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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비판이 미소지니? 페미니즘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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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비판이 미소지니? 페미니즘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books] 정희진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캄보디아에서 대통령 부인의 성녀(聖女) 코스프레는 윤석열 정권의 성격을 압축한다. (…)만일 미국의 영부인 질 바이든이 한국을 방문해서 환경이 좋지 않은 보육원을 방문해 사진을 찍어 널리 알린다면? 푸틴과의 사이에 자녀 네 명을 둔 것으로 알려진 31세 연하 연인(실질적 배우자)인 알리나 카바예바가 빈곤국을 방문해서 사진을 찍어댄다면? 이는 의전이고 국격이고 운운할 것도 없는, 정신 나간 권력자의 기이한 행동이다."

"대통령 윤석열이 문재인 정권의 산물이라면, 그의 성분(成分)의 99.9%는 김건희 여사와의 관계에서만 분석 가능하다. 검사와 피의자 가족으로 만난 두 사람이 부부가 된 구조를 혁파하는 것이 검찰 개혁이다. 윤석열·김건희 부부는 검찰 제도의 산물이고 김건희는 윤석열 정권을 탄생시킨 주역이다."

여성학자 정희진의 신간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에 실린 "'김건희 비판'은 미소지니인가?"라는 글의 일부다. 김건희 여사, 나아가 윤석열 정권에 대한 공적 비판 중 가장 통렬한 비판에 속한다. 이런 강도 높은 비판은 페미니즘에 근거했다. 그는 "가장 절망스러운 현실은 당대 여성주의 세력 중 일부가 여성적 자원을 이용하여 범죄 혐의자를 넘어 대통령의 배우자까지 된 여성을, 사법 정의 차원에서 문제제기하는 것을 미소지니라고 비판하는 일"이라며 현재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이 얼마나 오용되고 있는지 지적한다. "페미니즘은 '모든 여성은 착하고, 여성을 비난해서는 안 되고, 아무리 여성이 범죄를 저질러도 남성의 범죄보다 약하므로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여성주의는 여성성과 남성성이 모두 자원이 되지 않는 사회를 추구하고 지향하는 사상이다."

'페미니즘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스테디셀러 <페미니즘의 도전>이 나온지 18년만에 정희진은 이 책을 통해 '다시' 페미니즘에 대해 묻고 있다. 그동안 한국에서 페미니즘은 분명 대중화됐지만 그만큼 남성 문화의 저항도 심해졌다. 최근 넥슨 '집게손가락' 파문은 이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 잘 보여준다. 결국 문제의 넥슨 홍보영상은 남초 커뮤니티에서 지적한 여성 작가가 아니라 40대 남성 작가가 그렸다는 사실이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강남역 살인사건, 미투 운동 등을 통해 페미니즘은 한국 사회를 크게 각성시켰지만, 7-8년이 지난 지금은 "페미"는 새로운 레드 컴플렉스가 된 채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2016년 넥슨의 여성 성우가 '여성주의 티셔츠'를 구입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사건의 재탕이라고 보여지는 이번 '집게손' 파문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성운동 내에서도 '여성'의 정체성을 강조하며 난민, 트랜스젠더, 장애인 등 다른 소수자들을 배척하는 이들도 등장했다.

갈수록 불화와 간극이 깊어지는 현 시대에 페미니즘에 대한 전면적인 논의가 필요한 이유는 이미 전세계적 차원의 신자유주의 경제질서에 깊숙히 편입된 한국 사회에서 젠더, 섹슈얼리티 등에 대한 이해는 단선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젠더'는 곧 '여성'으로 치환되며, 계급, 나이, 지역 등 다른 사회적 변수들과 교차하면서 만들어지는 다양성과 차이는 제대로 인식되지 않는다. "30대의 젠더와 50대의 젠더를 다를 수 밖에 없는데, 이 차이를 두고 사회와 타인과 소통하기도 쉽지 않다."

미디어와 정치권에서 거론 되는 '젠더 갈등'도 마찬가지다. "국가가 남성들을 징병제로 차출하는 동안 일부 극소수 여성들은 '차별 없는' 시험 제도를 통해 사회에 진출하는 일시적이고 일부 여성들에게만 나타나는 현상, 즉 20대 일부 남녀의 삶이 전체 남성과 여성을 대변하는 듯 여겨지면서" 젠더 갈등으로 지칭되지만 사실은 '계급 문제'라고 정희진은 강조한다. 부모로부터 충분한 지원과 지지를 받아 성공적 사회 진출이 가능한 상류층 가정의 자녀와 그렇지 못한 가정의 자녀들 사이의 경제적 격차와 이로 인한 갈등이 젠더 갈등으로 둔갑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성정치학의 논쟁들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재해석하고 있는 이 책은 저자가 밝혔듯이 "쉽게 읽히지 않는, 논쟁의 불씨가 되는 텍스트"다. 그는 "여성주의자 사이의 이견이 활발하게 논쟁으로 발전할수록 남성 개인도 사회도 성숙해진다"고 강조한다.

끝으로 앞에서 인용한 김건희에 대한 비판을 현실 정치의 이분법 속에서 이해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 정희진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을 풍자한 누드화 전시회를 미소지니의 사례로 들었다.

"미소지니는 대통령조차 여성으로 격하시킬 수 있는 남성 문화를 말한다. 미소지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정을 벗은 몸으로 공격한 경우다. 당시 나는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지만, 그의 공적 영역의 지위가 성 역할로서 여성으로 환원되는 문화 현상에 반대했다."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정희진 지음, 교양인 펴냄. ⓒ교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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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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