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둘러싸고 공화당 내 강경파 하원의원이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에 대해 해임 결의안을 발의한 가운데, 존슨 의장은 예산안 통과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3월 31일(이하 현지시각) 폭스뉴스의 <트레디 가우디의 일요일밤>에 출연한 존슨 의장은 하원이 다시 회기에 들어갈 때 안보 패키지 예산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예산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포함돼 있다.
그는 "역사적으로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분열된 정부가 있는 시대에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어떤 것들은 초당적일 필요가 있다"며 "우리는 합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 기간 동안 몇 가지 중요한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존슨 의장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 제공에 보수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의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이달 초에 제기됐던 방안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출을 늘리는 것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출 개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며 "우리가 단지 외국에 원조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때가 되면 그들이 우리에게 이를 다시 줄 수 있는 관계로 설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존슨 의장은 '우크라이나인을 위한 경제 번영 및 기회 재건법'(REPO)에 따라 미국 대통령이 자국에 동결된 러시아 국가 자산을 압류하고 이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해서 러시아에 불리한 상황을 만드는 방안도 거론했다.
그는 미국의 천연자원 수출을 확대하는 방안도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천연가스가 러시아의 전쟁 자금 마련에 투입되고 있는데, 미국이 천연자원을 수출할 경우 이같은 자금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존슨 의장은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많이 있다"라며 공화당의 강경파들과 합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의회전문 매체인 <더힐>은 "이번 인터뷰는 존슨 의장이 우크라이나에 자금을 지원하는 예산안을 추진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한 가운데 이뤄졌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지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며 합의가 이뤄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을 내놨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예산 통과는 공화당 강경파가 어떤 움직임을 보이느냐에 달려 있다. 지난해 10월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한화 약 80조 원에 해당하는 614억 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포함한 안보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는데, 공화당 내 강경파의 반대로 의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하원은 회계연도 연방정부 본 예산을 처리했는데, 여기에 반발한 공화당 강경파들은 의장에 책임을 물었다. 예산 통과 당일인 22일 공화당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존슨 의장에 대한 해임 결의안을 발의했다.
공화당 강경파들은 예산 문제를 두고 존슨 의장의 전임이었던 캐빈 매카시 의장에 대한 해임결의안을 주도해 이를 통과시킨 바 있다. 지난해 10월 3일 공화당 내 강경파인 맷 게이츠 의원이 발의한 해임결의안이 찬성 216표, 반대 210표로 통과되면서 1789년 하원 설립 이래 234년 만에 처음으로 의장이 해임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여기에는 게이츠 의원을 비롯한 공화당 강경파의 투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미 하원의 다수당은 221석을 차지하고 있었던 공화당이었지만, 당 내 강경파들이 해임안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공화당 의원들이 공화당 출신 의장을 축출하는 결과가 나왔다.
공화당의 강경파 의원이 또 다시 자당의 의장을 해임하겠다는 결의안을 제출하면서 초유의 의장 해임이 재연될 것인지를 두고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공화당이 아닌 민주당에서 존슨 의장을 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로 칸나 민주당 하원의원은 31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존슨 의장이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과 볼티모어 교량 복구 예산을 통과시킨다면 "존슨 의장 지키기"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의 강경파에 맞서 민주당 일부와 공화당의 연대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는 셈이다.
존슨 의장이 자신에 대한 해임결의안 발의에도 우크라이나 예산과 관련한 해결책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을 보인 배경에는 우크라이나의 현재 상황이 그만큼 어렵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지원이 지난해 말 이후 중단되면서 우크라이나는 기본적인 포탄도 부족한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3월 29일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미국의 추가 원조가 없다면 러시아의 비행장과 에너지 시설 등 전략적 목표물에 대한 반격을 가할 것이라는 엄포를 놓기도 했다. 그는 전날에는 존슨 의장에게 예산 통과를 호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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