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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북부서 공중 투하 구호품 잡으려다 12명 익사…"육로 지원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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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북부서 공중 투하 구호품 잡으려다 12명 익사…"육로 지원 절실"

다른 곳도 구호품에 인파 몰리며 6명 추가 사망…이스라엘 내부서 미국과 단절 자초 네타냐후에 비난 봇물

재앙적 기아에 직면한 가자지구 주민들이 공중에서 바다로 떨어진 구호품을 잡으려 물에 뛰어 들어 12명이 익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가자전쟁 즉각적 휴전 촉구 결의안 통과 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과의 단절을 자초하고 있다는 국내 비난에 휩싸였다.

26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타임스>( NYT)는 가자지구 북부 해안에서 바다에 떨어진 구호품을 회수하려던 주민 12명이 익사했다고 가자지구 당국을 인용해 보도했다. 관련해 목격자들과 이야기를 나눈 인권 단체 유로메드라이츠의 아메드 아부 카마르 연구원은 전날 오후 가자지구 북부의 한 해변에서 주민들이 구호품을 획득하기 위해 바다로 뛰어 들었고 구호품을 매달고 있던 낙하산에 걸려 사망한 1명을 포함해 12명이 익사했으며, 다른 부상자들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신문에 말했다. 26일 가자지구 당국은 다른 지역에서도 공중 투하된 구호품을 받으려 주민들이 한꺼번에 몰려 드는 과정에서 6명이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25일 미국이 4만6000끼 이상의 구호 식량을 가자지구 북부에 공중 투하했고 같은 날 영국도 10톤(t) 이상의 식량을 공중 투하 했다고 밝힌 가운데 가자지구 당국은 주민들이 어느 나라 구호품을 받으려 물에 뛰어 들었는지는 분명히 하지 않았다.

다만 26일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부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전날 공중 투하 과정에서 80개의 구호품 꾸러미 중 3개가 낙하산 오작동으로 인해 물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가자지구 주민 12명이 구호품을 얻으려 바다에 뛰어 들었다가 익사했다는 보도를 봤지만 확인하진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로이터> 통신이 입수한 영상에 따르면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아 지역 바닷가에 구호품을 실은 낙하산이 떨어지는 것이 보이자 군중이 이를 잡으려 달려 갔고 다수의 주민들이 깊은 바다까지 나아가 구호품 상자를 건졌다. 이 과정에서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한 청년의 주검을 주민들이 해변으로 끌고 가는 모습, 의식을 잃은 것으로 보이는 남성을 다른 주민들이 소생시키려 애쓰는 장면도 담겼다.

한 남성은 죽은 주민이 "아이들에게 줄 음식을 구하려 헤엄치다 순교했다"며 "(육로) 검문소를 통해 구호가 전달돼야 한다. 왜 우리에게 이런 짓을 하는 건가"라며 통탄했다. 통신은 이날 회수된 구호품에서 나온 종이 조각에 미국 국기가 새겨져 있었고 그 위에 아랍어로 이 구호품은 미국에서 온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고 덧붙였다.

구호품 공중 투하로 인한 인명 피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달 초에도 가자지구 당국은 공중에서 떨어진 구호품에 맞아 주민 5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당시 소셜미디어(SNS)엔 가자지구 북부에서 투하된 구호품 꾸러미 중 1개의 낙하산이 펴지지 않아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영상이 공개됐다. 구호품이 바다나 이스라엘 국경 근처로 떨어져 주민들이 접근할 수 없게 되거나 체계적 분배가 이뤄지지 않아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되지 않고 암시장으로 향하는 문제 등도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지난해 10월7일 가자지구 전쟁 발발 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로 육로를 통한 구호품 전달이 전쟁 전의 5분의 1로 줄었다. 지난 18일 발표된 유엔 기관, 비정부기구(NGO) 자료를 취합한 통합식량안보단계분류(IPC) 보고서는 3월 중순~7월 중순까지 가자지구 주민 절반인 110만 명이 IPC 분류상 가장 심각한 기아 단계인 "재앙"에 직면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이스라엘이 전쟁 초기 집중 공격했던 가자지구 북부의 경우 이스라엘군의 봉쇄 및 검문, 구호 전달 체계 파괴, 치안 공백 등으로 가자지구 최남단 이집트 접경 지대인 라파 검문소 등을 통해 들어오는 물자가 육로로 거의 전달되지 않아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이에 미국, 요르단, 영국 등이 항공기를 동원해 구호품에 낙하산을 매달아 가자지구 북부 지역에 공중 투하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인도주의 단체들은 구호품 공중 투하가 양적인 면에서 육로 수송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해 왔다. 항공기 한 대가 수송하는 구호품 규모는 트럭 한 대 수송 분량의 10분의 1에 불과한데 전쟁 전 가자지구엔 매일 트럭 500대 분량의 구호품이 들어왔다.

프란체스카 알바네제 유엔 팔레스타인 인권 특별보고관은 2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genocide)"을 저지르고 있다는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은 의도적으로 세 가지 집단학살 행위를 저질러 왔다. 집단 구성원들에게 심각한 신체적 또는 정신적 피해를 입히고 고의적으로 집단 전체 또는 일부의 물리적 파괴를 가져올 것으로 계산된 삶의 조건을 안기고 그룹 내에서 출산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가자지구에서의 집단학살은 팔레스타인 원주민을 말살하려는 오랜 정착민 식민지배 과정의 가장 극단적 단계"라며 "이는 예견된 비극"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25일 유엔 안보리에서 가자지구 전쟁의 즉각적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며 채택돼 이스라엘과 미국의 관계가 최저점에 달한 것으로 평가되자 이스라엘 중도 및 좌파를 중심으로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결의안 채택 뒤 네타냐후 총리는 예정돼 있던 대표단 미국 파견을 취소하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고 미국은 "실망스럽다"고 밝혀 냉랭한 관계를 재확인했다.

<가디언>은 이스라엘 매체 <마아리브>가 네타냐후 총리의 방식을 "망상적", "광기", "끔찍함"으로 표현하며 "이 남자(네타냐후 총리)는 우리 미래, 우리 아이들의 미래, 이스라엘 국가 안보의 핵심인 전략적 동맹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스라엘 진보 언론 <하레츠> 또한 네타냐후 총리를 "이스라엘의 파괴자", "이스라엘의 짐덩이"로 묘사하며 "그(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이스라엘 시민들에게 고의적으로 해를 끼치고 있다. 그는 사임하고 이스라엘에 그가 초래한 피해로부터 스스로를 구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맹비난했다.

<가디언>은 중도 우파 성향 이스라엘 언론 <예디오트 아흐로노트> 칼럼니스트 나훔 바르네아가 네타냐후 총리의 미국 대표단 파견 취소를 비판하며 네타냐후 총리가 "끊임없는 반항, 끊임없는 모욕, 끊임없는 추문 등 버릇 없는 10대가 부모를 대하는 방식으로 미국을 상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가디언>은 이스라엘 내에서 이 같은 비판이 나오는 배경은 미국의 재정 지원, 무기 판매, 안보리에서 이스라엘을 대신해 자주 거부권을 행사하는 외교적 지원을 포함해 미국과의 관계가 이스라엘에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이 이스라엘 내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안보리 결의안 채택으로 이스라엘 우파와 극우 쪽에선 이스라엘이 미국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포퓰리즘적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짚었다. 매체는 네타냐후 총리의 전 고문인 캐롤라인 글릭이 "이스라엘이 미국 무기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됐다"며 미국과의 관계가 "후원자와 후원 대상에서 파트너십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극우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이 안보리 결의안 통과 직후 소셜미디어에 이스라엘은 스스로를 지켜야 하며 유엔과 같은 국제 기구에 의존해선 안 된다는 의미를 담은 문구를 올렸다고 덧붙였다.

▲2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 상공에서 항공기가 투하한 구호품이 포착되자 주민들이 이를 잡기 위해 달려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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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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