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과 관련, 국토교통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원안 추진' 입장을 재강조했다. 김 도지사는 23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더불어민주당·정의당 감사위원과 질의응답을 주고받으며 이같은 입장을 밝히고, 이 과정에서 "소가 웃을 일", "엉터리" 등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김 지사는 이날 국정감사장에서 민주당 허영 의원의 질의에 답하며 "여러 가지 정황으로 봤을 때 당초의 예타안(원안)대로 가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예타안이 가장 공정하고 제3자적 입장에서 하는 가장 공신력 있는 안"이라는 것.
허 의원은 "예타안에 (일부 내용을) 추가한 그것이 최적안"이라고 공감을 표하며 "그런데 KDI 결과를 두 용역사가 한 달 반 만에 뒤집어버린 꼴"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5일 국토부의 비용-편익(B/C)분석 결과를 언급한 것이다.
김 지사는 이에 대해 "저는 새롭게 경제성 발표를 한 것에 대해 신뢰성에 깊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애초에 변경안을 착수보고했던 설계사가 다시 그것을 했다는 것에서 주체 자체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고, 내용에 있어서도 짧은 시간 내에 한 점 등을 봐서 신뢰하기가 쉽지 않다. 만약에 로데이터(원자료)를 다 볼 수 있다면 여러 가지 허점이 더욱 드러나지 않겠나"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지사는 민주당 홍기원 의원이 "지난 7월 6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노선 전면백지화'를 선언하며 '야당이 괴담을 퍼뜨린다'고 했다. 원 장관이 왜 이런 발언을 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원 장관의 의도까지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실무책임자 입장에서 보면 만약에 이것이 다시 예타로 돌아가 사업이 좌초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무원들에게 아주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지사는 "의혹투성이, 견강부회로 원 장관께서 '백지화' 내지 그 말을 여러 번 바꾼 것은 도끼로 제 발등을 찍는 일"이라며 "업무 프로세스나 일의 진행을 봐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원안 추진을 주장하는 경기도 입장에 국토부가 반박한 데 대해서도 "개인적인 소회를 말씀드리자면 국토부 공무원들이 공무원 선배로서 안쓰럽다"고 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양평고속도로가 처음 제기된 지 14년 만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는데 정권이 바뀌자마자 근거도 없이 노선이 바뀌어 경기도민들에게 큰 실망과 혼란을 줬다"며 "국토부는 '대안노선 제시도 최종 노선 선정도 다 용역사가 한 것이다'고 하는데 이런 간 큰 용역사가 존재할 수 있느냐"고 질의했다.
김 지사는 이에 대해 "없다"고 즉답하며 "이런 표현까지는 어떨지 모르지만 소가 웃을 일"이라고 했다. 심 의원이 "만약 그게 맞다면 거의 용역사의 국정농단"이라고 한 데 대해서도 김 지사는 "그렇다"고 동의를 표했다.
심 의원은 또 "양평고속도로의 목적은 예타 자료에 의하면 수도권 제1순환선과 서울-춘천고속도로 정체를 해소하는 것인데, 지난 12일 국토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당시 사업담당 서기관은 '상위 계획에는 연결계획이 없다'고 했다. 장래(도로)축과 연결계획이 없는 지선이라는 게 존재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김 지사는 "존재할 수 없고, 국토부의 그와 같은 입장은 저는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라고 생각한다"며 "실무자가 그런 정도의 얘기를 할 수 있는 권한과 배포가 있을 수 없다. 뭔가 다른 요인에 의해서 그렇게 얘기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고, 우선 내용 자체가 너무나 엉터리"라고 함께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약 지시를 했다면 아마 훨씬 윗선하고도 관련이 있지 않나 추측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서울-양평고속도로 문제에 야당 질의가 집중되는 데 대해 이의 제기가 나왔다. 국민의힘 김학용 의원은 "외압으로 인해 노선이 변경했느냐가 핵심인데, 아니 도로라는 게 이리로 가면 이쪽 사람들이 좋아하고 저리로 가면 적쪽 사람이 좋아하는 것 아니냐"며 "뭔가 결정적인 한 방이 있으면 모르지만 지금 하시는 것은 사실 주구장창(주야장천) 했던 일 아니냐. 정치적인 질의는 좀 자제해 달라"고 했다.
국민의힘 '이재명 법카' 의혹으로 반격 시도…金 "행안위 국감 답변, 언론이 호도"
국민의힘은 김 지사의 전임자인 이재명 대표의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사용 의혹을 들고 나와 맞불을 놨다. 국민의힘 정동만 의원은 "지난주 행안위 국감에서 전 도지사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과 관련해 '최대 100건까지 사적 유용이 의심된다'고 말했지 않느냐"는 말로 질의를 시작했다. 이는 지난 17일 행안위 국감 당시 김 지사가 "감사 결과를 보니 최소 61건에서 최대 100건까지 사적 사용이 의심돼서 업무상 횡령‧배임으로 경찰에 수사의뢰했다"고 답변한 것을 언급한 것이다.
김 지사는 이에 대해 "팩트가 잘못됐다"며 "(17일 국감 당시) 전임 도지사나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었고, 경기도 전임 공무원이 한 것에 대해서 제 취임 전에 한 감사 결과와 (그로 인한) 고발 이야기"라고 해명했다. 그는 "일부 언론이 (이 발언을) 호도했고 그것을 받아서 악용한 가짜뉴스들 때문에 (제 발언이) 잘못 알려진 것"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정 의원은 그러나 물러서지 않고 "법인카드 가지고 명품 로션 사고 값비싼 탈모 샴푸 사는 게 정상적인 공직자가 맞느냐. 개인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의를 이어갔다. 김 지사는 이에 "지난번 언론에서 호도하는 것을 보면 또 빌미를 줄 것 같은 생각"이라며 "공직자들 업무추진비는 목적에 맞게 쓰는 것이 맞다. 개인적 용도로 쓰는 것은 맞지 않다"는 원론적 입장만 조심스럽게 밝혔다.
김 지사는 "(경기도 직원이) 불법적으로 사용하는 동안 도지사가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정 의원의 이어진 질문에 "이 건은 수사 중인 사건이고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서일준 의원도 "이재명 전 지사 부인 김혜경 씨 법카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느냐"는 질의를 했다. 김 지사는 서 의원에게도 "감사와 수사의뢰는 제가 취임 전 민선7기에서 이루어진 일"이라며 "저희가 감사하거나 고발한 것은 이미 퇴직한 경기도 공무원 배모 씨이고 그 외 다른 분에 대해서는 제가 언급할 이유가 없다"고만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같은 질의에 대해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이의제기를 했다. 민주당 소속 김민기 국토위원장(감사반장)도 "국정감사법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감사는 국가위임사무에 한한다고 돼있다"며 사실상 주의를 줬다.
김 지사는 한편 서일준 의원이 "9.19 선언 5주년 기념행사 등 정치행사 참여나 '맞손토크' 등 행사를 보면 대선후보인지 경기도 행정을 책임진 도지사인지 의심된다. 차기 대권 행보로 보이는데 다음 대선에 출마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은 데 대해서는 "대권 행보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김 지사는 "의원이 오해하신 것 같은데, 9.19, 10.4 등은 경기도가 대한민국에서 북한과 접경이 가장 넓은 도라는 점에서 평화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고 전부 경기도와 관련된 일"이라며 "'맞손토크'는 경기도민의 날을 맞아 매년 하는 행사였고 동원은 단 한 명도 없이 자발적으로 (참석) 신청을 한 분 중 일부만 초청한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김 지사는 경기도지자 재선 도전 의향을 묻는 질문에는 "지금은 제 임기 내에 경기도 발전과 도민 삶을 책임지는 것에 집중하고 있지 그런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경기도 국정감사에서는 이 외에 경기북도 분도(分道) 문제와 신분당선 및 지하철 5호선 연장 문제, 전세사기 문제 등 지역 현안에 대한 질의도 이뤄졌다.
오세훈 "기후동행카드, 인천·경기와 지속 협의"
분반 형식으로 경기도 국정감사와 동시에 진행된 국토위의 서울시 대상 국정감사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브랜드 사업인 대중교통 '기후동행카드' 사업과 수도권 쓰레기매립지 문제, '신통기획' 등 서울시 재개발사업 문제 등이 도마에 올랐다.
야당은 오세훈 시장이 내놓은, 월 6만5000원으로 서울시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기후동행카드 시범사업에 대해 '인천시·경기도와의 사전 협의가 미흡했다'는 취지로 "좀더 협의를 하시지 그랬느냐"(허종식)거나 "효과성에 의문이 간다. 어느 정도 이용할지 불확실하다"(장철민) 등 지적을 쏟아냈다.
오 시장은 인천·경기와의 협의 부분에 대해서는 "논의를 지속하다 보면 내년 1월부터 시범사업이 힘들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 경기도는 준공영제가 아니기 때문에 함께 시범사업을 조속히 실시하기는 힘들다고 봤고, 그래서 좀 서둘러서 발표를 하고 시행하면서 부족한 점은 시범사업 때 보완하는 것이 더 빨리 시민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하면서 "지속적 협의를 계속 하겠다"고 약속했다.
실효성 논란에 대해서는 "저희가 전 세계 최초로 도입을 한 것이 아니라 독일에서 이미 (유사 정책을) 시행하고 나서 상당한 정책효과가 있었고 그 효과를 보고 시범도입을 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파격적인 혜택, 많이 탈수록 이익인 카드가 생기면 아무래도 '승용차 이용을 좀 재고해 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느냐"고 오 시장은 반박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은 반면 "대중교통으로 유인해서 탄소를 저감시키는 매우 좋은 정책"이라고 오 시장을 치켜세우며 "시범사업이 1인당 (1개월에) 6만5000원인데 저소득층이나 청년층에는 별도 대책이 없다. 좀 낮춰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했다. 오 시장은 이에 "마음같으면 대폭 낮추고 싶지만 재정여건상 그 정도가 적절하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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