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와 야를 가리지 않고 막말 논란이 거세다. 품격은 사라진 지 이미 오래, '막말 전성시대'를 살고 있다. '시대정신,' '비전,' '가치'는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어처구니없게도 상대 당보다 같은 당 정치인 공격에 더 열심이다. 여의도 국회를 가리켜 '300명의 정치 자영업자들'이라 칭하는데 대부분이 공천에 목을 매는 생계형 정치인으로 전락했다.
시대정신? "그런 달달한 것이 아직 남아 있는가?"
포퓰리즘의 시대다. 특히 한국 정치는 온통 원한과 복수혈전의 싸움판이다.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22대 국회에서 김대중과 노무현의 시대정신을 이어받아 소통의 정치, 통합의 정치를 구현할 정치인이 있을까. 포퓰리즘의 시대라지만 우리 정치에 중용(中庸)의 미덕을 도모할 인물은 없을까.
동교동계는 물론 수많은 친노가 사라졌다. 홀로 남은 친노는 아마도 '노무현의 오른팔'이라던 이광재일 것이다. 그가 23살 때 노무현을 처음 만나 보좌관 생활을 시작했고 참여정부 초대 국정상황실장을 했던 인연 때문만은 아니다. 무엇이든 새로운 것을 찾아 먼저 시도하는 노무현의 습관 때문에 많은 보좌관들이 힘들어했지만 이를 곧 받아들이고 실현한 사람이 바로 이광재이기 때문이다.
진보가 '배신자,' '매국노'라 매도했지만 국가의 미래를 선택한 노무현
김대중의 고민의 '평화'였다면 노무현의 과제는 '미래'였다. FTA는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자 그 결실이다. 양문석 후보는 한미FTA를 가지고 노무현을 '불량품,' '매국노'라 칭했던데 세상 철없는 소리이고 스스로의 무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미FTA 협상은 한 마디로 '잘 된 협상'이다. 오죽했으면 미국이 재협상하자고 계속 못살게 굴었을까.
지지층마저 등을 돌려버린 FTA였지만 노무현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추진했다. 이광재 역시 못지않은 욕을 먹게 된다. '강력한 경제성장 없이 미래도 없다'는 생각에 진보도 기업가정신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청와대 시절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를 참고했다. 당시 '국가정보원 보다 정보력이 낫다'던 삼성이었다. 그러나 이 때문에 이광재는 진보진영으로부터 '삼성공화국'을 만든 인물로 지목되면서 정치적 부담을 떠안기도 했다.
이광재는 여의도 정치인 중 가장 미래지향적이고 아이디어가 많은 인물이다. 그를 상대하려면 만만찮다. 이미 오래전부터 "120세 시대에 65세 정년이 오면 55년간 무엇을 먹고 사나 고민"한 사람이다. '디지털경제'를 위해 '데이터청' 설립과 '교육판 넷플릭스'를 제안했다. 그런 이유로 야인 시절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이 사재 3000억 원을 출연해 만든 싱크탱크 여시재(현 태재미래전략연구원)의 원장을 맡았다.
분당은 미래도시가 될 것인가
그가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 초강세 지역인 분당갑을 선택했다. 선거에선 '인지도가 깡패'라는 말이 있는데 상대가 하필 가장 인지도가 높은 정치인 안철수다. 그럼에도 그는 왜 다른 안전한(?) 지역구가 아닌 분당갑을 선택했을까.
판교를 품은 분당에서 미래를 보았기 때문이다. 디지털경제 영토의 확장을 위해 스마트도시, 미래도시의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IT, 일자리, 주거, 교육, 의료, 문화, 복지를 갖춘 '경제 자립도시'이자 '모델 도시'를 만들 심산이다. 험지 출마도 노무현 판박이다. 노무현이 그랬듯, 이광재의 과욕인가?
'미래도시'가 과연 가능할까? 그가 국회의원, 강원도지사 때 "안 풀리는 일이 있으면 무조건 이광재에게 보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2006년 강원도 수해 때 복구비용으로 나랏돈 1조4000억 원을 끌어와 동료 의원들로부터 "고향 너무 챙기네"라는 농담을 듣기도 했고, 수해 지역 지자체장들이 주변으로부터 은밀한 축하인사(?)를 받을 정도였다. 사실 다른 사례 들 필요가 있겠나. 고향 평창에 올림픽을 유치했다. 강원도의 역사는 올림픽 전과 후로 나뉜다.
포퓰리즘의 시대, 김대중과 노무현 정신이 이어질 수 있을까. 친노마저 사라져가는 지금 노무현 적자 이광재는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 분당은 과연 '미래를 가장 먼저 만나는 도시'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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