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미래기술연구원 성남행은 국가균형발전에 정면으로 배치”
지난해 2월 포항시민과 약속한 ‘포항중심의 운영체계 구축’에 배신
성남시, 15일 ‘미래기술연구원 위례 지구에 포스코 단독 입찰 선정’ 발표
범대위, “지난 15일 포스텍 간담회 참석자, 최정우의 계산된 속셈에 놀아난 꼴”
포스코그룹이 미래기술연구원을 경기도 성남시에 분원 설립을 사실상 확정하자 정치권과 포항시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5일 경기 성남시 등에 따르면 이날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 위례지구 내 4차산업 클러스터 부지(4만9,308㎡) 입주자로 포스코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를 선정했다.
앞서 포스코는 지난 7월 성남시 위례지구에 단독으로 입찰했다 유찰되자 재입찰에 참여해 이번에 부지를 확보했다.
포스코그룹은 부지를 사들여 신소재 연구와 기술개발을 책임지는 미래기술연구원 수도권 분원을 건립할 방침이다.
이는 성남시에 들어설 미래기술연구소 분원이 포스코 미래기술연구원 포항 본원보다 부지 면적이 24배나 큰 규모이다.
이에 포스코지주사 본사· 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발표 직후인 15일 윤석열 대통령 앞으로 성남시 위례 지구 입주 결정은 포항시민들과 한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자 윤석열 정부의 역점 정책인 국가균형발전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라는 내용의 공개 서한문을 발송하는 한편 상경 집회 등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에 들어갔다.
범대위 강창호 위원장은 “위례 지구 입주 결정은 지난해 2월 ‘미래기술연구원은 포항 중심의 운영체계를 구축한다’는 합의서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 것으로 최정우 회장의 포항시민들을 기만한 것 뿐만아니라 국가균형발전에도 역행하는 처사로 향후 최정우 퇴진 운동을 더욱 가열차게 벌여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위원장은 “최정우가 위례 지구 낙찰일에 맞춰 포스텍에서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와 포스코의 간담회 보도자료를 뿌렸는데 이것은 누가 보아도 포항시민과 대통령님(정부)을 속이려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얄팍한 술책”이라며 “그 자리에 참석한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이나 장관,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과연 어떤 목소리를 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범대위는 성남 위례 지구에 미래기술연구원 부지매입 계획 철회 촉구 상경 집회 등의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특히 단독 재응찰 이후인 이달 초에는 대규모 상경 투쟁을 계획했으나 포스코 노조의 파업 분위기 고조에 따른 이강덕 포항시장의 집회 연기 요청에 따라 연기를 결정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께 보내는 서한문 전문]
존경하는 윤석열 대통령님께
안녕하십니까?
윤석열 정부를 성원해온 저희는 오늘 포항시민과 지방시대의 이름으로 이 공개서한을 드립니다.
대통령님께서는 국가균형발전과 지방 살리기를 매우 중요한 국정과제로 삼고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를 두었습니다.
지방소멸 방지를 넘어 지방시대를 열어나가려는 정부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는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대통령의 비전과 의지를 비웃듯이 수도권 집중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하나만 말씀드리겠습니다.
2023년 11월 15일, 최정우는 성남시 위례 지구에 2027년까지 1조9000억원을 투입할 것이라며 포스코 미래기술연구원 부지를 낙찰받았습니다. 부지 비용만 5000억원입니다.
최정우는 미래기술연구원의 주요 분야가 이차 전지 소재, 수소,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이라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포항을 '이차 전지 소재 특화단지'로 지정하고, 포항에 조성할 '수소연료전지 클러스터 예타'를 통과시켰습니다. 이차 전지 소재, 기존 용광로 공법을 대체할 수소환원제철 연구 등 수소에너지 연구는 당연히 포항이 최적지입니다.
'한국형 초거대 AI 융복합 클러스터’ 건설에 대해 전문가들은 적합한 지역으로 경북 포항을 꼽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 포스코, 연구 중심대학 포스텍, 한국 구글 연구소, 방사광가속기 등 산학연 협력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포스텍은 AI, 빅데이터를 세계 일류로 잘할 수 있고, 이차 전지 소재와 수소 연구는 포스텍 이사장인 포스코 회장의 마음 먹기에 따라 관련 대학원과 연구소를 신설할 수 있습니다.
최정우는 2022년 2월 25일 포항시민에게 "미래기술연구원 본원을 포항에 두고 포항 중심 운영체계를 구축한다"라는 서명의 약속을 했습니다.
그러나 최정우는 실용화 연구를 잘해오는 전통의 포항산업과학기술연구원(RIST)에서 연구원 160명을 빼내 미래연으로 옮기고 겨우 48억원으로 RIST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미래연의 본원 주소를 두고는 성남시 위례 지구에 1조9000억원을 투입하는 미래연 분원을 조성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행태는 50만 시민을 상대로 파렴치한 사기를 친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기망도 이렇게 철면피한 기망은 다시 없을 것입니다.
그동안 저희는 수없이 성남시 위례 지구 부지낙찰을 반대했습니다. 거기 들어가는 땅값 5000억원이면 포항에서 부지, 건물, 각종 부대시설, 각종 연구 장비, 연구원 가족용 아파트까지 다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습니다. 특히 국민기업 포스코의 전통과 정신을 회복하라고 질타도 했습니다.
포항시는 부지 10만 평을 제공하겠다는 의견도 표명했습니다. 지역 균형발전과 지방 살리기의 시대적, 국가적 절박한 과제에 역행하지 말기를 설득했습니다.
그러나 최정우는 표면상 단 하나의 이유로 성남시를 고집하고 강행했습니다. "지방에는 연구 인재가 오지 않는다", 이것이 전부입니다.
이에 대해 저희는 고(故) 박태준 회장은 아무런 인프라도 없는 포항 골짜기에 포스텍(포항공대)을 세우면서 미국과 유럽의 세계적 동포 교수들을 초빙해왔다는 사례를 말해줬습니다.
또한 저희는 세계적 강소대학(연구 중심대학)으로 성장한 포스텍에 해당 분야의 대학원을 설립하고 세계 최고 석학들을 초빙하여 미래기술연구원과 융합하면 우수 인재들은 저절로 모여들기 마련이고, 그것이 지방을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는 방법론도 제시했습니다.
충북 오창과 경북 포항에 생산설비를 두고 있는 에코프로는 충북 진천에 이차 전지 소재 R&D센터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천이 포항보다는 서울과 거리상으로 가깝지만, 자동차와 KTX라는 교통수단을 고려하면 비슷한 거리인데, 에코프로는 수도권이 아닌 곳에 연구센터를 신설합니다.
그러나 최정우는 2021년 문재인 정부 때부터 오직 성남시에 꽂혀 있습니다.
50만 포항시민과의 약속을 팽개치고, 윤석열 정부의 지방 살리기에도 보란 듯이 역행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정우는 오늘(11월 15일) 포스텍에서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와 포스코가 좋은 간담회를 가졌다는 보도자료를 뿌렸습니다. 성남 위례 지구에 미래연 부지를 공식 낙찰받은 날이 바로 오늘입니다. 관련 보도는 이러합니다.
<15일 포스코그룹과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가 포스코 고유의 벤처 육성 생태계인 ‘포스코 벤처플랫폼’ 사례를 통해 지방경제 혁신과 지역 균형발전 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행사에는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과 이정현 부위원장,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성섭 대통령비서실 중소벤처비서관을 비롯해 전국 19개 창조경제혁신센터장과 대기업 14곳의 벤처 육성 전담 임원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저희는 참으로 궁금합니다. 공교롭게도 최정우가 손바닥(15일 간담회)으로 하늘(성남 위례 지구 부지낙찰)을 가리는 격이 돼버린 이날 간담회에서 지방시대위원나 대통령비서실에 속한 분들이 비공식적으로라도 포스코 임원에게 "왜 당신들은 이렇게 훌륭한 포항을 버리고 수도권의 성남에다 대규모 미래기술연구원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냐?"라는 질문을 던졌을까요? 만약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다면, 대통령님께서 그토록 강조하시는 지방시대의 실현 방법에 대한 참모들의 인식과 의지가 부족하고 정신적 자세가 해이한 것이라고 판단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이미 대통령님께서 6차례나 해외순방 경제사절단에 최정우를 제외시켰지만, 오만방자한 최정우는 오히려 3연임 도전의사를 흘리며 "어디 맘대로 해보세요" 하듯이 버티고 있는데, 이것은 지방 살리기의 국가적 소명에 동참하고 서명해둔 약속을 지키라는 포항시민을 향해 뻔뻔스레 고개를 쳐들고 있는 모습과 흡사해 보입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최정우의 오만방자를 역겨워하는 저희는 몇 가지 개탄을 금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첫째, 김성진 포스코 사외이사 등과 가깝다고 소문난 김대기 비서실장을 비롯한 대통령실의 참모들은 포스코 최정우에게 지방 살리기에 동참해 달라는 권유조차 할 수 없는 것입니까? 그런 권유는 위법이 아닐 터인데, 최정우에게 안 먹히는 겁니까, 권유하지 않는 겁니까?
둘째, 최정우는 관용차 사적 사용 혐의로 수사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됐습니다. 무슨 법치주의인지는 몰라도, 고발인은 불러서 조사하고 최정우는 서면조사만 해서 송치를 했는데, 서울중앙지검은 기소를 하는 겁니까, 피의자 최정우를 소환해서 더 철저히 수사하고 증거도 더 보강하겠다는 것입니까?
셋째,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때 최정우 등의 미공개 정보 이용 자사주 매입을 신속하고 엄정히 수사한다고 답변했는데, 2021년 압수수색도 했던 그 사건은 정말 수사를 하는 겁니까, 아니면 최정우가 사장급과 부사장급으로 영입한 변호사 김영종, 김강욱 등의 활약상에 막혀 전혀 진전이 없는 겁니까, 또는 무혐의로 끝내는 겁니까? 이사회 개최 14일 전에 회장이 회사 유보금 1조원으로 자사자를 매입하자는 안건에 대해 몰랐다고 하면 그는 회장이 아니라 신입사원일 겁니다. 무조건 몰랐다고 잡아떼니까 심증을 입증할 물증을 못 찾고 있다는 겁니까? 과연 당시의 이사회 준비 담당 직원이라도 한번 소환조사를 한 것입니까?
넷째, 최정우는 "포스코는 국민기업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더니 이러한 오만방자를 떨고 있는데, 그러면 포스코는 국민기업이 아니라 한시적 피고용인에 불과한 최정우의 소유라는 겁니까?
신냉전체제로 급속히 재편되는 위험한 국제정세, 코로나19 팬데믹과 지나쳤던 좌편향적 5년의 후유증을 극복하느라 노심초사로 쉬지 못하는 대통령님의 건승을 기원하며, 이 서한을 일독해주시기를 탄원드립니다.
2023년 11월 15일
최정우 퇴출 포스코지주사 본사 ·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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