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10 총선 당시 '관권 선거' 논란을 빚었던 민생토론회를 14일 재개했다.
지역별로 대규모 규제 완화와 감세, 인프라 건설을 공약했던 기존 민생토론회 기조와 달리, 지난 3월 이후 처음 열린 25번째 민생토론회는 '노동약자보호법' 제정 등 미조직 노동자들에 대한 제도적 지원에 초점을 뒀다.
다만 윤 대통령이 그동안 "이념으로 무장한 기득권 노조 카르텔로 인해 노동 현장에 불법이 판을 친다"(3월 20일 상공의날 기념식) 등 노동조합을 향해 적대적 인식을 보여온 만큼, 노조와 미조직 노동자 갈라치기로 노동 개혁의 추동력을 찾으려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윤 대통령은 이날 민생토론회의 의미를 "노동시장에서 가장 어려운 처지에 있는 노동 약자들의 삶을 바꿔보기 위해서 준비했다"면서 "거대 노조의 보호 받는 노동자도 많지만 소외돼 있는 미조직 비정규 근로자 등 최근 근로형태 변화에 따라 등장한 특수고용 종사자, 사무실 없이 일하는 배달 택배기사 등 플랫폼 종사자들이 바로 그런 분들"이라고 했다.
또한 "대기업, 중소기업, 정규직, 비정규직 등 근로자의 위치에 따라 급여, 복지는 물론 사회적 지위까지 크게 차이가 나고 있다"며 "이러한 노동시장의 양극화로 인해 목소리조차 내기 어려운 노동 약자들은 더 힘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동시장 양극화는 임금과 소득의 양극화로 이어지고, 다시 계층 간 양극화로 확대되면서 우리 민주주의에도 위기를 불러올 수가 있다"며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국가적 과제"라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경제가 성장하면 성장하는 만큼 근로자들의 삶도 나아져야 된다"며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성장하지 못하는 불균형 성장은 이제 의미가 없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고 했다.
또한 "과거에는 우리가 아무런 자본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원시 자본 축적을 위해서 불균형 성장이 일부 용인되기도 했었지만 이제는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균형 있게 성장을 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거듭 "올바른 노동 질서를 토대로 기업이 성장해서 양질의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해내고, 이를 통해 임금 소득이 증가하는 상생의 선순환을 이루어내야 한다"며 "정부의 역할은 세제 지원, 규제 개혁 등을 통해서 기업이 커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이러한 정부의 지원이 단순한 수익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고, 기업 성장의 과실이 근로자들에게도 공정하게 공유될 수 있도록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노동 개혁의 속도를 더욱 높여서 노동 양극화를 해소하는 동시에 노동 약자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적극 챙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정부는 노동 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을 제정해서 노동 약자를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책임지고 보호하겠다"며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가칭)' 마련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이 법은 미조직 근로자들이 질병, 상해, 실업을 겪었을 때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공제회 설치를 지원하고, 또 노동 약자들이 분쟁을 조속히 해결하고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분쟁조정협의회 설치를 담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노동 약자들을 위한 표준 계약서도 이 법의 틀 안에서 마련될 것"이라며 "미조직 근로자 권익 보호와 증진을 위한 정부 재정지원 사업의 법적 근거도 이 법에 담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원청 기업과 정부가 매칭해서 영세 협력사의 복지 증진을 지원하는 '상생 연대 형성 지원' 사업과 단독으로는 복지기금 운영이 어려운 영세 중소기업들이 공동으로 복지기금을 조성하도록 지원하는 공동근로복지기금 조성 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했다.
교통사고가 잦은 배달 노동자들을 향해선 "교통사고 발생 시 손해 책임을 보상해주는 민간보험의 이륜차 운송용 보험료가 평균 178만 원에 달하고 있어서 가입률은 38.7%에 불과하다"면서 "배달 서비스 공제 조합을 설립하고 시간제 보험을 확대해서 보험료 부담을 크게 덜어드릴 것"이라고 했다.
또한 "고액 상습 체불 사업주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강화하고 정부 차원의 보호 대책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임금체불과 관련한 감독을 강화하고 있지만 사업주들이 체불을 쉽게 인식하는 게 문제"라며 "현재는 임금을 체불해도 솜방망이 처벌이 반복되고 있는데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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