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압수수색 횟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야당의 지적에 대해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서 압수수색을 할 때,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 압수수색을 할 때, 삼성그룹·롯데그룹·SK그룹에 대해서 압수수색할 때 압수수색이 많다는 말씀 한마디도 안 하셨지 않느냐"며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총장은 2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대상 국정감사에서 야당에 대해 "유리한 쪽에서는 '과잉수사'라고 하고 불리한 쪽에서는 또 '부실수사'라고 한다"고 꼬집으며 이같이 반박했다.
그는 "법원에 직접 청구하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같이 어렵다"며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서 적법하게 정식으로 집행한 것"이라고 이 대표에 대한 압수수색이 정당한 수사 절차임을 강조했다.
이 총장은 '민주당이 이 대표에 대해 376회의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주장한다'는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의 질의에 대해 "370회 가량 압수수색을 하려면 주말 빼고 매일 압수수색을 해야 한다"며 "실무상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이 총장에게 압수수색 횟수 산정 기준과 관련해 "그냥 대충 한 게 아니고 날짜별로 장소별로 다 센 것"이라며 "자료를 만들어서 한번 서로 비교해 보는 게 어떻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경기도청에 갔는데 기획실, 정책실, 비서실 이렇게 칸막이가 나눠져 있는 장소들이 있지 않나. 그걸 하나하나로 이렇게 셌다"면서도 "걱정하시는 것처럼 그냥 모든 걸 다 쪼개서 숫자를 늘리기 위해서 계산한 게 아니다. 경기도시공사 본사 압수수색 이런 건 1건으로 돼 있다"고 했다.
이에 이 총장은 "삼성그룹에 대해서 압수수색을 하면 회장실, 사장실, 재무팀장실, 경영지원실 그다음에 각 직원들의 사무실까지 가면 그게 30회 40회가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대장동 50억 클럽은 민주당에서 열심히 수사해 달라고 하는 것이다. 그 압수수색도 이재명 대표에 대한 압수수색에 포함이 되는 것이냐. 대장동 일당 부동산 투기 세력이라고, 그래서 저 사람들이 아주 나쁜 사람이라고 민주당이 주장하는 김만배 씨, 유동규 씨, 정영학 씨, 남욱 씨 이분들에 대한 압수수색도 거기에 포함이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왜 진술과 주장에 입각해서만 수사를 하느냐'(고 한다). 저희는 진술과 주장에 입각해서만 수사하지 않으려고 압수수색을 하는 것"이라며 "진술에 입각하면 법정에서 저희가 입증할 수 없기 때문에 압수수색을 한다. 이 점을 좀 이해를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총장은 야당 의원들이 이 대표에 대한 수사가 '과잉 수사'라며 거듭 문제 제기를 하자 문재인 전 대통령 발언을 거론하면서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저와 비슷한 고민이 있었는지 몰라도 문 전 대통령도 취임 2주년 기자회견 때 '지난 정부에 대한 수사는 이번 정부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고 이번 정부에서 관여할 수도 없다. 살아 움직이는 수사를 말릴 수도 없는 거 아니냐'는 표현을 썼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총장이 되고 나서 지금까지 수사해 온 사건들은 지난 정부에서 계속 진행되어 온 사건"이라며 "저는 이 사건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마무리해야 되는 책무와 소명 과제를 갖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 대표에 대한 구속 영장 청구가 기각된 데 대해선 "구속영장의 발부 여부는 재판에 들어가는 초입에 있는 입구"라며 "앞으로 재판을 통해서 결론이 나올 테니까 그 상황을 지켜봐 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김의겸, 이정섭 검사 의혹 추가 "수사한 재벌 측에 코로나 시국에 스키장 접대 받아"
한편 이 대표의 대북 송금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이정섭 차장검사의 위장전입·범죄기록 불법 조회 등 의혹을 최초 제기했던 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이날 이 차장검사의 비위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김 의원은 이 차장검사가 포함된 식사 자리 사진을 제시하면서 "2020년 12월24일 크리스마스 이브 때다. 이 차장검사와 그 가족 친지, 지인들이 강원도에 있는 고급 리조트에 초대받아 접대를 받는 모습"이라며 "이분(호스트)이 누구냐. 우리나라 재계 서열 10위 안에 가뿐하게 들어가는 국내 굴지의 재벌의 부회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재벌 그룹을 이 차장검사가 굉장히 오랫동안 수사해왔다. 2015년부터 거의 매년 해왔다"며 "자기가 수사를 했던 그룹의 핵심 인물로부터 저렇게 대접을 받는 게 적절한 관계인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코로나가 한참 기승을 부릴 때다. 5인 이상 식당 예약 안 되고 모임, 파티 장소로 활용될 수 없고 그다음에 특히 스키장이 완전히 폐쇄가 돼 있었을 때"라며 "이 차장검사의 가족은 저렇게 스키장을 완전히 독채로 전세를 내서 크리스마스 이브를 즐겼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총장은 "오늘 처음 본 내용이지 않느냐. 이 내용을 보고 제가 업무 배제에 대해서 바로 판단 내릴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이 차장검사는 제 눈에서 보면 사실 고위검사도 아니"라며 "얼마 전까지 부장검사 했던 사람에 대해서 인사청문회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생각이 든다"라고 답변했다.
이 총장은 다만 야당 의원들로부터 검사 징계가 미미하다는 지적과 함께 '내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자 "문제가 있는 검찰 구성원은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제 식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검찰 구성원에 대해 오히려 배임적인 행위를 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제 식구 감싸기라는 말은 듣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일이 있더라도 검사는 자기 손이 깨끗해야 다른 사람을 단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저는 (이정섭 차장검사) 사진 보고 놀랐다. 자세한 내용은 당연히 조사해 봐야 나오는 것이지만 저 사진의 존재만으로도 본인이 수사한 재벌그룹에서 부회장이라고 부르는 사람하고 같이 회합을 한다? 지금의 이 그리고 시민들 출입이 제한되어 있는 스키장에 가족들하고 같이 들어가 있는 사진이 나온다? 총장님, 왜 안 놀라시느냐"고 물었다.
이 총장은 "(이 차장검사 가족이) 스키장을 이용했다고 했는데 스키장에 서 있는 사진인지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사진이 제가 구별이 되지 않았다"고 답했고, 이탄희 의원은 "스키를 탔는지 여부가 지금 중요하냐. 사안에 집중하시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김 의원의 정보 취득 과정의 문제를 거듭 제기했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이정섭 검사에 대해서 벌써 수 회째 여러 가지 개인 사생활과 관련된 질의가 반복되고 있다"며 "특히 여기에 제출된 사진의 경우에는 인척 관계에 있는 사람의 어떤 이혼 소송이 제기된 과정에서 적법한지 여부가 의심되는 그와 같은 증거 자료를 일방적으로 제출해서 그 내용을 기정사실화해서 마치 문제가 있는 것으로 계속 우리 기관증인들을 상대로 질문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 차장검사는 자신에 대한 비위 의혹이 거듭 제기되는 데 대해 일부 언론에 "처남과 처남댁 이혼소송에 국정감사 의원들이 동원돼 매우 유감"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유 의원은 "총장이나 되면 모를까 일개 차장검사에게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의도가 있다고 저는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 의원은 신상발언을 통해 "제보가 들어온 게 한 두세 달 됐다. 그래서 꾸준히 자료를 모으고 있었는데 (이재명 대표 수사 관할이) 수원지검으로 가더라. (그래서) 문제가 커진 것"이라고 설명하며 "인척 간 분쟁에서 나온 사생활의 문제라고 하는 점도 지적을 해 주셨는데, 본질은 대기업을 수사하는 검사와 그 대기업 관련자의 부적절한 만남"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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