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정의당 비례대표로 4.10 총선에 출마한 권영국 변호사가 여야 법조 출신 후보자들의 과거 변호 이력 논란과 관련해 "다단계사기범이나 전세사기범, 파렴치한 성폭행범을 변호하며 자신의 이익을 취했던 사람들이, 서민을 위한 국민의 대표가 될 수 있겠느냐"며 "자기기만을 반성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 변호사는 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한 민생 침해 사기범들을 변론하던 검사 출신이, 혹은 그 남편과 경제공동체를 이루던 이가, 이에 대한 아무런 성찰도 없이 검찰독재 심판을 주창하는 것은 얼마나 기만적이냐"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가 날을 세운 이들은 지검장 출신의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광주 서구을 후보, 검사 출신 변호사였던 조수연 국민의힘 대전 서구갑 후보, 대형로펌 변호사 출신인 김상욱 국민의힘 울산 남구갑 후보,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이었던 검사 출신 유영하 국민의힘 대구 달서갑 후보, 부장검사 출신인 박은정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후보 등이다.
권 변호사는 우선 양 후보에 대해 "지검장 시절 수사용으로 사용해야 하는 특수활동비를 검사들에게 연말 떡값으로 나눠주고 전출전별금으로 전용하였으며, 퇴직 후에는 도박사이트 운영자 수사 무마, 코인투자사기 불구속 대가 등으로 고액의 수임료를 받고, 1000억 원대의 전세사기범 광주 빌라왕 변호를 맡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그런데 자신이 윤석열 정권 심판의 최고 적임자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후보에 대해서는 "대전지역 4개 고교 학생 16명이 2개월여 동안 지적장애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한 성폭행범들을 변호하고 을사오적 이완용을 두둔하고 일제강점기에 더 살기 좋았을지 모른다는 친일 망언을 하고, 이승만 독재정권에 항거한 대전 3.8의거사건 기념관 설립을 조롱하고, 5.18 가짜 유공자설을 주장하며 명단 공개를 요구했다"며 "전 프로야구 선수 출신 대전 전세사기범을 변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김 후보에 대해선 "계부가 초등생이던 의붓딸을 7년 넘게 성폭행한 '울산 초등생 의붓딸 성폭행' 사건의 성폭행범 계부를 변호하고, 자신의 글램핑장에 놀러와 술에 취해 잠든 20대 여성의 방에 들어가 성폭행한 글램핑장 주인을 변호했다"며 "전세 사기 범죄의 일종인 '작업대출 사기' 사건의 주범을 변호하고, 자신의 로펌 사무장이 주도한 지역주택조합을 상대로 한 사기 사건에 개인계좌를 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이어 유 후보에 대해선 "2008년 여러명의 남자 고교생 등이 한 여중생을 수차례에 걸쳐 강간한 사건, 일명 군포 여중생 성폭행 사건의 성폭행범들을 변호하면서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원해서 남학생들과 성관계를 가졌다'라고 주장하여 가해 변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박 후보에 대해선 "퇴임 직후 1년간 재산이 41억 원 증가했다. 검사 출신의 남편 이종근 변호사가 피해 액수 최대 1조 1900만 원대에 이르는 '휴스템코리아 다단계 사기 사건'에서 업체 대표 등의 변호를 맡아 총 22억 원을 수임료로 받고, 피해 액수 4000억 원대에 달하는 '아도인터내셔널 다단계 사기 사건'을 수임했다"며 "문재인 정부 때인 2017~2019년 법무부 정책보좌관으로 '가상화폐 대책 태스크포스' 실무 총괄을 맡았음에도 투자자 5만여 명으로부터 2조8000억 원을 가로챘다는 '브이글로벌 코인 사기' 관계사 대표인 곽모 씨를 변호한 대가"라고 했다.
권 변호사는 "이들의 공통점은 전관 혹은 변호사의 지위를 이용해 수많은 서민들에게 사기를 쳐 피눈물을 흘리게 한 중대 사기범, 혹은 여성의 성인격을 짓밟은 파렴치한 성폭행범들을 두둔하며 변호한 이력을 가졌거나, 그를 통해 엄청난 재산 증식의 이익을 본 후보들이라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권 변호사는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 변호사는 그 사명에 따라 성실히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명시한 변호사법 제1조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국민 앞에,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떳떳하고 당당하게 변호사로서의 직업윤리를 지켜온 동료들이 있다"며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이들 평범한 변호사들의 마음을 이야기한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을 향해 "이들 후보를 어떤 기준으로 공천하게 되었는지 해명해야 한다"며 "각 후보들과, 이들을 공천한 정당들은, 국민이 우려하고 있고 논란이 되고 있는, 법조 출신 후보자들의 변호 이력에 대해 국민들께, 그리고 동료 변호사들에게 해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각 정당들의 분명한 해명과 마땅한 조치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권 변호사가 지적한 후보 외에도 천하람 개혁신당 비례대표 후보 또한 '지하철 불법촬영범'을 변호한 이력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천 후보는 이같은 논란과 관련해 지난 달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살인자도 불법촬영범도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변협은 선별적 변호를 징계사유로까지 삼고 있다. 변호사가 의뢰인이나 사건의 내용을 보고 선별적으로 변호 활동에 나선다면,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 무죄추정원칙을 침해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앞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여성위원회는 이른바 '조수진 사태' 당시 발표한 성명에서 "피고인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헌법상의 권리이고, 다수의 성범죄자를 변호했다는 것 그 자체가 변호사윤리를 위반했거나 국회의원 자격이 없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변호사가 변론 및 홍보 등 변호사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간의 존엄성과 인격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행위에 나아간 경우, 이러한 행위는 이른바 '성실한 변론 수행'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는 기준을 제안했다. (☞관련 기사 : 민변, '조수진 사태' 자성·비판…"피해자 존엄 침해하는 변론 정당화될 수 없어")
권 후보의 비판이나 현재 여야 정치권에서 주고받고 있는 공방의 내용은 민변이 제시한 '사건 수임 자체로 비난 대상이 되거나 후보 자격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는 기준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이들의 주장은 '강자의 편에 선 변호 활동을 한 변호사가 국회의원이 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쪽에 가깝다. 시민사회에서도 "보통의 변호사라면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민주진영의 대표가 그러는 건 다르다"(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 조수진 사태 당시 SNS에 쓴 글)라는 등 이와 비슷한 문제의식이 제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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