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계의 자금 조달 수준이 급감했다. 가계에 돈이 말랐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자금순환' 자료를 보면, 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전년(209조 원) 대비 50조8000억 원이 급감해 158조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감소율이 24.3%에 달한다.
순자금운용이란 경제주체의 거래액 총계(자금운용)에서 부채 거래액(자금조달)을 뺀 금액이다. 즉 가계가 굴린 돈 총액에서 대출금을 뺀 나머지다. 순자금운용이 줄어들었다는 건 그만큼 가계가 굴릴 수 있는 여유자금이 감소했다는 뜻이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운용 규모는 194조7000억 원으로 전년(283조5000억 원) 대비 88조8000억 원 급감했다. 한 해 사이 감소율이 31.3%에 이르렀다.
이는 2019년 자금운용액(181조6000억 원) 이후 4년 만에 가장 작았다.
세부항목을 보면 금융기관 예치금이 147조 원에서 128조8000억 원으로 줄어들었고 보험 및 연금 준비금은 65조1000억 원에서 41조4000억 원으로 감소했다.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운용액은 31조7000억 원에서 -4조9000억 원으로 돌아섰다. 즉 지난해 가계는 주식 및 펀드로 인한 취득액보다 처분액이 더 많았다.
이는 2013년(-7조 원) 이후 최저기록이다. 가계가 상대적으로 위험자산인 주식 관련 부문을 크게 줄인 결과로 풀이된다.
가계가 지난해 조달한 자금 총액(자금조달)은 36조4000억 원이었다. 2022년(74조5000억 원) 대비 38조1000억 원 줄어들어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 편제를 시작한 2009년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다.
가계 자금조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금융기관 차입이 2022년 66조1000억 원에서 지난해 29조6000억 원으로 급감했다. 그만큼 가계가 대출 규모를 줄였다.
예금취급기관 차입액이 46조4000억 원에서 2조 원으로 뚝 떨어진 반면, 기타금융기관(증권, 여신전문사 등) 차입액은 19조7000억 원에서 27조7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가계가 조달 비용이 더 큰 기타금융기관으로부터의 차입액을 늘렸다는 건 그만큼 가계의 신용 위험 취약성이 커졌다는 뜻으로 해석 가능한 부분이다.
한편 비금융법인의 지난해 순자금조달 규모는 109조6000억 원으로 전년(198조1000억 원)에 비해 감소했다.
자금운용이 247조9000억 원에서 30조8000억 원으로 뚝 떨어졌다. 감소율이 87.6%에 달한다. 금융기관 예치금이 5조3000억 원에서 -27조6000억 원으로 돌아섰고 채권도 54조1000억 원에서 -15조1000억 원으로 전환했다.
자금조달은 446조 원에서 140조4000억 원으로 감소했다. 기업의 자금운용과 자금조달이 모두 줄어들어, 그만큼 기업 경제주체의 활력이 떨어졌다.
일반정부 순자금조달 규모는 13조 원으로 전년(34조 원)보다 축소했다. 정부 지출 감소세가 수입 감소보다 컸다. 즉 정부가 수입이 줄어드는 가운데 지출은 더 줄이는 허리띠 졸라매기를 했다.
자금운용이 57조 원에서 64조6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금융기관 예치금이 -19조3000억 원에서 -15조7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즉, 그만큼 금융기관 예치금 인출 규모가 감소했다.
자금조달은 91조 원에서 77조6000억 원으로 감소했다. 국채 발행 규모가 85조 원에서 60조 원으로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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