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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비아, 9년 만에 '여성 성기 훼손 금지' 되돌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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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비아, 9년 만에 '여성 성기 훼손 금지' 되돌리나

이슬람교 지도자 옹호 등에 업고 의회 위원회 심의 돌입…여성단체 "종교 문제 아닌 여성 몸 통제 시도"

여성의 외음부를 비의료적 목적으로 훼손하는 관행인 여성 성기 훼손(female genital mutilation·FGM, 이하 '여성기훼손')을 2015년 법으로 금지했던 서아프리카 감비아에서 해당 법이 뒤집힐 위기에 처했다.

<AP> 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을 보면 18일(이하 현지시간) 감비아 의회의원들은 여성기훼손 금지를 철회하는 법안을 최종 표결 전 단계인 의회 위원회 심의로 넘기기로 했다. 이날 토론 및 투표에 참여한 47명 의원 중 42명이 해당 절차에 동의했다. 감비아 의회의원 58명 중 여성은 5명에 불과하다.

3달 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위원회 심의에서 수정안이 제시될 수는 있지만 <뉴욕타임스>는 법안 폐지가 핵심 고비를 넘겨 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는 분석가들의 전망을 전했다. 법안이 제정되면 감비아는 여성에 대한 대표적 폭력 중 하나인 여성기훼손 금지를 되돌리는 최초의 나라가 된다.

여성기훼손은 비의료적 목적으로 여성의 생식기 중 외부에서 보이는 음핵, 대음순, 소음순 등 바깥 생식기관의 일부 혹은 전부를 잘라내거나 봉합하는 등의 방식으로 훼손하는 관행으로 즉각적인 극심한 통증 및 사망 위험을 비롯해 질 건강 및 월경 문제, 배뇨 장애, 성교시 통증, 감염, 출산시 위험 증가 등 생애 전체에 걸쳐 건강에 위험을 끼친다.

외음부를 봉합하는 방식으로 성기를 훼손한 경우 결혼 뒤 성관계 및 출산을 위해 봉합을 해제하는 재훼손이 이뤄지기도 하며 출산 뒤 다시 질 입구를 좁히는 추가 훼손을 가하기도 한다.

이달 유니세프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2억3000만 명의 여성이 여성기훼손 관행의 희생양이 된 채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유니세프의 2016년 추정치(2억 명)보다 3000만 명 늘어난 것이다.

지난달 유엔인구기금 자료를 보면 감비아의 경우 15~49살 여성의 75%가 여성기훼손을 겪었다. 아프리카 말리의 경우 해당 연령대 여성의 91%, 수단에선 88%, 에티오피아에선 74%, 이집트에선 91%, 소말리아에선 98% 등 주로 아프리카(1억4400만 명), 중동(600만 명), 아시아(8000만 명)에 위치한 약 30개국에서 이러한 관행이 횡행 중이다.

여성기훼손은 음핵 및 소음순 일부를 잘라내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방식으로 대부분 어린 여성들에게 행해지는 탓에 고통에도 불구하고 폭력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뉴욕타임스>는 감비아 여성 폭력 반대 단체 윌(Women in Liberation & Leadership·WILL)의 설립자이자 여성기훼손 생존자인 파투 발데흐 대표 또한 8살 때 성기 일부를 절단 당했을 때 그것이 여성에 대한 폭력임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당시 큰 고통을 겪었지만 문화의 일부로 여겼고 심지어 조산사였던 자신의 할머니가 해당 작업에 관여했기 때문이다.

2016년까지 22년간 감비아를 철권통치한 야히야 자메 대통령은 2015년 별다른 설명 없이 여성기훼손을 전격 금지했지만 이로 인해 벌금 등 처벌이 부과된 사례는 지금까지 3건에 불과하다. 거의 대부분의 시행자가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의미다. 오히려 지난해 처음으로 3건의 처벌 사례가 발생하자 이 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어 의회에서 논의되기에 이르렀다.

<로이터> 통신을 보면 이달 초 여성기훼손 금지를 폐지해야 한다는 법안을 제출한 알마메흐 기바 의원은 금지법이 시민들이 문화와 종교를 실천할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감비아 인구 대부분이 무슬림이다.

감비아 종교 지도자들은 폐지를 적극 옹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독일 도이체벨레(DW) 방송을 보면 지난해 여성기훼손 혐의로 3명이 벌금형에 처해졌을 때 한 이맘(이슬람교 예배 인도자)이 벌금을 대신 내줬고 감비아 최고이슬람위원회는 여성기훼손 관행이 "이슬람의 미덕 중 하나"라며 옹호했다.

<뉴욕타임스>는 감비아의 영향력 있는 이맘 중 하나인 압둘리 파티가 2014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내가 성기 일부를 잘라내지 않으면 남편이 아내의 성욕을 충족시킬 수 없어 고통받게 된다고 주장하며 이 관행 유지를 옹호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난달 유엔인구기금은 여성기훼손 관련 자료를 내 "어떤 종교 문헌도 여성기훼손을 조장하거나 용인하지 않는다"며 "여성기훼손은 종교적 관행이라기보다 문화적 관행이고 많은 종교 지도자들이 이를 비난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인구기금은 "여성기훼손이 많은 무슬림 집단에서 행해지기 때문에 이슬람교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자주 인식되지만 모든 이슬람 집단이 여성기훼손을 실행하는 것은 아니며 일부 기독교인, 에티오피아 유대인, 특정 아프리카 전통 종교 신도를 포함해 많은 비이슬람 집단에서도 여성기훼손을 시행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의회 앞에선 여성기훼손 금지법 폐지에 반대하는 여성과 남성들이 모여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감비아의 여성기훼손 및 아동결혼 반대 단체 '소녀들을 위한 안전한 손(Safe Hands for Girls)' 설립자 자하 두쿠레흐는 <AP>에 여성기훼손 금지법 폐지는 아동결혼과 아내폭력 방지 등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는 다른 법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두쿠레흐는 금지법 폐지가 "종교에 관한 것이 아니라 여성과 여성의 몸을 통제하려는 반복적인 일련의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18일(현지시간) 서아프리카 감비아 의회 밖에서 여성의 외음부를 비의료적 목적으로 훼손하는 관행인 여성기훼손(FGM) 금지법 철회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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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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