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아파트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공공기관이 아니라 개인 간 거래가 가능하게 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지난달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거쳐 8일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
기존에는 토지임대부주택을 분양받은 수분양자가 LH공사에만 환매할 수 있었다. SH공사 등 지방공사를 환매 대상기관으로 확대하고, 전매제한기간을 10년으로 두고, 10년 후에는 개인 간 매매도 허용한다는 것이 주요한 내용이다.
전매제한기간 10년 이후에는 개인 간 거래가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비판과 환영의 관점이 공존한다. 공공토지를 투기적 자산형성에 활용하게끔 한다는 점에서 비판이 있는 반면, 시세차익을 통하여 개인의 자산축적과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의 목소리도 있다.
그런데 개인 간 거래가 허용된다는 사실만으로 시세차익이 개인에게 귀속될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제도의 지속가능성과 합리적 자원 배분을 위한 핵심적 역할은 바로 토지임대료에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을 안다는 착각?
지난 수년간 대한민국을 탐욕과 광란의 폭풍 속으로 몰아넣었던 부동산 문제의 발단은 바로 부동산으로 돈 벌고 싶은 투기심리, 불안심리에 기반을 둔 투기수요였다. 아직 자산이 충분하지 않은 2030청년들까지도 '영끌' 대출과 부모의 지원으로 투기시장에 뛰어들었다. 주택 규제를 피해 생활형숙박시설, 오피스텔, 분양형호텔, 지식산업센터 등 온갖 종류의 투기상품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수중에 계약금 지불할 돈도 없는 사람들조차 무분별하게 신용대출을 동원하여 분양권전매 시세차익을 얻고자 분양시장에 뛰어들었다.
1720년 영국의 남해회사주식에 투자하여 큰 손실을 보았던 천재과학자 아이작 뉴턴은 ‘나는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고 말한바 있다. 2017년 이후 지난 5~6년간 3~4배 가격이 폭등한 아파트가 허다했고, 아파트가 얼마나 올랐는지, 얼마를 벌었는지가 전 국민의 관심사였다. 실로 부동산투기 이익만이 인생의 희망이었던 광기의 시기였다. 이런 투기심리에 힘입어 형성되었던 거래가격을 적정 부동산 가치 기준으로 삼을 수 있을까.
부동산 가격, 가치, 시세라는 용어를 흔히 사용하면서 부동산 시세가 정해져있는 절대값인양 생각들 하지만 사실 부동산 가치는 매우 유동적이고 주관적이며 관념적인 것이다.
우리는 실거래가격을 아파트 시세라 말하기도 하지만 개별 부동산 단위로 쪼개 들어가보면 부동산거래는 그렇게 빈번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시장 상황에 따라서 매도호가와 실거래가격의 괴리가 매우 크게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나 2022년은 부동산가격의 급등과 급락이 혼재하는 시기였다. 서울아파트 기준 12만 건이 거래되었던 2015년 대비, 2022년의 거래량은 1만2000건으로 10%에 불과했다. 이처럼 특정 시기 시장이 얼어붙어 매도인과 매수인간 기대 가격의 괴리가 크고, 거래가격 간 편차가 심하고 거래가 거의 없는 시장에서는 가격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대한민국 기준금리가 역사상 최저점을 찍었던 2021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많은 아파트단지에서 최고 실거래가 거래가 많았지만, 전체 주택재고 대비 거래량은 매우 적었다. 거래량은 가격 급등 이전인 2015년, 2016년에 가장 많았다(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 기준 서울아파트 거래건수 2015년 12만225건, 2016년 11만330건, 2017년 10만5135건, 2018년 8만1672건, 2019년 7만5084건, 2020년 8만1086건, 2021년 4만1992건, 2022년 1만1999건, 2023년 현재까지 3만1973건).
1000세대 아파트 중 10세대가 20억에 분양되고 990세대가 미분양으로 남았다면 이 아파트 시세는 분양가 20억일까? 마찬가지로 1만 세대 아파트단지에서 같은 달에 2건이 거래되었는데 한 건은 15억, 한 건은 20억이라면 어떤 거래가격이 시세인가? 가격편차가 큰 극소수 거래 사례의 매매가격을 시세로 보는 것이 합당한가?
우리나라의 실거래가 정보 중 매매 시 개입되는 개인의 특수한 사정, 실거주 여부, 대출비율 및 개인 신용 또는 정책에 따라 달라지는 개인별 이자율, 신용정보 등 구체적 거래정보는 공개되지 않는다. 부동산 경기에 따라 자주 바뀌는 혼란스럽고 복잡한 부동산세제 정책은 개인의 특수한 조건을 만들어내어 가격변동성을 더 크게 만든다. 세금 문제로 인해 꼭 팔아야해 급매를 원하는 경우, 팔고 싶어도 팔수 없는 경우도 왕왕 생긴다. 그래서 거래가 희소한 지역과 시기의 특정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도대체 부동산의 시세, 시가, 가격, 가치는 무엇인가
우리는 부동산 가격을 이야기할 때 대부분 매매가격을 상정한다. 그러나 부동산가격에는 매매가격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용수익의 대가로서 지급하는 차임, 즉 임대료 또한 부동산의 가격이다. 이 임대료는 부동산의 매매가격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면서 서로 상호작용한다. 그래서 부동산 가치를 평가할 때 유사부동산의 매매가격을 기준으로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시장가격)뿐만 아니라 부동산의 사용수익 대가인 임대료를 기준으로 가치를 평가하는 수익환원법이 중요한 감정평가방법이다.
전체 주택 재고 대비 거래가 희소한 시기에는 특정한 한두 건의 매매가격보다는 임대료를 기반으로 하는 수익가격이 가치의 기준으로 적절하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매매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시장가격뿐만 아니라 임대료를 기준으로 하는 수익환원법과 투입원가를 기준으로 하는 원가법을 감정평가 3방식으로 정의하고, 세 가지 방법을 모두 적용한 후 시산조정을 통하여 가격을 결정하도록 하며, 이렇게 평가한 가격을 시장가치라 명명한다.
실거래신고는 의무이지만 전월세신고제는 의무시행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월세거래량은 매매거래량보다 훨씬 더 많고 안정적으로 나타나므로 부동산 가치를 객관화하고, 거래 기준으로 삼기에 적절한 지표가 된다(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 기준 서울아파트 전월세 거래건수 2015년 15만7487건, 2016년 15만6278건, 2017년 15만7178건, 2018년 16만8348건, 2019년 18만1755건, 2020년 19만6074건, 2021년 22만8352건, 2022년 25만7641건, 2023년 현재까지 24만6795건).
원론적으로 토지임대부주택에서 토지임대료는 투기가격이 배제된 사용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가격이다. 자산가치의 상승 기대감이 반영되어 있는 거래가격에서 투기가격이 배제되어있으므로, 사용가치 기반의 수익가격은 시장의 매매가격보다 낮다. 시장의 사용가치를 반영하여 토지임대료가 책정된다면 사인 간 거래가 가능하더라도 시세차익이 발생할 여지가 적어진다. 토지의 사용가치만큼 부담해야하는 토지임대료가 진입장벽이 되기 때문이다. 토지임대부주택의 임대료가 시장임대료보다 낮게 책정된다면 그 차액만큼이 수분양자에게 귀속되어 시세차익이 발생한다. 감정평가이론에서는 이를 임차권가치라 한다.
토지임대료가 시장임대료와 유사한 수준으로 책정된다면 임차권가치가 0으로 수렴하므로 시세차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처럼 시장임대료를 반영하는 토지임대료는 투기수요가 반영된 높은 매매가격이 아닌 사용가치 기준의 낮은 가격으로 공급을 가능케 하면서 동시에 수분양자에게 귀속되는 시세차익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토지임대료를 적용한다면 LH공사나 SH공사에서 공공택지를 매각하는 방법으로 수익을 올리고, 택지매각을 통하여 조성된 자금으로 극소수의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의 악순환 구조를 탈피할 수 있다. 공공기관은 택지를 매각하는 방법의 수익구조에 의존하지 않고 장기 안정적으로 확보되는 토지임대료를 통하여 수익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되면 LH공사는 시장의 부동산가격 급등락 사이클에 편승하여 택지 매각에 열을 올리는 대신, 장기, 안정적인 관리 운영에 더 방점을 두게 되므로, 주택 품질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특정 계층이나 주거지원이 필요한 경우에 주택기금 등의 공적자금을 공공기관에 직접 지원할 수도 있다. 공적자금이 민간 건설자금으로 유입되어 부동산 가격을 더 올리는데 활용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지난 10월 SH공사에서 사전청약 접수한 마곡지구 10-2단지의 평균청약 경쟁률은 69.4대 1로 발표되었다. 마곡10-2단지 토지임대부주택의 경우 59㎡형의 분양가는 3억1000만 원, 토지임대료는 69만 원이었다. 인접한 마곡13단지힐스테이트의 동일면적 9월 실거래가 11억, 최고 실거래가 13억8000(2021년 10월 거래)과 비교하면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이다. 한편 동일 면적의 반전세가격인 보증금 3억5000, 월임대료 120만 원(2023년 9월 실거래가), 보증금 3억5000, 월임대료 80만 원(2023년 11월 실거래가)과 비교하면 유사한 수준이거나 다소 저렴한 편이다.
3억5000만 원의 자기자본을 갖고 있는 무주택자가 동일면적의 주택을 매수하여 거주하기 위해서는 7억5000만 원의 대출을 받아야 한다. 40년 만기, 4.5%금리를 기준으로 원리금 분할 상환 시 매월 상환액은 430만 원이다. 이자만 납부하는 경우에도 매월 280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 주택을 시세대비 30% 저렴하게 분양한다고 하더라도 분양가는 8억 원이다. 3억5000의 자기자본을 갖고 있다면 4억5000의 대출을 받아야하고, 40년 만기, 4.5%금리를 기준으로 원리금 분할 상환 시 매월 상환액 250만 원, 이자만 납부하는 경우에도 매월 170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와 비교하면 토지임대부주택의 분양가 및 임대료가 얼마나 저렴한지 알 수 있다.
이처럼 토지임대부주택 정책은 고금리, 주택경기 침체시기에 LH공사와 SH공사와 같은 공공기관을 통한 지속가능한 주택 공급이 가능하게 만든다. 또 토지임대료를 시장임대료 수준으로 책정하는 방법으로 소수의 수분양자만 시세차익을 누리는 것을 차단할 수 있으며, 청년층이 부담 가능한 주택을 꾸준히 공급할 수 있는 유효한 방법이다.
보수언론과 경제지들은 주택공급부족, 착공, 인허가 물량 감소로 매매가와 전세값이 동반상승할 것이라고 보도하면서,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세제를 완화하고, PF대출을 정상화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진단과 대책은 틀렸다. 윤석열 정부의 시장중심경제 원칙을 지키면서도 주택공급 부족문제를 해소하고, 서민, 청년이 부담 가능한 주택을 공급하면서도 부동산 투기를 막을 수 있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절묘한 주택 공급방법이 있다. 바로 모든 공공택지를 토지임대부주택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또한 PF부실로 시장원리에 따라 헐값으로 쏟아져 나오는 우량 토지를 정부가 저렴한 가격으로 확보한 후에 국민들을 위한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다. 정부가 토지를 저렴하게 확보하여 장기,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면, 공공기관 재정도 튼튼해진다.
지난 6일 보건복지부는 간담회자리에서 '저출산 현상을 청년들의 비명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저출산 상황을 흑사병 수준에 비유하면서 0.7 출산율은 인구 붕괴 수준을 의미한다고 설명하여 우리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청년들의 주택문제와 출산율 감소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최고의 해법, 공공택지 매각을 전면적으로 중단하고 토지임대부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