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대화로서의 영화>(희망읽기 펴냄)는 영화의 존재 이유를 두고 대화하기 내지는 대중과 작가의 쌍방향 대화를 위해서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발터 벤야민의 미메시스론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미하일 바흐친의 대화이론을 경유해 이야기 장치로서 뇌의 구조로 나아간다. 이는 마크 한센의 감응에서 에피쿠로스의 원자론으로 이어지고 맑스의 유물론에서 데이비드 하비의 시공간 매트릭스로 연결된다. 그리고 에리히 얀치의 복잡계 과학에서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의 역사철학으로 나아간다. 이어 아비 바르부르크의 파토스 포멜에서 디디-위베르만의 징후 개념으로 다가간다.
다양한 이론적 경로들을 연결하면서 대화로서의 영화 본질을 탐구하는 이 책은 영화에 관한 또 하나의 이론서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대화로서의 삶과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는 이미지로 감응을 고취하는 영화를 하나로 묶어내기 위함이다
이 책은 다양한 이론과 9개의 시공간 매트릭스를 사용해 2019년 세계 영화계를 들썩이게 했던 <기생충>과 <티탄>, 두 편의 영화를 다층적으로 분석하여 비교 평가한다.
이를 통해 <기생충>의 대화들은 명성과 영향력에 비해 놀라우리만큼 독백적임을 밝혀낸다. 반면 <티탄>의 대화들은 호평과 혹평의 극단적인 분열에 비해 지극히 대화적이었음이 드러난다.
그렇다면 <기생충>의 한계를 인식하면서 <티탄>의 가능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저자는 파토스 포멜과 반성적 사고의 이중주로 그 윤곽을 제안한다. 파토스 포멜의 에너지가 영화적 시공간에 감응을 촉발하고, 그 감응에 대한 반성적 사고에 새로운 파토스 포멜의 에너지가 불어넣어지면서 영화적 시공간을 나의 현실적 시공간과 연결시켜 보다 확장된 영화적 시공간으로 몽타주하는 영화가 바로 그것이라고 말한다.
대화의 세계를 보여주는 영화를 만끽하고 싶은 이들이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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