이먼 해리스 아일랜드 총리가 "오늘 아일랜드, 노르웨이, 스페인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기로 발표한다"며 이를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와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역시 일제히 기자회견을 통해 오는 28일부터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두 국가 해법'이 사태 해결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3개 유엔 회원국 중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 나라는 139개국이며 EU 소속 국가 중에서는 불가리아, 폴란드, 체코,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헝가리, 그리스 키프로스 행정부, 스웨덴 등 8개 EU 회원국이 국가성을 인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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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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