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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日 기업 책임 없다는데, 日 시민단체 "식민 지배 역사 반드시 끝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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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日 기업 책임 없다는데, 日 시민단체 "식민 지배 역사 반드시 끝내자"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연이어 승소…일본 기업 책임 면제해준 한국 정부 해법 지속 가능성에 의문 커져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또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에 일본 기업들의 책임을 면해주는 정부의 이른바 '제3자 변제' 해법이 지속 가능할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유족이 일본 군수기업 후지코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3건의 상고심에서 원심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각각 확정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김정주, 김계순, 이자순 할머니를 비롯해 소송을 제기한 원고는 지난 1944~45년 후지코시가 운영했던 도야마 공장에 동원된 여자 근로정신대 피해자들 및 유족으로, 협박이나 강요 및 설득 등으로 인해 동원됐다고 전해졌다.

이들은 지난 2013년 1건, 2015년 2건 등의 소송을 진행했는데 2012년 대법원이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을 인정한 이후 제기된 소송이었다. 이 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고 1인당 8000만 원에서 1억 원을 배상할 것을 판결했다.

2심 역시 이러한 판결이 유지됐으나 후지코시는 지난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또는 시간 경과로 인해 원고들의 청구권이 소멸됐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에 대법원은 이날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처음으로 대법원에서 승소했던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까지 피해자들에게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 사유'가 있었다면서, 청구권이 소멸했다는 일본 기업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이로써 후지코시는 피해자 1명 당 위의 금액에 해당하는 배상금 총 21억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소송 원고는 41명, 직접 피해자 23명이며 피해자 중 현재 생존자는 8명이다.

▲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일제 강제동원 후지코시 상대 손배소송 상고심 선고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 원심을 확정받은 피해자 김정주(앞줄 왼쪽부터), 김계순, 이자순 할머니와 유족들이 만세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의 이번 결정에 대해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관방장관은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이날 하야시 장관이 한국 측에 항의했다며 "한일 청구권협정에 명백히 위배된다. 매우 유감스럽고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의 입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일 간의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일본이 외교 채널을 통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항의한 것이냐는 질문에 이날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구체적인 것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23일 서울중앙지법은 또 다른 강제동원 피해자가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받은 뒤 해당 기업이 공탁한 금액을 받아가겠다는 압류추심명령을 인용하기도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원고인 이 씨는 지난해 12월 28일 대법원에서 배상금 5000만 원 및 지연이자에 대한 배상 확정을 받았다. 앞서 히타치조센은 서울고등법원에서 같은 판결을 받은 이후인 2019년 1월 배상금에 대한 강제집행 정지를 청구하면서 담보 성격의 6000만 원을 법원에 공탁한 바 있는데, 이 씨가 이 공탁금을 배상금과 지연이자로 받겠다고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허가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의 결정에 따라 이 씨가 실제 이 금액을 받을 경우 강제동원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가 일본 기업의 자금을 받는 첫 사례가 된다. 금액 지급은 향후 2~3달 안에 서울고등법원의 담보 취소 결정이 나오게 된 이후 실시된다.

이에 대해서도 하야시 장관은 한국에 항의했다고 밝혔다. <교도통신>은 "(하야시 장관은) 히타치조선의 패소가 확정된 징용공 소송에서, 이 회사가 한국의 법원에 맡긴 공탁금 압류가 인정된 것에 대해서도 항의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잇따라 승소하고 일본 기업이 법원에 맡긴 공탁금까지 찾아가면서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에 민간 기업들의 참여를 통해 기금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원고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해 피고 기업들의 책임을 면제해주는 정부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일본도 이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은 "관계자에 따르면 재단에는 15억 원 정도만 남았다. 새로운 기부가 없으면 모든 원고에게 지불할 자금은 없다"고 보도하며 한국 정부의 해법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후지코시에 강제동원된 한국인을 비롯해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일본 시민단체인 '후지코시 강제 연행·강제 노동 소송을 지원하는 호쿠리쿠 연락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오늘 일본의 방해를 팽개쳐 승리를 부동으로 확정시켰다"며 "후지코시는 당장 대법원 판결에 따라 원고에게 배상해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식민지 지배하에 한반도로부터 어린 소녀들을 1000명 이상이나 동원한 후지코시는 일본의 재판소도 인정한 역사적 사실을 맞서서 부정하고 있다"며 "(한국의) 대법원은 이런 주장을 새삼스럽게 부정했다. 사실을 지울 수는 없다. 원고단 비롯한 한국 민중의 투쟁에 의하여, 여기에 원고들이 승소 판결을 쟁취한 역사적 의의는 크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징용공들의 투쟁은 새로운 단계를 맞이했다. 책임을 추궁당하고 있는 자는 일본 사회와 우리들 자신"이라며 "일본의 침략과 식민 지배의 역사를 반드시 우리의 손으로 끝내야 할 것이다. 우리는 후지코시 소송 원고단 여러분들부터 배우면서 함께 싸웠던 세월을 가슴에 새겨, 승리할 날까지 걸어 갈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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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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