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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철도 노조의 우려 "운영사와 유지보수 업무 분리는 민영화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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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철도 노조의 우려 "운영사와 유지보수 업무 분리는 민영화 의도"

[기고] 독일 철도운수노조(EVG) 졸란타 스칼스카(Jolanta Skalska) , 마티아스 피퍼트(Matthias Pippert)

시설유지보수업무를 코레일로부터 분리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 38조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철도민영화의 관문을 여는 동시에 철도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철도노조와 시민단체들은 법 개정을 반대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지난 10월 30일 국제운수노련(ITF)이 주관하는 온라인 회의에 참석해 유럽의 철도 모델을 근거로 한국 상황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 날 회의에는 전국철도노동조합 정책팀장과 영국 RMT노조위원장 알렉스 고든, 독일 EVG노조 철도전략담당 마티아스 피퍼트, 요나스 베커 그리고 프랑스 CGT 철도노조 다비드 고베 (철도부문 의장)가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한국에서 시도되고 있는 철산법 개정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내며 각국의 사례를 철도노조에 보내왔다. <프레시안>은 그 사례를 연속 기고로 싣는다. 편집자

대다수의 독일 정치인들은 독일 철도 시스템이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열차의 정시성(punctuality)과 인프라의 신뢰성(reliability), 문제 발생 시 대처에 필요한 유연성(flexibility)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다음 두 가지라는 데 독일 정부와 철도 업계 모두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첫째는 철도 인프라에 대한 재정 지원 부족이고, 둘째는 지난 10년 동안 발생한 인력 부족이다.

독일 철도는 시설 투자 계획뿐만 아니라 유지보수의 신뢰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철도 운영사가 자체 유지보수 역량(시설, 기계 및 인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31일 서울 여의도에서 철도노조 조합원 등이 철도산업발전기본법 개정안 규탄 집회를 열고 철도 민영화 등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안전 문제는 철도회사와 하청, 재하청 업체들 간에 많은 새로운 인터페이스와 직업훈련, 언어능력 및 철도시스템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철도 운영사(operator)와 유지보수의 분리는 더욱 안전한 철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유지보수의 외주화는 안전을 저해한다.

뿐만 아니라 외주화는 철도 운영사로 하여금 외부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이로 인해 기존보다 높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외주 업체의 유지보수 작업을 관리하는 데 드는 거래비용, 법률을 준수하는 계약서 작성과 검토비용, 작업과정에서 드러나는 정규직원과 계약직 노동자들 간 소통이나 이해관계 조정을 위해서도 비용이 발생한다. 철도 운영사의 통제력 상실로 인한 발생하는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오류, 사고, 품질 결함 또는 사기로 인한 비용, 외주화를 할 때 많은 경우 무시되기 일쑤인 인프라와 산업안전보건 비용, 외주화 때문에 벌어질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사회 전체가 치뤄야 하는 사회적 계획의 비용, 마지막으로 많은 외주 업체에 만연한 임금 덤핑에 맞서 싸우는 노동조합과의 갈등으로 인한 비용까지.

유럽연합의 모든 회원국에서 시설과 열차 운영이 상호 독립된 조직으로 완전히 분리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완전한 분리든, 지주회사 산하의 별도 자회사 형태든, 분리는 유럽연합의 모든 국가에서 철도 내 경쟁을 도입하기 위해 추진됐다. 이에 비추어 볼 때 현재 한국 정부는 철도 운송을 민영화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유럽의 경험에 따르면 민영화나 유지보수 분리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한국철도는 비교적 작은 규모(영업거리 약 4,000km)의 망으로 철도 내 경쟁이 합리적 수준의 비용 절감과 같은 경제적 효과는 없어 보인다. 오히려 철도 내 경쟁은 철도산업 전체에 필요한 전체 차량을 각 경쟁 회사별로 분산시키기 때문에 철도 차량 조달 분야에서 규모의 경제를 저해할 수 있다. 북한과 중국 (그리고 아마도 일본의 고속철도망)을 빼면 한국 인근에는 비슷한 규모나 스펙을 가진 다른 국가의 철도망은 없다. 따라서 국가 수준(즉, 국가 규모)에서 조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결국 경쟁 운영사 간 발생하는 비용 차이는 인건비와 회사의 주주/소유주에게 돌아갈 이윤뿐이다.

독일철도가 직면한 문제는 시설 담당 인력과 열차 운영사 간의 소통이 훨씬 더 복잡해졌다는 것이다(유럽 최대의 철도 사업자인 독일의 국영 철도회사 Deutsche Bahn은 하나의 통합 그룹 안에서 운영과 시설이 각각 자회사로 나뉜 지주회사이다. 1994년 철도 개혁 이후, 독일연방정부의 철도 인프라 회사와 철도 운송사는 모두 (통합된 그룹인) 도이치반 AG (DB AG) 산하에 있다. 그룹의 법적 형태는 상장법인이며 주식의 100%는 연방정부(교통부가 대표하는 주-state)가 소유하고 있다. 모든 계열사와 인프라, 유지보수, 운영회사 및 기타 부문들은 DB 통합 그룹 산하에 있다. 현재 이 그룹은 독일 철도 인프라의 상당 부분(significant parts)을 제공하고 있으며 동시에 독일에서 장거리 및 지역 철도 여객운송 및 철도 화물운송의 최대 공급사이다.). 현장에서는 더 이상 많은 결정을 내릴 수 없으며, 경쟁사 중 하나가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시설 담당회사는 복잡한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 승객에게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열차가 지연되면, 본래 환승 이용을 할 수 있는 후속 열차가 기다려줘야 한다. 그러나 열차 대기에 필요한 공식적인 절차가 너무 복잡해다보니 그냥 출발하는 열차가 아주 많다. 결국 승객들은 후속 열차를 놓치고 만다.

▲전국철도노동조합 조합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철도 민영화 촉진법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독일 EVG 철도노조 위원장 마틴 버거트(Martin Burkert)는 "기후 위기가 완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잘 작동하는 통합 철도회사를 해체하고, 자유화와 민영화에 희생시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더 많은 여객과 화물을 철도로 끌어들이려면 통합 철도회사를 생태교통 전환의 중추로 확대해야 한다. 교통에 책임이 있는 정치인들은 이를 위한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로 말했다.

이어 마틴 위원장은 "통합철도는 이를 위한 최적의 모델이며 독일에서는 이 모델이 어느 정도 작동하고 있다. 운영과 유지보수를 분리하면 불필요한 인터페이스가 증대하고, 통합 시스템의 시너지 효과가 사라지며, 철도 시스템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 독일에서 가장 큰 철도노조인 우리 노조는 통합철도 유지를 지지한다. 유럽운수노동자연맹(European Transport Workers' Fedeeration, ETF)도 2022년 총회에서 유럽 차원에서 통합철도 회사 해체에 반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고 설명했다.

독일과 유럽의 경험에 따르면 '철도 내 경쟁'에 대한 논쟁은 철도가 처한 핵심 문제에 대중들이 주목하기 어렵게 만든다. 즉, 과소투자, 자금부족은 물론, 도로 및 항공과 같은 다른 운송수단과의 경쟁에서 철도가 처해 있는 불리한 여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분산시킨다. 이 문제는 '철도 내 경쟁', 아니면 운영과 시설의 상하 분리에 대한 논의로 해결될 수 없으며, 오히려 철도시스템을 약화시킬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강력하고도 통합된 철도 시스템이 필요하며, '철도 내 경쟁' 및 상하분리에 대한 논의로 이 문제를 가려서는 안 된다.

▲졸란타 스칼스카(Jolanta Skalska) ⓒ철도노조 제공

▲마티아스 피퍼트(Matthias Pippert) ⓒ철도노조 제공

저자들은 모두 독일 최대의 철도노조인 철도운수노조(EVG)에서 수 년동안 중앙 사무처 간부로 활동하고 있다. 마티아스 피퍼트는 운수정책을 졸란타 스칼스카는 유럽 및 국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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