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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나는 페미니즘 안티테제로 주목받아…스펙트럼 확대해 나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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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나는 페미니즘 안티테제로 주목받아…스펙트럼 확대해 나가야"

李, 이제와 '안티페미' 과거 세탁 시도?…장혜영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나" 일침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자신의 과거 정치 이력과 정체성이 "페미니즘의 안티테제"였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반대했던 것은 "현실에서 페미니즘의 이상을 관철시키는 과정"이었을 뿐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 공동대표는 13일 SNS와 당 공보실을 통해 밝힌 입장문에서 "제 개인에 대해서 되짚어 보면, 이준석이 페미니즘의 안티테제로서 주목받게 된 것은 2018년 이수역 사건 당시 제 입장을 밝힌 것에서 시작되었다"며 "현실에서 페미니즘의 이상을 관철시키는 과정이 낙인찍기와 폭력에 근거하는 것 때문에 소위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이 하는 행동들에 대해서 날카롭게 지적해왔고, 소위 할당제나 잠재적 가해자론으로 무리수를 두는 것들에 대한 지적으로 저는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의 주적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이 공동대표는 "래디컬 페미니즘"이나 "현실에서 페미니즘의 이상을 관철하는 과정"이 아닌 페미니즘 그 자체에 대해서는 이 글에서 여전히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 공동대표는 이어 "마찬가지로 제가 전장연을 비판했던 지점 또한, 그들의 주장보다는 그들이 일반 시민의 출퇴근길을 볼모삼아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려고 하는 방식이 비문명적이라는 이유였다"고 주장했다.

이 공동대표는 "누군가 저를 여성혐오와 장애인혐오로 아무리 몰아가도, 오히려 그런 낙인찍기에 의연히 대처하며 그것을 견뎌낼 수 있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공동대표가 이같은 입장을 밝히게 된 배경은, 이낙연 신당(새로운미래) 측과의 합당 이전의 옛 개혁신당 당원들 일부가 그에 대한 지지 철회나 탈당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설득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개혁신당 측도 이 입장문의 성격은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드리는 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공동대표는 그러면서 "새로 합류하는 구성원들과의 이념적 차이에 대한 당원과 지지자의 걱정은 충분히 타당하지만, 생각의 스펙트럼은 개혁신당이 장기적으로 수권세력이 되기 위해 확대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며 "앞으로 생각이 다른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어야 수권정당이 될 수 있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페미니즘 이슈에 대한 입장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다만 그는 "개혁신당을 중심으로 한 통합이기에, 우리에게 합류하기 위한 여러 세력들이 오히려 국민들에게 개혁신당의 어떤 가치에 동의해서 함께하기로 했는지, 그리고 지금까지 그들이 가졌던 생각에 변화가 있는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며 "그럴 용기가 없는 인사들에게 개혁신당의 지지자들의 마음이 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일면 기존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태도도 보였다.

이 공동대표는 앞서 지난해 11월 금태섭 당시 새로운선택 대표(현 개혁신당 최고위원)과의 토론에서도 자신이 반대했던 것은 '여성할당제'였을 뿐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펴기도 했었다. (☞관련 기사 : 이준석 "젠더정책, 저는 할당제에 굉장히 민감"…웬 '할당제'?)

이 공동대표의 주장과는 달리, 그가 적대·반대해온 것이 단지 "현실에서 페미니즘의 이상을 관철시키는 과정", "(그 과정이) 낙인찍기와 폭력에 근거하는 것" 또는 "할당제"에 불과했는지는 물음표가 찍힌다.

이 공동대표는 그가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 나섰던 2021년 이후 페미니즘의 핵심 질문인 '성차별의 존재' 그 자체, 즉 현재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약자의 위치에 있다는 점을 집요하게 부정해 왔다.

그는 2021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 <한국경제> 인터뷰에서는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있다면 당연히 보정해야 한다"며 "(그러나) 일각의 문제제기는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같은 인터뷰에서 "예를 들어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을 보면서 전혀 공감이 안 됐다. 해당 책 작가는 자신이 걷기 싫어하는 이유가 '여성이 안전하지 않은 보행 환경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는데 망상에 가까운 피해의식"이라고 주장했다. 여성의 밤길 안전은 같은 보수정당 정치인인 오세훈 서울시장 등 보수진영 내에서도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였던 이슈임에도 이를 부인한 것이다.

또 방송 인터뷰나 개인 SNS 등을 통해서도 그는 "85년생 여성이 변호사가 되는 데 있어서 어떤 제도적 불평등과 차별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보증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제도적 차별의 존재를 부인했고, 이후 국민의힘 대표에 당선된 후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내거는 과정에서 주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모두 '구조적 성차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여성혐오·성착취 범죄 문제에 대한 한국사회의 대응을 논하면서도 "개별 범죄를 끌어들여서 특정 범죄의 주체가 남자니까 남성이 여성을 집단적으로 억압·혐오하거나 차별한다는 주장"이라고 했고, 지난 대선 당시 성범죄 엄벌주의를 주장한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경기대 교수와 페미니스트 정치인 신지예 씨가 윤석열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되자 공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현직 대표이던 시절, 당선 직후부터 대선 국면에 이르기까지 <프레시안> 기자 등 취재진들이 '한국사회에 여성에 대한 차별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을 기회 있을 때마다 던졌음에도 단 한 차례도 답을 하지 않고 "이미 말씀드렸다"고 회피하기만 했다.

이 공동대표와 페미니즘 이슈를 놓고 SNS상에서 공개 설전을 벌이기도 했던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이 공동대표가 반(反)페미니즘 선동정치에 앞장섰던 대가를 이렇게 치르고 있다고 본다"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장 의원은 "이 공동대표가 소위 '이대남'을 앞세운 반페미니즘 선동정치의 아이콘이었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지금까지 그것으로 꽤 재미를 봐온 것도 사실"이라며 "반페미니즘 정치를 보고 이준석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페미니스트 정치인들과 (당을) 합친 이준석을 보고 떠나가니, 그 지지층 이반을 수습하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장 의원은 "수많은 유권자들은 지난 선거 전후로 이 공동대표가 '집게손가락' 등으로 죄없는 여성들을 얼마나 괴롭혔는지 다 기억하고 있다"며 "그런데 이제 와서 그것만으로는 신당 지지율(확장)이 이뤄지지 않으니 '반페미니즘 정치를 하지 않았다'? 그럼 그의 정치가 페미니즘 정치였느냐"고 비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자료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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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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