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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사무총장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진공 상태서 일어난 것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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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사무총장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진공 상태서 일어난 것 아냐"

가자 유엔기구 "연료 없어 25일 운영 중단" 구호 간청…석방 인질, 방어 실패 이스라엘군 비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봉쇄와 공습을 이어가고 있는 이스라엘을 작심 비판했다. 유엔 기관들은 연료 고갈로 당장 "내일" 운영을 중단된다며 구호를 간청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분쟁을 의제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우리가 가자지구에서 목격하고 있는 명백한 국제인도법 위반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휴전"을 촉구했다. 그는 무력 충돌 때 민간인 보호가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하며 이는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는 일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하마스를 비난한 동시에 "백만 명이 넘는 인구를 쉼터, 음식, 물, 의약품, 연료 없이 남부로 이동하라고 지시하며 남부에 계속 폭격을 가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13일 가자 북부 주민들에게 하루 안에 남부로 대피하라고 명령했고 식량과 연료 공급 차단을 포함해 가자지구 완전 봉쇄를 이어오고 있다. 유엔은 가자 북부 인구 100만 명 이상이 단기간에 대피하는 것 자체가 인도주의적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고 수십 만 명이 남부로 대피한 가운데 남부에 폭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마스는 지상전 예고로 여겨진 이스라엘의 대피 명령 당시 "심리전"이라며 주민들에 대피하지 말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구테흐스 총장은 "10월7일 이스라엘에서 하마스가 자행한 전례 없고 끔찍한 테러 행위를 명백히 규탄한다"면서도 "팔레스타인인들은 56년 간 숨 막히는 점령 아래 놓여 있었다"며 "하마스의 공격이 진공 상태에서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불만이 하마스의 끔찍한 공격을 정당화할 수 없다. 그리고 그 끔찍한 공격이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집단 처벌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2주 이상 이어진 가자 폭격으로 적어도 35명의 유엔 직원들도 목숨을 잃었다.

지난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남부 습격 뒤 이스라엘 쪽에서 대부분 민간인인 1400명 이상이 죽임을 당했고 220명 이상이 납치됐다. 이후 연일 이어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가자 보건부에 의하면 24일까지 5791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의 40%인 2360명이 어린이다. 여성(1292명)과 어린이 사망자가 전체 사망자의 63%다. 더 많은 민간인 사망자를 발생시킬 것으로 우려되는 지상군 투입은 지연되고 있지만 이스라엘군은 최근 공습을 더욱 강화해 24일 오후 6시 기준 24시간 동안 704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숨졌고 그 중 절반인 305명이 어린이였다.

<뉴욕타임스>(NYT)를 보면 구테흐스 총장의 발언에 대해 길라드 에르단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구테흐스 총장의 사임을 요구했으며 엘리 코헨 외교장관은 예정돼 있던 총장과의 회담을 취소했다.

이날 안보리 회의에선 인도주의적 휴전 및 일시 중지 요구가 분출했다. <로이터> 통신, <뉴욕타임스> 등에 의하면 구테흐스 총장 뿐 아니라 러시아, 아랍 국가들이 휴전을 촉구했고 캐나다도 인도주의적 일시 중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인도주의적 일시 중지가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시 중지는 일반적으로 휴전보다 덜 공식적이고 기간이 짧은 것으로 간주된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블링컨 장관이 언급한 일시 중지와 휴전은 "다르다"며 "지금 휴전은 하마스에게만 이득이 된다"고 선을 그었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가 24일 늦게 가자로 구호 트럭 8대가 진입했다고 밝힌 가운데 유엔 기관들은 연료가 반입되지 않으면 가자에서 25일부터 운영을 중단할 수 밖에 없다며 최후 통첩 수준의 간청을 내놨다. 21일부터 가자에 매일 최대 20대의 물, 식량, 의약품 등을 실은 구호 트럭이 반입됐지만 연료는 제외됐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는 24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연료를 당장 얻지 못하면 내일 밤 가자지구에서 운영을 중단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가자 인구 230만 명 중 절반 이상인 140만 명이 난민 상태인 것으로 추정되고 그 중 59만 명이 UNRWA 쉼터에 머물고 있다. <로이터>는 타마라 알리파이 UNRWA 대변인이 "연료 없이는 병원, 빵집, 담수화 시설 가동을 위한 전기를 발전기가 생산할 수 없다"며 연료 제공을 호소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무릎을 꿇고" 구호를 요청했다. <로이터>는 WHO의 동지중해 지역비상국장 릭 브레넌이 의료 부담이 막대한 상황에서 가자지구 병원 3분의 1이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확장되고 보호 받으며 지속적인 인도주의적 작전을 무릎 꿇고 간청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비상사태 담당 부국장 브라이언 랜더는 분쟁 전 가자에 매일 트럭 465대 분량의 구호 물자가 필요했다며 지원 물량 확대를 촉구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제레미 로런스 대변인도 "주말 이집트를 통해 재개된 구호는 바다 같은 필요에 물 한 방울"을 떨어뜨린 데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쪽은 연료 반입 땐 하마스에 이용될 수 있다며 지원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스라엘군은 UNRWA의 촉구에 대해 하마스가 50만 리터에 달하는 연료를 저장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하마스에 (연료를) 나눠줄 수 있는지 요청하라"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답했다.

석방 인질 "지옥 겪어…하마스, 인질 위생·의료 잘 관리"

한편 전날 하마스로부터 풀려난 요체베드 리프시츠(85)는 24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위치한 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7일 간의 감금에서 "지옥을 겪었다"고 말했다. 영국 BBC 방송, <뉴욕타임스>, <로이터>를 보면 하마스 전투원들은 지난 7일 이스라엘 남부 니르 오즈 키부츠에 위치한 리프시츠 집에 침입해 그와 그의 남편 오데드(83)를 오토바이에 태워 납치했다. 리프시츠는 납치 과정에서 숨을 쉬기 힘들 정도로 폭행 당했다. 이후 그는 "거미줄처럼 얽힌 가자지구의 거대한 지하 터널 네트워크"로 끌려 갔고 25명이 한 방에 갇혔다. 이후 니르 오즈 출신의 5명은 분리돼 별도의 방을 배정 받았다.

리프시츠는 감금 기간 동안 하마스가 위생, 의료, 식량 등을 철저히 관리했으며 인질들이 "잘 대우 받았다"고 증언했다. 바닥엔 수면을 위한 매트리스가 깔려 있었고 청결하게 관리됐다. 2~3일 마다 의사를 만났고 납치 도중 오토바이 사고로 크게 다친 이는 의사의 치료를 받았다. "여성 위생" 관련 문의할 수 있는 여성들이 있었고 필요한 의약품에도 접근할 수 있었다고 한다. 식사는 하루에 한 번, 하마스 경비대와 같은 오이와 치즈를 곁들인 피타빵이 제공됐다. 그는 다른 인질들의 상태도 양호하다고 설명했다.

수 년 간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에서 진료 받을 수 있도록 봉사활동을 한 평화운동가인 리프시츠는 석방 당시 그를 감시한 하마스 전투원의 손을 잡고 히브리어로 평화를 뜻하는 "샬롬"이라는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리프시츠와 함께 봉사활동을 해 왔고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인권 탄압을 보도해 온 진보 언론인인 남편 오데드는 여전히 하마스에 억류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마스는 220명이 넘는 인질 중 리프시츠를 포함해 지금까지 단 4명만 풀어줬다.

리프시츠는 니르 오즈를 포함해 가자 인근 마을들을 지키지 못한 이스라엘군과 보안기관에 대해선 비판적 태도를 취했다. 공격 몇 주 전 팔레스타인인들은 가자 국경 인근에서 폭발성 풍선을 날리고 폭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군이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우리는 스스로를 알아서 지켜야 하는 상태로 남겨졌다"고 지적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2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하마스에 인질로 끌려갔다가 풀려난 이스라엘인 요체베드 리프시츠가 24일(현지시각) 텔아비브에 있는 병원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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