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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정적' 나발니 의문사 의혹 증폭…추모 시도 400명 구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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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정적' 나발니 의문사 의혹 증폭…추모 시도 400명 구금

나발니 쪽 "당국, 주검 안 넘기려 모든 짓 다 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이었던 러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47)가 16일(현지시간) 옥중에서 사망한 가운데 주검이 가족에게 되돌아오지 않으며 의문사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러 인권단체는 나발니 추모를 시도한 400명 이상이 구금됐다고 밝혔다.

17일 영국 BBC는 나발니의 대변인 키라 야르미쉬를 인용해 나발니의 어머니 류드밀라 나발나야가 당국으로부터 아들의 주검을 인도 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야르미쉬는 주검이 인근 살레하르트 마을로 옮겨졌다고 듣고 나발니의 어머니와 변호사 이 마을 영안실을 방문했지만 주검이 없었고 러 수사관들이 사후 검사가 완료된 뒤 주검을 돌려 주겠다고 했다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설명했다.

야르미쉬는 "알렉세이 나발니는 살해 당했다"며 당국이 "주검을 넘겨 주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주검 즉시 인도를 촉구했다.

앞서 러시아 연방 교도소 당국은 나발니가 수감돼 있던 최북단 시베리아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교도소에서 산책 뒤 갑자기 사망했다고 16일 밝혔다. 2011~2012년 러시아에서 반정부 시위를 주도했던 나발니는 반부패재단을 설립해 푸틴 대통령 및 측근, 고위 인사들의 부패를 폭로해 왔다. 2020년 시베리아에서 모스크바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독극물 중독으로 죽을 뻔 한 뒤 소생해 2021년 러시아로 귀국했지만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체포된 뒤 극단주의 활동 선동 혐의 등으로 총 30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아 복역 중이었다.

나발니 주검 인도 지연으로 의문사 의혹은 커지게 됐다. 이미 서방에선 나발니 죽음에 푸틴 대통령이 책임이 있다는 성명이 빗발치고 있다. 17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은 영국 스카이뉴스에 나발니의 죽음에 대해 "이와 같은 끔찍한 인권 침해가 발생하면 후과가 뒤따라야 한다"며 "책임져야 할 개인이 있는지,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개별 조치가 있는지 살펴 보겠다"고 말했다.

전날 영국 외교부는 성명을 내 나발니의 죽음에 "러시아 당국이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도 16일 공동성명을 통해 "그(나발니)는 무엇보다 자국민의 반대를 두려워 하는 푸틴 대통령과 그의 정권에 의해 서서히 살해 당했다"고 밝혔다.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푸틴이 나발니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며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지만 나발니의 죽음이 푸틴과 그의 폭력배들이 자행한 일의 결과라는 점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나발니가 러시아 감옥에서 사망할 경우 "파괴적인"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이미 서방이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추가 조치는 한정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관련 질문을 받고 러시아가 이미 "엄청난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하며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또 다른 조치를 숙고 중"이라고 답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나발니가 사망 발표 하루 전인 15일 감옥에서 영상을 통해 법정에 출석했으며 러시아 매체가 공개한 해당 영상에서 나발니가 웃고 농담까지 하며 건강한 모습을 보였다고 짚었다. 신문은 법원 쪽이 러시아 매체에 나발니의 상태가 "양호해 보였다"며 나발니가 "건강에 대한 어떤 불만도 표시하지 않았고 활발하게 말했으며 자신의 입장을 옹호하는 주장을 펼쳤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타스> 통신을 보면 16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나발니 죽음에 대한 서방 지도자들의 반응은 용납할 수 없으며 "완전히 광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 당국은 나발니 추모를 시도한 이들을 대거 잡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인권감시단체 OVD-Info는 관련해 17일 오후 6시30분까지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36개 지역에서 401명이 구금됐다고 밝혔다.

뒤탈이 두려워 성을 밝히기를 거부한 추모객 알라(75)는 "그(나발니)는 죽은 게 아니라 살해 당했다"며 "머릿속으론 그들(러시아 정권)이 그(나발니)를 파멸시키려 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막상 그 일이 일어났을 땐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무의미하고 잔혹한 일"이라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추모의 흔적도 지워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모스크바에 위치한 소련 시절 정치적 탄압 희생자를 기리는 솔로베츠키 기념비 앞에 나발니를 추모하며 놓인 꽃들을 얼굴을 가린 남성들이 제거하고 있는 영상이 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러시아 국영 방송이 나발니의 죽음 보도에 단 30초를 할애한 것을 비롯해 나발니의 죽음이 러시아 매체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자신의 이름을 세르게이라고 밝힌 한 행인이 "그(나발니)가 애도을 받을 만한 무슨 일을 했냐"며 "그는 서방의 꼭두각시였을 뿐"이라고 추모객을 조롱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자랐고 미국으로 이민한 언론인이자 작가 사샤 바실류크는 17일 미 CNN 방송 기고에서 "나발니의 죽음으로 마지막 희망이 사라졌다"고 썼다. 그는 많은 나발니 주도 집회에 참석했던 자신의 형제가 "푸틴이 죽고 정치범들이 석방되고 러시아가 더 건강한 정치적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아주 작은 기회가 있었다면, 나발니는 이를 가능하게 했을 유일한 핵심이었다. 이제 그 핵이 사라졌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1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소련 시절 정치적 탄압으로 목숨을 잃은 이들을 기리는 기념물인 슬픔의 벽 인근에서 전날 숨진 것으로 발표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 추모 모임에 참석한 한 여성을 끌고 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정치적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기념비 옆에 전날 숨진 것으로 발표된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사진과 꽃이 추모의 의미로 놓여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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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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