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인근 고한사북지역에 장기 거주하면서 사실상 지역주민이 된 속칭 카지노 앵벌이에 대한 인식이 이방인이나 거지 취급 수준이라며 논란이 일고 있다.
강원랜드 카지노에 중독되어 재산을 탕진한 뒤 오갈데 없어 재기를 노리며 장기간 체류하고 있는 앵벌이들은 읍행정복지센터 등에 따르면 고한사북에 약 500명가량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상당수는 생계와 주거, 의료복지 등 보다 나은 생존을 위해 과거 자신들의 생활터전이었던 카지노 출입을 스스로 하지 않으려 주민등록 주소지를 고한사북에 옮겨 기초수급자 혜택을 받고 있다.
반면 상당수 앵벌이들은 지역주민이 누릴 수 있는 다양한 혜택을 포기하고 오직 카지노 출입을 위해 주민등록 이전 없이 고한사북에 장기간 거주하는 경우도 많다.
주민등록을 이전한 사람들은 행복아파트 등 서민임대주택에 거주하면서 주거복지 혜택을 누리기도 하지만 대다수 월세 형식의 민박집, 서민아파트, 여관이나 게스트하우스 등에서 거주하는 실정이다.
지난 2010년 이전까지 40대와 50대의 한창 나이였던 앵벌이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이제는 60대와 70대의 고령층으로 바뀌었고 80대도 수십명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앵벌이들은 상당수 불법온라인 도박으로 생활비를 벌거나 탕진하기도 하지만 강원랜드 카지노에 출근하는 사람, 기원이나 도박상담치유센터 등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떼우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이들 가운데 고독사 하거나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소식을 듣고 강원랜드와 사회단체가 협업해 지난 2016년부터 ‘행복밥상’을 통해 식사를 지원하고 있지만 방법과 규모에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주 3회, 그마저도 하루 한 끼만 40명 기준으로 지원하는 행복밥상은 1인당 8000원인데 교회에서 배식하는 바람에 이를 이용하는 앵벌이들은 40명 미만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행복밥상에 이어 2018년부터 시작한 고한사우나 이용권도 월 100장에 그쳐 지급대상 선정과 실제 지급기준에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강원랜드는 행복밥상 지원대상과 사우나 이용권 대상자 선정도 6개 기관단체 및 교회 등이 참여하고 있는 생명사랑협의체에서 요청한 기준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태백지역 선교단체에서도 하루 40명 기준으로 사랑의 도시락을 만들어 매주 월, 화, 금요일 3차례 고한 하나의원 앞 주차장에서 앵벌이들에게 도시락을 전달하지만 수혜자는 30여명 수준에 불과하다.
앵벌이 A씨는 “지난해 한 손으로 도시락을 받지 말고 두 손으로 받으라는 모멸감 섞인 말을 해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며 “상당수 앵벌이들이 사랑의 도시락과 행복밥상을 외면하는 것은 거지취급을 받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앵벌이 B씨는 “한 달에 100장의 사우나 티켓과 식사인원 40명 선정에 어떤 기준으로 했는지 의아하다”며 “식사도 교회 대신 시중식당을 지정해 티켓으로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앵벌이는 "사북의 도박치유센터는 오후 6시와 휴일에는 문을 닫고 관공서 복지센터도 체류자들이 머물기 힘들 정도로 머물공간이 없는 실정"이라며 "지역 구성원으로 함께 살아 갈 수 있는 포용과 배려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생명사랑협의체 관계자는 “고한사북지역에 장기 체류하고 있는 분들에게 주 3회 점심식사를 제공하고 있다”며 “항상 장기체류들이 부담 없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신경쓰고 있으며 사우나 티켓은 월 2회 제공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03년부터 고한사북지역에 자리잡기 시작한 앵벌이들은 민박집, 모텔과 여인숙 등의 숙박시설, 서민아파트 월세, 사우나 찜질방 등에서 한때 3000여 명을 넘겼으나 출입일수 감소와 규제강화에 코로나 팬데믹까지 겹치며 대폭 감소했다.
정선지역의 한 스님은 "강원랜드 인근 장기 체류자들은 가족들로부터 외면 받은 분들이지만 엄연한 지역주민이고 인권을 무시 당해서는 안 될 분들"이라며 "식사와 사우나 티켓도 좋지만 쉼터와 일자리 제공 및 주민등록 이전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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