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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대선주자들, 남북전쟁 실언 틈타 지지율 열세 바이든 흑인에 '구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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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대선주자들, 남북전쟁 실언 틈타 지지율 열세 바이든 흑인에 '구애'

헤일리, 남북전쟁 노예제 빼고 트럼프는 "협상" 발언…바이든 "역사 훔치려 해" 비판

다음주 아이오와주에서 첫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둔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들이 남북전쟁 원인을 오도하는 등 관련해 근거 없는 발언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흑인 유권자 표심 잡기에 나섰다.

8일(이하 현지시각) 바이든 대통령은 남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유서 깊은 흑인 교회인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에서 한 연설에서 "이를 모르는 듯한 사람을 위해 분명히 말씀드리자면 노예제가 남북전쟁의 원인이었다"고 말했다.

이름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지난달 말 남북전쟁의 원인에 대한 질문을 받고 노예제를 언급하지 않아 구설에 휘말린 공화당 대선주자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와 전날 남북전쟁이 협상 가능했다는 엉뚱한 발언을 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다.

최근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들은 남북전쟁 관련 근거 없는 발언을 쏟아내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27일 헤일리 전 주지사가 뉴햄프셔에서 한 유권자에게 남북전쟁의 원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정부가 어떻게 운영될 것인지"와 "사람들이 무엇을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에 대한 자유"에 관한 것이라고 핵심인 노예제를 빼고 에둘러 답한 것이 발단이 됐다.

관련해 비판이 일자 헤일리 전 주지사는 다음날 "물론 남북전쟁은 노예제에 관한 것이었다. 그건 쉬운 부분"이라고 발언을 정정했다.

헤일리 전 주지사가 당초 노예제를 언급하지 않은 것을 두고 남부 표심을 의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61~1865년 연방 정부와 남부 11개주로 구성된 남부연합 사이 벌어진 내전인 남북전쟁의 핵심 쟁점이 노예제 폐지였다는 것은 학계에서 폭넓게 인정되는 상식이지만 남부 일부에선 여전히 이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

그는 2010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선거에 출마했을 때도 남북전쟁이 "전통"과 "변화"를 위한 전투였다고 묘사한 바 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가세했다. <워싱턴포스트>(WP)를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6일 아이오와주 유세에서 별다른 근거 없이 남북전쟁이 "협상될 수 있었다"는 발언을 내 놓으며 "만일 에이브러햄 링컨이 협상을 했다면 당신은 에이브러햄 링컨이 누군지도 모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체는 역사가들이 전쟁 전 이미 타협을 위한 여러 노력이 있었다고 지적하며 터무니 없다고 일축했다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블라이트 미 예일대 역사학 교수는 매체에 해당 주장이 "초등학생 수준의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며 "역사적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리즈 체니 전 공화당 하원 의원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남북전쟁의 어떤 부분이 협상될 수 있었나? 노예 부분? 탈퇴 부분?"이라고 지적하며 "링컨의 정당인 공화당에서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 당원들에게 묻는다. 이걸 어떻게 방어할 수 있나"라고 비난했다.

공화당 후보들이 때아닌 남북전쟁 관련 싸움에 말려든 사이 바이든 대통령은 노예제 피해자인 흑인 유권자에 구애 중이다. 찰스턴 교회 연설에서 그는 패배한 남부연합이 남북전쟁이 노예제가 아니라 주 정부의 권리에 관한 것이었다는 "이기적인 거짓말"을 받아들이고 이를 "고귀한 대의"로 칭했다고 지적하면서 "2020년 대선에 관한 거짓말" 또한 "패배를 거짓말로 바꾸려는 시도"라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연결시켰다.

그는 "패배한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의 극단적 운동인 마가(MAGA·트럼프 선거 홍보 문구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줄임말) 공화당원들"이 2021년 미 의회 의사당 폭동을 "평화적 시위"라고 칭하며 "선거를 훔치려 했고 이제 역사를 훔치려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는 2015년 백인우월주의자에 의한 총격 사건이 일어나 목사와 신도 등 9명을 잃은 곳이다. 이 사건으로 당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였던 헤일리는 기존 의견을 바꿔 주 의사당에 걸려 있던 남부연합기 철거를 촉구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8일 연설에서 "백인우월주의"는 "독"이라고 재강조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거의 반세기 만에 가장 강한 흑인 유권자 지지를 얻고 있어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흑인 유권자의 마음을 잡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뉴욕타임스>와 미 시에나대 공동여론조사에 따르면 애리조나주, 네바다주, 조지아주 등 주요 격전지 6곳의 흑인 유권자 22%가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아닌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서 흑인 유권자의 6%, 2020년 대선에선 8%의 지지만을 얻을 것을 감안할 때 지지율이 치솟은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1972년부터의 출구조사 보고서를 인용해 1976년 이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가 흑인 유권자 표를 12% 이상 득표한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여론조사 발표 당시 <뉴욕타임스>가 취재한 흑인 유권자들은 비용 상승 등 경제 문제, 이민 정책, 국내 문제에 우선을 두지 않는 듯한 정책 태도 등을 바이든 정부의 문제로 꼽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경선 지지율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을 뿐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과의 가상 대결 지지율에서도 근소하게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가상 대결 관련 전국 단위 여론조사 516개의 평균을 낸 결과 9일 기준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44.3%)이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43.1%)을 1.2%포인트(p) 앞섰다.

같은 날 기준 매체가 공화당 대선 경선 관련 여론조사 평균을 낸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64.1%)이 헤일리 전 주지사(11.3%),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11%)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각)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에서 열린 캠페인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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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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